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을 사이에 두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이산가족들. 창문이 버스 뒤쪽 밖에 없어 손을 잡지 못하는 가족들이 많았다.[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60년 만에 감격적으로 만나 꿈에 그리던 육친의 얼굴을 보듬었던 남북 이산가족들이 2박 3일간 금강산에서 열린 상봉 행사를 모두 마치고 눈물로 얼룩진 작별인사를 나눴다.

3일부터 시작된 2차 상봉에 참가한 남북 이산가족들은 5일 오전 9시 금강산 호텔에서 1시간 동안 열린 작별 상봉에 참여하는 것으로 재회를 마무리 했다. 남북 이산가족을 통틀어 최고령인 남측 김부랑(97)할머니가 건강 악화로 불참했지만 동반가족인 아들 권오인씨가 상봉장에 나와 남측 93명(동반가족 43명 별도)과 북측 203명이 상봉했다.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최성익 북한 조선적십자회 부위원장은 이산가족 사봉 정례화문제와 관련 “우리는 이미 남측에 그 문제는 (다른사안과) 연계되어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고 밝혔다.

최 부위원장은 이날 이산가족 2차 행사 작별상봉 전 남측 취재진과 만나 “1차에 이어 2차 (상봉) 행사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한 뒤 “상봉정례화 등 추가 상봉문제는 향후 적십자 회담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25일 열리는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문제를 금강산 관강재개, 대규모 인도적 쌀 지원문제 등과 연계해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5일 금강산에서 개최된 남북이산가족상봉 행사에서 작별상봉에서 남측 임사실(80.가운데)씨가 북측 여동생들과의 헤어짐에 아쉬워하고 있다.[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작별상봉이 시작되자 이산가족들은 서로의 무병장수를 빌며 2박 3일 간의 재회를 정리했다.

6.25때 헤어진 남측 아버지 노중준(92)씨와 상봉한 북측 아들 원춘(67)씨는 남측의 이복 형제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를 남측의 여동생 성애(54)씨가 가져온 동영상 카메라에 담았다.

남측 설진희(72)씨는 북측 오빠 설진구(79)씨에게 “잘 주무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넨 뒤 전날 전달하지 못한 파스를 건넸다. 북측 올케 최진숙(72세)씨가 “그게 뭐냐”고 묻자 진희씨는 “아픈 데 붙이는 거”라고 답해줬다.

비교적 담담하게 석별의 정을 나누던 가족들은 “작별상봉 종료가 10분 남았습니다”란 안내방송이 나오자 동요하기 시작했다. 간간히 들리던 웃음소리가 모두 사라지고 금강산 호텔은 이내 통곡과 눈물로 가득 찼다.

▲ "어떻게 형보다 더 늙어보야 이놈아"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형(왼쪽)이 동생의 얼굴을 부여잡고 흐느끼고 있다.[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정확히 10분 “여러분 이제 작별상봉이 끝났습니다.남측 가족은 먼저 나가셔서 차에 타시고 북측 가족은 남측 가족이 승차를 끝낸 후에 나가십시요”란 마지막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상봉장은 부둥켜 안고 울부짖는 사람, 뒤늦게 큰 절을 올리는 사람들로 어지럽게 뒤엉켰다.

지난 이틀간의 상봉에서 북측 행사 요원들의 눈치를 보며 언행을 극도로 자제했던 북측 가족들은 더 이상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루지 않았다.

난생 처음 만난 남측 시어머니 김차금(90)씨의 얼굴을 부비며 작별을 아쉬워한 북측 곽을선(55)씨, 상봉장 도착 순간부터 울기 시작한 남측 김병춘(84)씨에게 “울지 마십시오.이렇게 만나지 않았습니까”란 말로 달랜 올케 정정삼(73)씨 등 상봉장 94개 테이블마다엔 한 맺힌 94가지 드라마가 펼쳐졌다.

남측 가족들은 뒤에 남아 연방 허리를 굽히고 손을 흔드는 북측 가족들을 몇 번이고 돌아보며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뗐다. 남측 가족들이 호텔 밖에 주차해 있던 버스 7대에 탑승하기 무섭게 북측 할아버지 할머니등 200여명은 버스 차창 옆까지 거의 뛰다시피 걸어갔다.

버스에 앉아 쏟아지는 눈물을 닦아내던 남측 가족들은 필사적으로 차창을 두드리며 북측 가족들에게 “여기야 여기”를 연발했다.남측 조윤수(78)씨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 못하는 북측 여동생 조명수(73)씨에게 “오빠 걱정마라.100살까지 살 테니”라고 말하다 함게 울어버렸고, 한신옥(90) 할머니는 버스 밖에서 손 흔드는 북측 아들 김광윤씨와 ‘고향의 봄’을 합창한 뒤 “기쁘다”고 외쳤지만 얼굴은 눈물범벅이 돼있었다.

▲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남측 가족들에게 손을 흔드는 북측 가족들.[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측 가족들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버스에 바짝 기대 울던 북측 가족들은 버스가 시동을 건 뒤에도 좀처럼 버스에서 떨어지지 못했다. 손수건으로 쏟아지는 눈물을 닦아내던 북측 가족들을 뒤로하고 남측가족들이 탄 버스는 오전 10시 25분 금강산 호텔을 떠났다.

남북 이산가족들이 2박3일간 함께한 시간은 도합 11시간, 60년 이산의 한을 달래기엔 많지 않은 시간이었다. 한 이산가족은 “TV에서 다른 이산가족들의 작별상봉 장면을 봤을 때는 이런 기분을 들 줄 정녕 몰랐다”며 작별과 상봉은 서로 반대말인데 작별을 위한 상봉이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북측 혈육들과 이별한 뒤 숙소인 외금강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남측 가족들의 얼굴은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오후 1시 금강산 지구를 떠난 남측 이산가족들은 육로를 통해 남측에 돌아왔다. 지난 3일 시작된 이번 이산가족 상봉 2차 행사에서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두 차례의 단체상봉과 한차례의 개별상봉을 하고 점심과 저녁식사도 한 번씩 같이 했다.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진행된 1차 상봉에서는 북측 상봉 신청자 97명(동반 가족 13명 별도)과 남측 가족 436명이 만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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