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연평도 포격전 이후 첫 공식 축사를 통해 기존 대북정책 패러다임을 비판하며 사실상 흡수통일 추진을 시사했다.

현인택 장관은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면서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확고히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 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3대세습 본격화’,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은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기존의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되돌아보게 한 계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극단적 선택을 규탄하기에 앞서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어떻게 관리해왔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왜 이같은 결과로 나타났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반성도 없다.

다만 “북한의 극단적이고 무모한 도발을 보면서 북한의 실체를 바로 보게 되었다”는 언급만 있다. 북한의 본질과 실체가 원래 그럴 뿐이라는 논리다.

물론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무력행사임에 틀림없지만, 왜 대북 포용정책을 폈던 이전 정부들에서는 이런 극단적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발생했더라도 위기국면으로 비화되지 않았을까?

적어도 오늘날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비극적인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데는 현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크게 한몫하고 있음에 틀림없고,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관리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과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통일부 장관이라면 먼저 이 점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할 것이다. 목소리를 높이더라도 먼저 사죄하고 반성의 자세를 보인 뒤에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 아닌가.

또 하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점은 ‘북한 버릇고치기’의 연장인 ‘북한의 근본적 태도 변화’나 ‘흡수통일’의 다른 말인 ‘한반도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겠다는 공언은 있지만 아무런 방법론이나 대책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겨우 ‘건전한 통일준비 논의’를 ‘국가적 과제’로 제시한 것이 전부다. 8일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도 이에 대해 “정부가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이런 상황 인식을 토대로 지금까지 해왔던 대북정책들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에 대한 검토와 모색, 고민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씀”이라고 해명했다. 아무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큰소리는 칠 수 있다. 그러나 책임있는 고위 당국자가 아무 내용도 대책도 없이 그저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다.

문제는 북한이라는 상대방이 있고 상대방을 움직일 수 없는 어떤 호언이나 정책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은 뻔한 이치다.

3년 가까이 현 정부가 ‘원칙있는 남북관계’를 강조해왔지만 실제로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급기야 국민들이 전쟁 위협을 느낄 지경에 다다랐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축사에는 사죄와 반성도, 비전과 정책도 없다. 그렇다면 입을 다물고 있든지, 교체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여론이 일어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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