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 뜻깊은 상봉은 '우리민족끼리'의 기본정신에 따라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을 반드시 이룩해나가려는 우리의 확고한 의지와 성의있는 노력에 의해 마련되었습니다."
2010년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행사 북측단장인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저녁 7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1층 대연회장에서 열린 상봉 첫날 환영만찬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북측 단장 연설(전문) 보기]
최 단장은 6.15공동선언에 따라 지난 10년간 금강산은 남북으로 흩어진 가족들이 혈육의 정을 나누고 남녘 동포들이 통일조국의 미래를 그려본 뜻깊은 통일의 명소였다고 지적하고, "지금 북남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처해 있고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는 등 대결의 냉기가 가셔지지 않고 있지만 화해와 단합, 통일에로 나아가는 우리 민족의 열망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과 남으로 갈라진 그리운 혈육들이 한두번의 상봉으로 가슴에 쌓인 소원을 다 풀 수는 없다"며 "대결과 불신의 장벽을 허물고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디딤돌을 마련해준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의 기본정신인 '우리민족끼리'의 이념을 고수하고 이행하는 길에 통일도 있고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가슴속 상처를 영원히 가실 수 있는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만찬사에 나선 유종하 대한적십자사(한적) 총재는 "오늘 만남에서 저는, 분단된 현실도, 60년의 세월도, 결코 갈라놓을 수 없는 그 모습을 또 한 번 온몸으로 느끼고 확인했다"고 소회를 피력한 뒤 "분단으로 인한 고통, 이산의 아픔은 어떠한 정치적 상황과도 연관 없이 순수한 적십자 인도주의 원칙 하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남측단장 만찬사(전문) 보기]
그는 "그간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라도, 남과 북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면서 지난 26~27일 개성 남북적십자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다음달 25일 후속회담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했다.
남측이 주최한 이날 만찬에는 해파리 냉채, 잡채, 갈비찜, 모듬전을 비롯해 각종 술과 과일, 음료수 등이 제공됐다. 60년만의 첫 식사를 함께 한 남과 북의 가족들은 서로에게 음식을 떠먹이고 술을 건네는가 하면 서로 더 먹으라고 접시를 내밀려 그동안 가슴 속에 품어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헤쳤다.
짧은 두 시간의 만찬이 끝나고 첫날 상봉을 정리할 시간, 남쪽 정규채씨가 '꿈에 본 내고향'을 구성지게 부르자 주변 가족 모두가 눈물을 훔쳤다.
남북 가족들은 서로에게 "아프지 말라"며 이튿날 개별상봉을 기약했다. 시어머니의 오빠를 처음 만난 남쪽 신일우(44)씨는 "밥을 같이 먹으니 서먹하던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 같다"며 "또 다를 내일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