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관호(84)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참빗살나무
무릇 결실은 성장의 총화요
열매를 터트림은 내년을 기약하는
저 참빗살나무의 작별 인사다
인고의 여름 역사를 마치고
늦가을 된서리가 신호라도 되는 듯
축적된 겸손이 드디어 이마를 찢고
새빨간 씨알 알갱이를 내뱉는다
그 이리따움에 보석이 부끄럽고
그 현란함에 보는 눈이 부시다
새들이 쪼려고 모여들리라
바람이 점잖게 쓸며 흔들리라
눈이 내려 덮이면 더 처연하겠지
우리의 지성(知性)도 저렇듯 여물어서
말년의 재말랭이에 올라섰을 때
환희의 송가로 폭발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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