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행사에 참가한 남과 북의 가족들은 30일 오후 3시10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단체상봉이 시작되자 서로 부둥켜안고 노래르를 부르며 60여년 이산의 서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만난 감격에 빠져들었다.

이번 이산가족상봉행사 첫 공식 일정인 단체상봉에서 남과 북의 가족들은 서로 가지고 온 사진을 보여주며 헤어져 살았던 긴 세월에 쌓인 추억을 나누기도 했고, 남북에 떨어져 사는 가족들의 근황을 서로 물으며 꼼꼼하게 확인하기도 했다. 다수의 북측 참가자들은 '영웅 훈장'과 상장을 내보이며 자랑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행사는 오후 3시 10분께 북측 노래 '반갑습니다'로 시작해 오후 5시께 북측 노래 '다시 만나요'로 끝났다.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남측 가족들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상봉장에 먼저 들어서 지정된 자리에 앉아 대기했고, 뒤이어 북측 참가자들이 상봉장에 들어서자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왔다. 단체상봉이 마무리될 무렵 북측 성길용(79)씨를 만나러온 남측 동생 성진수(76)씨가 어지러움을 호소해 응급차에 실려 숙소로 후송되기도 했다. 오후 5시께 북측 참가자가 먼저 퇴장하며 첫 단체상봉이 마무리됐다.

O 온 가족이 '고향의 봄' 합창

이날 단체상봉 때에는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이 60여년 만에 만난 감격에 겨워 어릴 적 함께 부르던 노래를 합창하기도 했다. 북측 태우균(82)씨를 만난 남측의 남매들은 서로 손을 꼭 잡고 '고향의 봄'을 불렀다. 태우균씨의 여동생은 "우리가 이 노래를 함께 부르며 살았어야 하는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O 고령자, 어지러움 호소해 응급차로 후송

단체상봉 도중 한 남측 고형 참가자가 응급차에 실려 숙소로 후송되기도 했다. 북측 형님 성길용(79)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남측 동생 성진수(76)씨는 단체상봉이 끝날 무렵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대한적십자가 의료진은 "우울증, 치매 증상이 있었던 성씨가 오래도록 앉아 있어서 힘들어 했다"며 "혈압 등은 정상이라 큰 이상이 없어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O "북측 가족도 채워달라"

헤어진 뒤 60년간 두툼해진 남측 가족의 가계도를 보여주는 이산가족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북측 김제국(83)씨를 만나러 온 동생들은 남측 가계도를 형에게 보여준 뒤 "이걸 갖고 형님의 북쪽 가족들도 채워달라"고 했다. 제국씨의 남측 동생들은 "어차피 다 같은 핏줄 아니냐"며 "다시 만날 때 꼭 채워서 갖고 오시라"고 당부했다. 북측 리종렬(90)씨와 만난 이종식씨 등 남측 동생들도 "우리의 가족이 이렇게 늘었다"며 가계도를 보여주자, 종렬씨는 "이렇게 늘었느냐"며 흐뭇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O 애써 담담했던 최고령 상봉자

이번 상봉단의 최고령자인 김례정(96)씨는 60여년 만에 이뤄지는 북측 딸 우정혜(71)씨와의 만남을 앞두고도 담담한 표정이었다. '긴장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긴장은 무슨, 딸 만나는 데 좋기만 하지"라며 웃었다. 하지만 막상 딸 정혜씨를 만나자 "너를 어떻게..., 꿈에서만 보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혜씨의 남측 오빠 우영식씨도 "고맙다. 우리를 찾아줘서"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영식씨는 '1.4 후퇴' 때 황해도 연백에서 뒤따르던 동생을 "금방 다녀오겠다"며 남겨두고 온 것이 두고두고 한이었다. 정혜씨는 남측 오빠 영식씨를 찾으려고 상봉신청을 했으며 노모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은 이번 상봉을 위한 생사확인 과정에서 뒤늦게 알게 됐다. 김례정-우정혜씨 상봉은 이번 97가족 상봉단 중 유일한 모녀상봉인데다 4남매가 모두 상봉장에서 만나게 돼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만큼 살아온 환경이 달랐던 것일까. 정혜씨는 가족을 만난 내내 챙겨온 훈장과 상장, 상품을 자랑했다. 북에서 경제.공업대학 2곳을 이수한 그녀는 '영웅 훈장'을 비롯해 '전국선군시대 공로자회 표창' 등 20여개의 훈.포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70살이 넘은 나이에도 현역 공장 지배인으로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봉장을 찾은 최성익 북측 이산가족방문단장(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우정혜씨와 관련해 "애국자도 큰 애국자를 두셨다"며 "남쪽에 돌아가셔서 자랑하셔도 되겠다"고 거들었다. 북측 취재진 역시 "인민영웅 칭호만큼은 아니지만 우정혜씨의 훈장들은 격이 매우 높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김례정 할머니는 "내가 얘를 만나려고 지금까지 오래 살았나 보다"고만 답했다. 김 할머니는 "어쨌든 북측에서 큰 어려움 없이 살아온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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