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라늄 농축, “지난 정부 탓하기보다 책임져야”

“이 정부는 지난 정부를 탓하기 보다는 이렇듯 북한 농축우라늄계획(HEUP)이 최근 1-2년 사이에 진행된 사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26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에 대해 청와대 인사들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개발에 대해 알고 있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은폐해 왔으며, 당시 관련자들은 이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 공식 반박문을 냈다.

이날 낮 서울 시내 한 사무실에서 만난 임동원 전 장관은 “여러 신문들이 이 문제를 많이 보도했기 때문에 해명, 반박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아서 몇 사람들과 의논해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반박문에는 1997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계획 의혹이 불거진 때로부터 2002년 10일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 방북을 계기로 미국이 확증을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과장했다가 이후 목소리를 낮춘 전 과정이 소개돼 있다.

▲26일 낮, 서울 한 사무실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과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임 전 장관은 “과거 2002년에 우라늄 농축 의혹이 나왔을 때는 결국 제네바합의가 파기되고 북한의 플루토늄 핵실험 때문에 의혹이 계속되지 않았는데, 최근 1,2년 내에 다시 우라늄 농축문제가 제기됐다”며 “현 정부는 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도 의문이고, 여기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도 못하고, 이걸 막지도 못하면서 8년 전의 얘기를 가지고 과거 정부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운다는 것은 책임 회피용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임 전 장관은 “자주 핵시설을 방문한 스탠포드의 핵 물리학자 해커 박사라든가 존 루이스 교수, 이들이 2008년 말에 갔을 때는 이런 시설이 전혀 없었고, 북에서 보여준 수 백 개의 원심분리기는 다 새 것이었다”며 “미국의 다른 전문가의 글을 보니까 '분명히 북한에서 만든 것 같지는 않고 다른 데서 들여온 것 같은데,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제재, 봉쇄 정책은 실패로 돌아간 것 아닌가' 이렇게 썼더라. 해커 박사도 더 이상 악화되기 전에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전, “용납할 수 없는 일.. 우리 정부 대결정책 때문”

최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해서는 “정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면서도 “대결관계를 확대하고 긴장을 높이려고 하기 보다는 어떻게 긴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양측이 다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 전 장관은 먼저 “지금은 분노의 시기”라며 “어떻게 우리 영토에 대해서 포격을 가 할 수 있느냐. 더구나 민간인 피해도 생겼다.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고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는 “북한에도 책임이 있지만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과거 정부가 했던 화해협력 정책 집어치우고 대결정책을 써왔기 때문에, 북한한테 고개 숙이고 들어오라 굴복을 강요하는 정책을 써왔기 때문에 결국은 계속 관계가 악화돼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전 정부부터 해결하지 못했던 NLL(북방한계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발표한 10.4선언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실현되지 못한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임 전 장관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선 개념의 NLL을 면 개념으로, 바다에서도 비무장지대로 바꾸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것으로, 이걸 남북이 합의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진전이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이것을 이 정부 들어와서 부정했기 때문에 서해 바다는 계속 긴장의 바다, 충돌의 바다가 돼 버렸다”며 “벌써 작년도 대청해전, 금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 등 우리 귀중한 젊은 사람들 인명피해가 얼마나 났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남북이 마주앉아 대화 협상하고 긴장완화 조치 취해야”

그는 △첫째,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된다. △두 번째, 10.4선언에 기초해서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 6자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 평화협상을 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그는 “당장에 남북이 대화하고 협상해야 한다. 그래서 서해지역에서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러지 않는 한 이런 사건들은 계속 반복될 것이고 에스컬레이트(escalate, 확대) 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해결책은 남북이 마주앉아서 대화하고 협상하고 긴장완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전협정 직접 당사자인 4개국이 협상해서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를 일으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며 “미국과 중국과의 갈등관계가 심화된다면 참 우리한테는 더 어려운 상황이 닥쳐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피스 키핑(peace keeping)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스 메이킹(peace making)을 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을 덧붙이면서.

‘북우라늄 은폐 주장’에 대한 반박문

임동원 전 통일외교안보특보

신문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일부 인사들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개발에 대해 알고 있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은폐해 왔으며, 당시 관련자들은 이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과거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을 부정하고 출범한지 벌써 3년이 되어 온다. 도대체 이 정부는 지난 3년간 무엇을 했길래 북한의 농축우라늄 개발을 막지 못했단 말인가? 2009년 초까지만 해도 없었던 영변의 농축 우라늄 핵시설을 저지하지 못하고 심지어 제대로 문제 제기조차 하지 못했지 않는가? 자기의 책임을 모두 지난 정부에 뒤집어씌운다고 책임을 모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의 농축우라늄계획 의혹에 대해 김대중 정부는 은폐한 적도 없고, 북한 편을 든 적도 없다. 북핵문제의 해결이 중대한 정책목표인데 무엇을 위해 은폐를 하고 북한 편을 든단 말인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계획(HEUP) 의혹은 1997년 미국 언론에 크게 보도되어 세상에 알려지기 전부터 한미 양 정보기관이 가장 높은 우선수위로 긴밀히 협조하며 추적해 온 사안이었다. 그러나 2002년 여름까지 한미 정보기관은 우라늄농축계획 의혹과 관련된 이렇다 할 확증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

그러다가 2002년 10월초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 일행의 방북을 계기로 고농축 우라늄 개발 의혹이 제기하면서, 같은 달 미국 정보기관은 한국정부에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시설을 지하에 건설 중에 있으며 원심분리기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2005년 초부터는 년 2-3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는 정보판단을 우리 측에 통보해 왔다. 이 내용은 곧 미 의회 보고로 세상에 알려졌다.

미측의 통보에 대해 국민의 정부의 입장은 분명했다. 우리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개발에 단호히 반대하지만, 이 문제가 북한 핵활동을 동결시킨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의 틀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따라서 국민의 정부는 확증되지 않은 첩보 수준의 정보에 대해 그 신뢰성을 우려하고, 한미 양국 정보기관에 의한 확증 확보 노력을 계속할 것을 미국 측에 요청하였다.

국민의 정부가 가장 우려한 것은 고농축 우라늄 개발 의혹이 확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가 파기되고,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이 아닌 플루토늄으로 핵을 개발하는 사태였다. 불행히도 이러한 우려는 북한이 플루토늄에 의한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현실로 나타났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개발 의혹은 그 실체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2007년 2월 미 정보당국자는 미 상원에서의 증언을 통해 그 프로그램이 현존하는지에 대해서는 중간 수준의 신뢰도를 갖고 있다고 신뢰도 등급을 하향하는 발언을 하는 등 그 불확실성에 대해 논란이 있어왔다. (New York Times “U.S. Concedes Uncertainty On Korean Uranium Effort" 2007.3.1.) 힐러리 국무장관도 부시행정부가 제기한 고농축 우라늄 문제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다며, 미국의 정보보기관 안에서도 논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2009.2.15)

북한은 2002년 고농축 우라늄 의혹이 제기된 지 8년이 경과한 지금 자체 기술로 실험용 경수로를 건설하고, 경수로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도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얼마 전 영변 핵시설을 보고 온 핵문제 전문가 헥커 박사에 의하면, 북한 측이 최근에 확보된 것으로 보이는 새 원심분리기 시설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농축 우라늄 계획을 공공연히 발표하고, 그들이 미국 과학자에게 보여준 농축 우라늄관련 시설들이 최근의 것이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3년간 무엇을 하고 이를 수수방관했나? 도대체 영변의 농축 우라늄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알기나 한 것인가?

이 정부는 지난 정부를 탓하기 보다는 이렇듯 북한 농축우라늄계획이 최근 1-2년 사이에 진행된 사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2010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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