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면서 투옥, 망명, 연금의 고초를 겪었고 죽음의 위협도 수차례 경험하였다. 그 세월 동안 원칙과 신념을 굳건히 지켜 행동하는 양심의 표상을 보여 주었고, 민주주의의 발전과 평화적 정권교체의 위업을 달성하였다.
또한 새 세기를 맞아 1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6.15공동선언을 이끌어냄으로써 분단과 냉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통일과 평화의 새 역사를 여는 데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200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대한민국이 직면한 3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국민 모두가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 줄 것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우려했던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의 위기는 오늘도 지속되고 있다. 권력기관의 민간인사찰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고 경찰에서 피의자를 고문한 사실까지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 반대에도 강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쏟아붓는 막대한 예산은 복지 예산의 축소로 이어져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한숨이 깊어져간다. 부자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사회적 양극화 또한 날로 심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6.15공동선언으로 진전된 평화통일역사의 역주행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에는 군사적 대결의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미연합군사훈련의 강도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자 북이 해안포를 발사하여 응수하였다.
그런데도 이명박대통령은 경색된 남북관계의 해법을 내어놓기는커녕 뜬금없는 “통일세”를 제안하고 나섰다.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고 군사적 대결의 수위를 높이면서 통일세를 이야기하는 것은 북의 붕괴나 흡수통일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북측도 “'북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극히 불순한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또한 식량 부족과 수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녘 동포를 외면하고 그를 돕겠다는 민간의 발걸음마저 가로막는 정부가 통일을 대비한 세금을 걷자고 하면 어떤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지 의구스럽다. 평화와 통일 문제를 한사코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 또한 경박스럽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평화와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고 김대중 전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이 6.15공동선언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남북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이제라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진정 일하고자 한다면 통일세가 아니라 무너진 남북 간의 존중과 신뢰를 회복하는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이하여 남과 북이 평화와 화해의 6.15공동선언 정신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2010년 8월 18일 전북겨레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