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어는 조기 무리와 같이 경골어류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며 난류성 물고기로 민어과에서 가장 크기가 큽니다. 몸길이가 70㎝부터 크게는 1m가 넘는데요, 10㎏이 넘어야 제대로 맛이 난다는데, 30㎏ 가까이 나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민어는 산란기인 여름(7~9월)을 앞두고 기름이 오르는 6월부터 제 맛이 나기 시작해 조선시대만 해도 여름 보양식으로 최고로 꼽혔습니다. 평민들이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먹었다면 양반들은 민어탕을 먹어야 여름을 지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특히 양반들 사이에서도 ‘민어탕이 일품(一品), 도미탕이 이품(二品), 보신탕이 삼품(三品)’이란 말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양반들이 민어를 최고로 꼽은 것은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기 때문으로 살이 많아 전감이나 횟감으로 이용하곤 했습니다. 워낙 크기가 크기 때문에 민어는 참치처럼 부위별로 다른 맛을 내는데요, 배받이는 기름지고 고소하며 쫄깃한 것이 특징이고 운동량이 많은 꼬리·지느러미 부근은 탄력이 강하고, 한가운데는 부드럽습니다.
민어는 크기에 따라 전라도에서는 개우치, 홍치, 불등거리라 했고 경기도에서는 어스랴기, 가리, 보굴치, 암치어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이런 민어(民魚)는 이름 그대로 만백성이 즐겨먹는 물고기라는 뜻입니다. <동의보감>에는 회어, <습유기>에는 면어, <난초어목지>에는 민어라고 했으며 이름 그대로 오랫동안 민중과 함께 살아온 대표적인 물고기로 제사상이나 혼례상에 꼭 오르던 생선입니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세종실록지리지>나 조선후기 <여지도서> 같은 옛 책에도 민어에 관한 기록이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선조들이 민어를 먹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양반들의 귀한 복달임 음식인 민어는 또한 구휼식품이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매년 여름이 오면 대갓님 마나님들이 하인들과 함께 뚝섬이나 광나루 또는 삼개나루터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민어탕을 끓여 서민들에게 따뜻한 식사와 함께 제공하면서 “사직골 김대감집이요”, “배오개 정대감 집이요”라며 소리치곤 했다고 합니다.
이런 민어는 비만과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중품 등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의보감>에는 민어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해 오장육부의 기운을 돋우고 뼈를 튼튼히 하는데 좋은 음식으로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민어는 살이 흰색으로 탄력이 있고 담백하면서도 단맛도 있으며 지방도 적당히 있어 소화, 흡수가 빨라 어린이들의 발육과 노인 및 환자의 건강 회복에 널리 이용되며 불포화지방산,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등이 풍부해 탕, 전, 찜으로 먹어도 좋습니다.
한방에서는 민어가 개위(開胃)하고 하방광수(下膀胱水)한다고 했는데요, 개위는 ‘위장을 열어 식욕이 없는 사람에게 입맛을 당기게 한다’는 뜻이고 하방광수는 ‘배뇨를 도와준다’는 뜻입니다.
민어 알은 숭어 알 다음으로 좋은 어란이며 민어에 소금을 뿌려 말린 것을 암치라 하는데 이것을 곱게 부풀려서 참기름에 무친 암치자반은 빛깔도 곱고 맛이 좋아서 마른 찬으로 구색을 맞출 때 아주 좋습니다.
또한 민어의 부레를 원료로 해서 구슬처럼 만든 아교주(阿膠珠)는 피로를 치유하고 몸이 이유 없이 허약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기침, 코피를 다스린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이외에도 민어부레는 젤라틴을 함유하고 있어 피부를 매끄럽게 하고 탄력을 주는데 도움을 줍니다.
민어부레는 민어풀이라고 해 아교로도 사용되어 왔는데요, 이는 “이 풀 저 풀 다 둘러도 민애 풀 따로 없네”라는 강강술래 메김소리나 “옷칠 간 데 민어 부레 간다”는 속담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 신안군 임자도 일대는 민어잡이 배들로 북적입니다. 옛날 임자면의 태이도에서는 ‘민어파시’가 형성될 정도였으며 일제 때 민어파시는 일본까지 그 명성이 대단해 민어파시가 서면 일본 기생들까지 원정을 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일본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민어는 일본 사람들이 먹는 횟감으로 그동안 즐겨먹던 광어, 농어, 도미보다 맛이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본 방방곡곡을 비롯한 조선 팔도에 <타리민어>라는 상표가 붙어 공급되었으며 이를 생산하는 신안군 임자면의 <타리> 포구는 지나는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획량이 줄긴 했지만 아직도 신안군은 민어가 유명해 7월말부터 8월초에는 민어축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민어는 커다랗게 회로 한 점 먹어도 푸짐하고 탕으로 먹어도 그 시원한 맛이 일품이지만 여유로운 양반들이 어려운 서민들을 구휼하기 위해 여름날 강가에 솥을 매달고 탕을 끓여냈다는 그 이야기가 전해져 그 맛이 더 깊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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