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의 입장에서 ‘민족’ 문제를 고찰한 책이 나왔다.

일본에 있는 민족학교인 조선대학교 강성은(康成銀) 교수가 낸 『朝鮮の歷史から ‘民族’を考える』(『조선의 역사에서 ‘민족’을 고찰한다』). 일본어로 아카시쇼텐(明石書店)에서 발간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최근 민족문제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무엇보다 먼저 반가움부터 가는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발간하게 된 이유에 대해 “민족적인 존재인 재일조선인에 있어, ‘민족’에 대한 이해는 그 자체로 자기 인식과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서, 또한 ‘민족’에 대한 이해는 “일본사회의 민족차별과 조선반도(한반도)의 분단이라는 상황 속에서 우리들 재일조선인이 생긴 적극적 의미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문제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민족문제를 자신의 전공인 조선사의 맥락 속에서 고찰하고자 했다면서, 구체적으로 “‘일국사(一國史) 완결’적인 방법에서가 아니라, 동아시아ㆍ세계사, 재일조선인사(在日朝鮮人史)와의 관련에 이르기까지 논의를 넓게 나아가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민족’이라는 하나의 화살로서 △재일조선인사, △조선사, △동아시아 및 세계사라는 세 개의 표적을 동시에 쏘려고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방법이 “재일조선인의 역사적 경험을 특수성의 문맥만으로 끝내려는 것이 아니고, 보편성의 문맥에서 말하려고 하는 방법론”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은 모두 23개의 글로 되어 있다. 1부터 17까지는 2007년 10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15개월에 걸쳐서 <조선신보>에 격주로 연재됐던 글이며, 18부터 23까지는 이제까지 발표됐던 글 중에서 연재글과 문제의식이 통하는 것을 선택해 수록했다.

얼핏 23개 글의 제목들만 봐도 필자는 ‘민족’문제를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시계열적으로 고찰하고 있는데, 특히 많은 내용을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는 저자의 전공 영역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듯하다.

저자는 이 책이 “재일조선인사회를 계속해서 규정하고 있는 식민지주의와 냉전체제를 극복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던 필자의 이제까지 활동의 보잘 것 없는 산물”이라고 겸손해 하지만, 분명 재일동포라는 ‘한정된’ 처지와 입장에서 ‘거대한’ 민족문제를 다뤘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쉽지 않은 시도이기에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저자인 강성은 교수는 지난 2005년에,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직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당시 일본 특파대사가 일왕에게 올린 출장보고서 초안에 고종이 이에 반대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으나 이를 동의했다는 내용으로 고쳐 적은 사실이 확인된, 을사늑약 당시 일본의 복명서(復命書) 초안의 원문 사본을 공개함으로서 남측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한편, 재일동포 2세로서 1950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한 강 교수는 1973년 조선대학교 역사지리학부를 졸업했으며, 현재 조선대학교 교수이자 도서관장으로 있다. 조선근대사를 전공했다.

주요 저서로는 『1905年韓國保護條約と植民地支配責任』, 『國際共同硏究 韓國倂合と現代』 등이 있으며, 특히 『1905년 한국보호조약과 식민지 지배책임』(도서출판 선인)이 2008년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다음은 『조선의 역사에서 민족을 고찰한다』에 실린 23개 글의 제목이다.

『조선의 역사에서 민족을 고찰한다』에 실린 글 제목

1. 민족, 내셔널리즘의 정의
2. 민족의 형성발전
3. 근현대 일본 대외관계의 기저(基底)
4. 근대 동아시아 3국의 분기(分岐)
5. 조선의 변혁운동과 세계사적 과제
6. 대한제국의 역사적 성격
7. ‘을사5조약’의 법적 효력
8. 반일 의병‘전쟁’
9. 3.1독립운동과 ‘민족대표’
10.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11. ‘식민지근대화’론 비판
12. ‘식민지근대(성)’론의 문제점
13. 식민지시기의 조선인 사학자들
14. 전시 하 일제의 조선농촌수탈정책
15. 재일조선문화재 반환문제
16. 역사교과서문제
17. 재일동포의 현상ㆍ역사ㆍ가능성
18. ‘총포성 없는 전쟁’이 종료되고 있다
19. 38도선ㆍ군사분계선 - 새로운 정전기구와 평화협정의 모색
20. 조선과 일본의 대학생이 만든 조일조약 사안(私案)
21. 조선학교 조선사교과서의 재검토와 변화
22. 인중근의거 100년 - 일본에 있어서 안중근연구의 현황과 과제
23. 한국강제병합 100년 - 식민지 책임ㆍ식민지 범죄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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