최근 농림수산식품부는 12월 제철 수산물로 명태와 미역을 선정했습니다. 이중 미역은 국이나 무침으로 다양하게 활용이 될 뿐만 아니라 말린 것은 교통이 좋지 않은 산골에서도 사시사철 쉽게 먹을 수 있습니다. 또한 생일을 맞거나 아기를 낳으면 필수로 먹는 음식인 동시에 시험 등에서 ‘미역국 먹다’, ‘미역국 먹고 가시내랴’(불가능한 일을 우기거나 요구할 때) 같은 관용구나 속담이 생길정도로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입니다.

이런 미역은 다시마와 마찬가지로 겨울에 채취한 것이 맛이 가장 좋은데요, 자연산은 초봄이 와야 제철이라고 하는데 시장에서 거의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대개 시장에서는 양식산이 유통되며 겨울부터 초봄까지가 제철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남부 연해에 주로 자라는 미역은 우리나라 외에 일본과 중국 정도가 식용으로 이용을 하는데 일본에서는 와카메(和布),중국에서는 하이차이(海菜)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미역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삼국사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학계에서는 고구려시대에는 ‘물’을 ‘매(買)’로 대응해 썼으며 모양새가 여뀌의 잎과 비슷하다해 ‘매역(물여뀌)’으로 썼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것이 후에 미역으로 바뀐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흔적은 미역의 제주도 방언이 ‘매역’인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미역은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다이어트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물기를 머금게 되면 크게 불어나는 특성을 이용한 다이어트와 각종 성인병 치료 효과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식사와 운동을 하면서 미역으로 다이어트를 도우면 꽤 효과가 높다고 하는데요, 미역은 식물성 섬유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위에 들어가면 수분과 만나 수십 배나 부피가 늘어나 포만감을 쉽게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칼슘과 요오드 등 미네랄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와 산모, 수유부에게 특히 좋은 음식입니다. 예부터 한국에서는 산모의 필수적인 일상음식으로 여겼는데, 삼칠일 이내의 산모에게 출산 직후에는 살생을 막는다는 뜻에서 쇠고기 대신 말린 홍합을 넣어 끓였고 아기를 낳은 지 오래되면 쇠고기나 닭고기 등을 넣어 끓여줬다고 합니다.

산모가 먹을 미역을 살 때는 값을 깎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데 이는 미역 값을 깎으면 아이의 건강에 좋지 않고 명이 짧아진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미역을 담아줄 때도 미역을 꺾지 않고 새끼줄로 묶어주었는데 이는 미역을 꺾으면 산모가 난산을 한다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또 낳은 후 뿐만 아니라 삼칠일(21일)과 백일에도 미역국과 흰밥을 지어 삼신에게 바치는 민간신앙이 있습니다.

이처럼 미역은 산모들과 관련한 풍습이 많은데요, 이는 고문헌에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8세기 초에 중국 당나라 서견(徐堅) 등이 현종의 명에 따라 편찬한 <초학기>에는 ‘고래가 새끼를 낳은 뒤 미역을 뜯어먹고 산후의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을 보고 고려 사람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인다’고 적혀 있습니다.

또 조선시대 여성들의 풍습을 기록한 <조선여속고>에는 ‘산모가 첫국밥을 먹기 전에 산모 방의 남서쪽을 깨끗이 치운 뒤 쌀밥과 미역국을 세 그릇씩 장만해 삼신(三神)상을 차려 바쳤는데 여기에 놓았던 밥과 국을 산모가 모두 먹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산모들은 삼칠일(21일)동안 미역국을 먹는데 미역이 산후에 늘어난 자궁의 수축과 지혈은 물론이고 조혈제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산후에 오기 쉬운 변비와 비만을 예방합니다. 또한 출혈로 인한 철분과 임신 중 아기에게 빼앗긴 칼슘을 보충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생일을 맞은 사람에게 미역국을 끓여주는 것도 산모의 영양 보충을 위해 미역국을 끓여주는 것을 보고, 한 해 동안 건강하라는 의미로 끓여주는 것으로 옮겨간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한방에서 미역은 해채(海菜)나 감곽(甘藿), 자채(紫菜), 해대(海帶) 등으로 불리는데요,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해채(미역)는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 효능은 열이 나면서 답답한 것을 없애고 기(氣)가 뭉친 것을 치료하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혈관 관련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는 물가나 물속에 자생하거나 서식하는 생물이 좋다”고 하는데 다시마, 미역 등이 이에 해당하며 여기서 말하는 혈관 관련 질병이란 바로 성인병을 지칭합니다.

미역은 중금속과 오염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점질성 다당류인 알긴산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인체의 골격과 치아를 형성하는데 필수적인 칼슘과 정신을 안정시키는 칼륨, 암발생을 억제하는 셀레늄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또한 미역 속에 들어있는 히스타민 성분은 혈압을 낮추어주는 강압작용을 해주며 암세포를 억제하는 항암효과와 더불어 장운동에도 탁월해 장을 건강하게 해줍니다. 이 외에도 해독작용, 산도조절, 염분배출, 변비예방 및 치료, 갑상선 호르몬 등에도 큰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런 미역은 고려시대에 이미 중국에 미역을 수출했다는 기록도 있는데요, <고려사>에는 “고려 11대 문종 12년(1058)에 곽전(바닷가의 미역 따는 곳)을 하사했다”는 기록과 “고려 26대 충선왕 재위 중(1301)에 미역을 원나라 황태후에게 바쳤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고려 인종 때인 1123년에 송나라의 사신 서긍이 편찬한 <고려도경>에는 “미역은 귀천없이 즐겨 많이 먹고 있다. 그 맛이 짜고 비린내가 나지만 오랫동안 먹으면 그저 먹을 만하다”고 전합니다. 조선시대에는 궁중의 진상품으로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런 미역은 시험을 볼 때 미끄러진다는 속설로 인해 꺼리기도 하는데요, 이는 구한말 일제 침략자들이 조선군대를 강제로 해산시킨 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군대를 강제로 해산시키는 일이 당시에는 대단히 놀랍고 두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해산이란 말을 직접 쓰지 못하고 한자어는 달라도 소리가 같은 해산(解産)으로 대신했고 여기에서 연상되는 ‘미역국 먹다’라는 말로 그 뜻을 전한 것이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미역국 먹다’가 ‘해산당하다’라는 뜻의 은어가 된 셈인데요, 때문에 1957년 한글학회가 발간한 큰 사전에는 ‘미역국 먹다’를 지금의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무슨 단체가 해산되거나 또는 어디에서 떨려나오는 것을 이르는 변말’이라고 전합니다.

해산 당하다는 뜻과 함께 미역의 미끄러운 느낌으로 인해 시험에 떨어진다는 속설이 생겼지만 실제로는 미역국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지구력이 생기고 머리가 명석해진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미역과 관련, 지난 2010년 10월 13일자 <연합뉴스>는 흥미로운 기사를 전하고 있습니다.

부산 기장군은 북한의 산모와 어린이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적인 차원에서 기장지역 특산물인 ‘기장미역’(컨테이너 1대 분량)을 전달할 계획으로 19일 부산경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소개합니다.

기사에 보면 기장군은 미역 이외에도 기장지역 특산물인 멸치와 다시마, 흑미 등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연평도 사태로 인해 지원이 지속되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처음 이 사업을 기획했을 당시를 짐작해보면 북녘의 산모들과 어린이들에게 좋은 미역을 먹이겠다는 그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어서 남북 사이에 긴장관계가 해소돼 남과 북이 미역은 물론이고 멸치, 다시마를 아무렇지 않게 나눠먹을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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