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사상 최초로 남북한 군 최고당국자 회담이 개최된다. 북한의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17일 아침 남한의 조성태 국방장관에게 남북한 국방장관급 회담을 오는 25-26일 제주에서 열자고 공식 제안하였다. 중국 <인민일보>는 김일철 부장이 판문점 유엔사령부 정전위원회를 통하여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신을 남한측에 전달했다고 17일 보도하였다.
김일철 무력부장은 북한의 실질적인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방위원회(위원장: 김정일) 부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김 부장은 이 서신에서 대표단을 남북한 각각 20명 규모로 하여 25-26일 양일간의 일정으로 회담을 갖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장소와 관련하여 북한은 애초 홍콩이나 북경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적으로 제주를 택하여 그 배경이 주목된다.
애초 제3국을 회담장소로 한 것은 이 회담이 민감한 안보관련 사안을 다루기 때문에 군부가 보안문제를 제기하여 선호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정책결정집단 내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구체화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한 당국자간 회담이 다방면에서 추진되는 가운데 굳이 제3국에서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민감한 군사문제를 협의하는 회담도 한반도내에서 함으로써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밝힌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원칙을 부각시키는 효과도 고려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 서신에서 김일철 부장은 평양측이 회담장소를 홍콩 대신 남한으로 결정한 것은 6.15 공동선언을 진지하게 이행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고 <인민일보>가 전했다.
남북 군사당국자간 회담은 그동안 남한당국이 강력히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해 북한은 그간 군부와의 의견 조율에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당국은 군사문제는 미국과 해결한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국방장관급 회담에 북한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인민일보>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경의선 철도복구사업과 개성-문산간 도로 설치 등 남북이 합의한 사항을 논의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한편 남한당국은 이 회담에서 양측간 군사 직통전화 설치와 상호신뢰구축 방안을 논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분단 후 처음 열리는 국방장관급 회담이 남북간 신뢰구축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군 당국자간 상호이해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25-26일의 첫 회담은 향후 회담의 방향과 관련한 남북한 군 당국의 기본 입장을 상호 이해하고 참여 인사들간의 유대를 도모하는 성격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서보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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