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을 향해 120발 정도의 해안포를 기습적으로 발사했습니다. 지난 5일 시작된 남측의 서해훈련이 끝난 직후에 북측은 1차로 백령도 부근을 향해 해안포 10여발을 발사했으며, 2차로 장소를 바꿔 연평도 해역을 향해 또 다시 100여발의 해안포를 쏘았습니다. 이번 북측의 해안포 발사는 범상치 않습니다. 뭔가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느낌입니다.

남측은 북측이 발사한 해안포 가운데 10여발이 NLL 이남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 측도 북측의 해안포 발사에 대해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신호가 아니라면서 다소 이례적으로 즉각적인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라면 제어할 수 없는 차원에서 새로운 수준의 남북 군사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예견케 합니다. 그 근거는 아주 간단합니다.

이번 북측의 NLL 해안포 사격이 기습사격일지언정 예정된 사격인 때문입니다. 남측의 서해훈련에 대해 북측은 지난 3일 전선서부지구사령부가 “강력한 물리적 대응타격으로 진압할 것”, 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예상을 초월한 가장 위력한 전법과 타격수단” 운운했기 때문입니다. 이어 10일에는 노동신문이 “필요한 임의의 시각에 핵 억제력에 기초한 우리 식의 보복성전으로 진짜 전쟁 맛을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남측은 이번 8.8개각에서 외교 국방 통일 장관을 모두 유임시켜 대북 강공책과 대북 제제 국면을 그대로 끌고 나가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명했습니다. 남과 북이 정치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강 대 강’으로 맞붙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거의 필연입니다. 대화는 없고 대결만 있는 현 상황을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