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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대북 쌀지원, 통일부의 '아전인수' 정부 남북협력기금은 되고, 지방자치단체 기금은 안 되고
정명진 기자  |  mjjung@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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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10.11  15: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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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인도적 지원단체들이 가장 큰 불만은 통일부의 애매한 기준이다.

통일부의 유일한 대북인도적 지원에 대한 원칙은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사업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별적인 사업에 대한 통일부의 불허, 승인 여부를 살펴보면 '입맛대로' 행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한 단체가 북한 영유아, 어린이를 위한 콩우유 원료를 보내려고 신청을 하면 통일부는 '콩원료는 전용될 수 있기 때문에 콩우유 완제품을 보내라'고 한다. 평양 지역 임산부와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사업을 신청하면 '평양에 사는 사람들은 취약계층으로 볼 수 없다'며 불허한다.

민간단체가 더 당황스러워 하는 것은 단체별로 적용하는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몇몇 단체에 한해서만 평양지역에 대한 인도지원과 콩우유 완제품이 아닌 콩원료의 반출 신청을 허용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대북 쌀지원이 문제가 됐다. 통일부는 한적 차원의 대북 쌀지원 5,000톤을 추진하면서 민간단체에 대한 대북 쌀지원을 허용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대북 쌀지원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않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간단체인 '통일쌀 보내기 경남운동본부'는 대북인도적 지원단체인 '경남통일농업협력회' 명의로 경상남도 협력기금 10억 원과 민간단체의 모금 1억 원으로 마련한 쌀 620톤을 12일 반출하겠다고 신청했다. 지자체의 기금이 포함됐지만 민간단체를 통해 보내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그러나 통일부는 지난 8일 "정부 차원(지방자치단체 포함)에서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로 지자체 대북 쌀 지원 승인을 보류했다"고 해당단체에 통보했다. 지자체 지원을 정부차원의 지원으로 묶은 것이다. 그리고 굳이 보내고 싶다면 620톤 중 민간단체가 마련한 쌀 58톤만 보내라고 했다.

통일부가 경남운동본부에 대북 쌀지원에 대한 보류 결정을 통보하던 날 오전, 통일부 당국자에게 물었다.

기자 : "지자체 기금이 들어간 민간단체의 쌀지원은 민간단체의 지원인가? 지자체의 지원인가?"

통일부 당국자 : "성격을 하나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지자체는 민간단체 사업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 있다."

지자체도 민간단체 카테고리에 포함되어 있다면, 지자체를 정부차원으로 묶어서 해석한 이번 결정은 이같은 규정에 위배된 것이다. 또 통일부 스스로 '민간단체의 수해지원용 쌀지원은 허용하겠다'는 원칙과도 맞지 않다.

이번 결정에 대한 오류는 한 가지 더 있다. 대한적십자사의 대북 쌀지원이 결정될 무렵, 통일부 당국자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기자 :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이 들어간 대한적십자사의 쌀 지원은 정부 차원의 지원 아닌가?"

통일부 당국자 : "남북협력기금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이번 지원은 한적 차원의 지원이다. 정부 차원의 쌀 지원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이번에 한적 차원의 쌀 5,000톤을 포함한 대북수해지원의 재원 139억 원은 남북협력기금(86억 원), 양곡관리특별회계(53억 원) 등 모두 정부 기금으로 마련됐다.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이 포함된 한적의 대북지원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아니다'라는 논리에 따르면, 지자체 기금이 들어간 민간단체의 지원도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아니지 않는가?

통일부는 이같은 비판의 의식해서였던지, 이번 경남운동본부 사업에 대해 보류 통보를 하면서 "북한 수해지역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국가 차원에서 긴급 구호를 위해 이미 5천 톤의 쌀을 지원키로 하였으며"라고 적어, '한적 차원'을 '국가 차원'으로 바꿨다.

'국가 차원'은 또 무엇인가? '정부 차원'인가? '한적 차원'인가? 아니면 이 둘을 뭉뚱그린 말인가? 대북지원에 대해 통일부가 '국가차원'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처음 들어본다.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해야 할 때는 '한적 차원'이라고 했다가, 지자체의 기금이 들어간 지원을 막기 위해서 한적의 지원은 '국가차원'이었다며 말을 바꾼 것이다.

통일부는 원칙을 지키기 보다는 원칙에 벗어난 상황에 대한 변명거리를 만들어 내는 데만 몰두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통일부는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만이라도 지켰으면 좋겠다. 먼저 그 원칙이 지킬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부터 재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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