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인천 송도신도시 테크노파크에서 개성공단 기업책임자회의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유동옥 (주)대화연료펌프 대표를 만났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3년 안에 우리 기업 같은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 강소기업) 30여개 정도는 개성공단에서 탄생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개성공단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공단이 되어야 합니다."

지난 5일 인천 송도신도시 테크노파크에서 만난 유동옥 (주)대화연료펌프 대표는 개성공단 기업책임자회의 초대 회장으로서 각오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1시간 반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 회장은 '개성공단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거듭 강조했다. 개성공단에 대한 그의 자부심이 인터뷰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유 회장은 '개성공단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2004년 시범단지로 입주해 개성공단이 경쟁력 확보의 최적의 장소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기 때문이다. (주)대화연료펌프는 올해 7월 중소기업청의 '글로벌 강소기업(히든 챔피언) 육성대상' 81개 업체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가 히든 챔피언으로 선정된 힘도 개성공단에서 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어려운 여건 속에 있는 중소 중견기업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들어오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 히든챔피언이 되는 것입니다. 개성공단은 우리 기업을 히든챔피언으로 만들어낸 곳입니다."

(주)대화연료펌프는 개성공단에 2,000여 평의 제1공장, 2,600여 평의 제2공장 및 R&D센터를 두고 1,000여명의 북측 근로자를 운영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만 연 2,400만 불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 남북관계 악화로 개성공단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지만 유 회장은 "올해에도 이례적으로 사업이 50-60% 신장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9일 '개성공업지구 기업책임자회의' 창립총회에서 유동옥 대표가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기업책임자회의는 북한법의 근거에 따라 개성공단 현지에서 전체 입주기업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공식 기구다.

유 회장은 "기업책임자회의가 태동할 때까지 개성공단 관리위원회가 산파역할을 했지만, 이후에는 지금 모든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우리가 북측 총국과 직접 만나서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관리규정에 따르면 남측 당국의 업무를 대행하는 관리위원회가 기업책임자회의를 구성.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관리위원회와 함께 기업책임자회의가 북측 공식 기구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직접 만나서 개성공단 문제를 협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유 회장의 구상이다. 기업책임자회의 운영위원 중 1명은 관리위원회 소속 인원이 당연직으로 맡게 되어 있다.

기업책임자회의 설립 과정에서 경영상 여건이 다른 선발 입주업체와 후발 입주업체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 선발업체들은 기존에 설립되어 있는 (사)개성공단기업협회 명의로 '기업책임자회의' 등록신고서를 제출했고, 후발업체들은 별도로 '기업책임자회의 창립준비위원회'를 꾸렸다.

그는 기업책임자회의 출범 과정에서 다소 진통이 있었지만 창립총회를 거치면서 해소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 회장은 부회장, 운영위원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가진 분들이라면 선발업체와 후발업체를 구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기업책임자회의 회장직을 한 달여 동안 고사해왔습니다. 그런데 후발업체 쪽에서 약속한 게 있습니다. 내가 받쳐주면 (회장 후보를 수락하면) 전부 개성공단기업협회에 가입해서 양쪽이 다 잘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약속을 전제로 (회장직을) 받아들였습니다."

유 회장 역시 선발 시범단지에 입주했지만 유 회장에 대한 후발업체들의 기대는 크다. 유회장이 선발업체인 (주)대화연료펌프 뿐만 아니라 후발업체인 (주)유니월드오토테크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유 회장이 선발업체와 후발업체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5.24 조치 이후 통일부가 단행한 개성공단 체류인원 제한과 추가 설비 투자 제한 조치가 해제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그는 개성공단에 대한 통일부의 정책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우리는 선발기업이고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습니다. 그러나 자체 브랜드가 없는 임가공업체들은 이미 30-40%가 일거리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조금 오래 되면 반절 이상이 될 것입니다. 개성공단은 고사당하는데, 고사의 책임이 북쪽도 아니고, 남쪽의 어느 한 부서가 되는 겁니다."

다음은 유동옥 회장이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유일한 분단국가의 한 기업가로서의 책임"

▲ 인터뷰는 (주)대화연료펌프 사무실에서 1시간 반 가량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 통일뉴스 : 먼저 개성공단에 입주하게 된 계기부터 소개해 달라.

■ 유동옥 회장 : 시범 단지 들어가서 3년 정도 해보니 경쟁력 확보의 최적의 장소였다. 현 정권은 실패사례로 몰고 가고 전 정권은 가장 값싼 통일의 방법이라고들 한다. 우리 관점에서 왜 들어갔나. 첫째는 경제적인 목적이다. 매년 상당히 큰 신장하고 있다. 금년에는 이례 없이 50-60% 신장될 것이다. 연구개발과 핵심부품은 남쪽에서 하고, 노동집약적인 부품은 북쪽 개성공단에서 한다. 둘이 합쳐지니까 시너지 효과로 중국도 우리 못 당한다.

두 번째 이유는 지구상에 남아있는 유일한 분단국가의 한 시민으로서 기업가로서의 책임이랄까, 요즘 사회적 책임 강조되는데, 대기업들 보면 잘한다. 그런데 남한이나 해외에서만 한다. 가까운 북한에는 눈치 보느라 아무 것도 안 한다. 이 몫이 우리들의 몫이다.

세 번째는 우리 자동차 산업 잘나가고 있지만 조선업은 얼마 전에 중국한테 1등 자리를 빼앗겼다. 자동차도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른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남북 간 합쳐지면 자동차산업 만큼은 항구적으로 세계 초강대국으로 갈 수 있지 않겠나. 남한의 자동차 부품 산업의 선도 기업으로서 북한의 자동차 산업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북한의 여러 자동차 공장이 있는데, 그쪽은 부품을 거의 전량 수입하고 조립만 하고 있더라. 언젠가는 북한의 자동차 공장에 부품을 제공하는 때가 올 것이다. 1차적인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지만 한 기업의 사회적 소명, 역사적 소명이 있었다.

□ 개성공단 기업책임자회의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소감은?

■ 잘 알다시피 지금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고, 모든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개성공단의 발전과 그 입주 기업의 성공을 도모해야할 책임자회의 회장으로서 상당히 무거운 책무를 느끼고 있다. 옛날 같으면 통일부의 지원단이 북한과 대화도 하고 계속 진행됐기 때문에 책임자회의를 설립하는 문제가 그렇게 절박하지 않았다.

개성공단 관리규정 16조에 보면 기업책임자회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142개를 대표하는 유일하고 합법적인 조직이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먼저 142개 업체의 역량 있는 분들로 먼저 협회 부회장, 운영위원들을 조직해야 한다. 선발업체와 후발업체를 구별하지 않을 거다. 개성공단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가진 분들과 함께 노력하겠다. 개성공단을 세계적인 공단으로 만들면 그 안에서 우리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기업발전과 개성공단은 한 몸이다. 그것을 이루는데 노력하겠다.

"북측 총국과 직접 만나서 협의하겠다."

▲ 그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속에서 기업책임자회의 회장으로서 상당한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 관리규정에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기업책임자회의를 구성.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앞으로 남측 관리위원회 및 북측 총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건가?

■ 입주기업은 남쪽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모든 사업장은 개성에 있다. 그래서 북측 법에 적용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남쪽, 북쪽 모두 중요하다. 양쪽이 지향하는 바를 감안해서 합리적이고도 공정한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기업책임자회의가 태동할 때까지 산파 역할을 하는 것은 관리위원회이지만, 이 이후에는 지금 모든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우리가 북측 총국과 직접 만나서 협의하겠다.

우리에게 당면한 임금문제를 비롯해서 개성공단의 개발과 관련한 중요 문제까지 우리가 논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관리위원회와 함께 도모하면서 북측과 협의해 나갈 생각이다. 예전에도 통일부가 임금 문제를 협의할 때도 막상 돈을 내는 사람들은 우리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에게 의뢰했다. 직접 만나서 협의하면 빠르고 좋은 것이 있다.

개성공단이 외견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적이지만 내부의 비효율적인 문제가 있지 않나. 북측 총국에게 실제로 개성공단은 남한이나 북한한테 얼마나 필요한 것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서 큰 틀에서 인식시키면서 실제적인 그런 문제들을 풀어나가겠다.

□ 관리위원회측에서는 책임자회의가 직접 북측을 만나서 협의하는 부분까지는 아직 상정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던데?

■ 이제 태동 시켰고, 지금은 조직을 짜고 있는 중이다. 창립 총회에서 회장만 세우고 부회장과 운영위원은 위임하는 것으로 됐다. 총국과 직접 협의 문제에 관련해서, 지금도 임금 문제 나오고 있는데 관리위원회와 더불어서 (기업책임자회의가) 총국과의 직접 만남이 있어야 한다. 업체의 애로 사항은 관리위도 많이 알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자체 기업만큼 소상히 알겠나. 관리위원회는 남쪽 인원이지만 조직은 북측 조직인 묘한 입장인데, 우리도 마찬가지로 관리위에서 탄생됐기 때문에 의중과 방향에 대해 지침을 받으면서 직접 만나야 하지 않겠나.

□ 그렇다면 북측과 협상 대표단 꾸릴 때, 관리위와 기업책임자회의가 함께 구성되는 것인가?

■ 원래 운영위원 중 1명은 관리위원회 소속 인원이 당연직으로 되어있다.

□ 요즘 임금 문제로 북측과 협상할 때 아닌가?

■ 지금 임금 얘기를 진행하고 있다. 개성공단 관리법에 보면 매년 5% 이내에서 하기로 되어 있다. 그것은 기본급이다. 5%라고 해봤자 현재 60불 못 되는 수준에서 인상폭은 2-3 불 밖에 안 된다. 임금은 원래 정해진 것이니까 승인해 줬다. 민감한 사안이지만 이것을 우리는 나쁘게만 보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약간 올리고, 개성공단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풀어나가려고 한다. 개성공단의 장점은 이직률이 없는 것이지만 결근율이 너무 많다. 이번에 그런 것을 차별화해서 근속연한도 따지려고 한다. 모든 시장경제에서 하는 일반적인 것들 중에서 북한이 납득할만한 것들, 생산 장려나 인센티브 등을 차별화해서 구상 중에 있다.

□ 기업책임자회의 출범 과정에서 (사)개성공단기업협회 중심의 선발업체와 새로운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 후발업체 사이에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해소해 나갈 생각인가?

■ 사실 기업책임자회의 회장직을 한 달여 동안 고사해왔다. 개인적으로 생리적으로 간부가 싫었고, 지금 운영하고 있는 자그만 법인 5개를 하기도 버거운 사람이다. 그런데 후발업체 쪽에서 마지막으로 결단을 내려달라면서 안 그러면 자기들이 직접 하겠다고 하더라. 또 하나, 나한테 약속한 게 있다. 내가 받쳐주면 (후발업체들이) 전부 개성공단기업협회에 가입해서 양쪽이 다 잘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험난한 진통을 겪었지만 자신하는 것은, 그리고 양쪽에 뜻있는 사람들은 안심하는 것도, 이런 약속을 전제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창립총회에서) 상호 비방하는 한 단면 그대로 노출될 수 있었다. 그것만은 피하려고 내가 이 나이에 맡은 것이다.

□ 그렇다면 다시 통합되는 분위기냐

■ 어느 쪽이 주도하던지 골이 너무 깊었다. 서로 이해가 다르다. 시범 단지부터 출발한 선발업체는 3-4년 지나면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후발업체들은 공장 지어어서 북측 근로자 2,000명을 신청해서 300명도 안 나오고, 몇 십억 투자해놓고 문도 못 여는 곳도 있다. 이쪽(선발업체)은 자리 잡아서 다소 느긋한 측면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양쪽에서 가교역할을 하는 사람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북한의 천안함 사과를 기다리는 동안, 기업들은 고사되고 만다"

▲ 각종 위촉장 앞에서 그동안의 활동을 설명하고 있는 유 회장.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 개성공단 발전을 위해서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문제는 어떤 것이라고 보나?

■ 북측에 요구할 것도 있지만 남측 당국에 요구할 사안이 더 많다. 체류인원 제한 문제다. 120여 개 업체들에서 한 기업 당 7~8명씩 관리자가 나가있다. 이것을 합치면 1천 명인데, 이것을 하루아침에 500명으로 줄였다. 말도 안 되는 것이다. 통일부 장관 만나서 간곡히 얘기했다. 그랬더니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며칠 후에 조금 풀어준 것이 100명 더 늘였다. 그때 더 실망했다. '100명이 늘어나면 어떻고, 나머지는 잡혀가도 되고, 밤에는 안 잡혀가고, 낮에는 잡혀가도 되나'라고 물었더니 '신변위협'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라. 이제까지 우리는 신변위협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체류인원을 원상복구 시켜야 한다.

두 번째로 당분간 추가설비 투자가 금지되어 있다. 공장 다 지어놓고도 기계 설비를 개성공단에 못 가져가고, 기계 한 대가 짝이 안 맞으면 기계 한 대를 사놓고도 못 가져간다. 어려움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 두 가지는 돈 드는 것도 아니다. 간단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 두 가지다.

바이어 문제도 있다. 지금 이렇게 하니까 국내 고객들이 정부 당국의 의지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북측보다도 남측에서 그러니까 국내외 바이어들이 이미 떠났거나 떠나려고 하고 있다. 국내 고객들한테 남북 정부 당국이 개성공단은 꼭 유지해야 되겠다는 의지 표명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떠났던 고객이 다시 돌아온다. 떠날까 말까하는 고민하는 고객들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고객 없는 기업이 어디 있겠나. 나중에 사태 봐 가면서 천안함 문제에 대해 북한이 잘못했다고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데 북한이 그러겠나. 그러는 사이에 기업들이 고사된다.

그래도 우리는 괜찮은 편이다. 저희는 선발기업이고,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다. 그러나 자체 브랜드 없는 임가공업체들은 이미 30~40%가 일거리가 없다. 이런 상황이 조금 오래 되면, 반절 이상이 될 것이다. 심각한 것이다. 개성공단은 고사당하는데, 고사의 책임이 북쪽도 아니고 남쪽의 어느 한 부서가 되는 것이다.

□ 개성공단의 발전을 위해 북측 당국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 3통문제 중에서 인터넷이 시급하다. 통신문제 중에서 지금 전화나 팩스는 된다. 그러나 인터넷이 안 되면 고도의 기술 자료들을 못 보낸다. 도면 같은 것을 수백 장 보내는데 팩스로 해서는 정확하지도, 선명하지도 않고 번거롭다. 우리 기업처럼 개성공단에 연구소를 세우고 싶어도 이런 것 때문에 연구소 못 세운다는 얘기도 나온다. 북측 당국이 개성공단을 세계적인 경쟁력 있는 공단으로 키우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면 인터넷을 개통해야 한다. 인터넷 개통은 개성공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길이다.

개성공단은 인건비도 싸고 우수한 노동력에 공장 부지 값도 굉장히 싸다. 경쟁력은 좋은데 우리가 4~5년 하다보니까 올라가는데 한계가 있다. 가령 인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차후의 인원육성 문제를 해야 되는데 그것을 못하고 있다. 우리 업체의 경우 북측근로자가 한 공장에 4~500명 있는데, 하나하나 특징이 다르고 개성이 다르다. 개성공단의 장점에 맞게 배치도 하고 키워야 하고, 그 근로자 중에서 개성공단을 자체 운영해야 할 간부가 거기서 탄생되어야 되는데, 지금은 그것을 못하고 있다.

또한 투자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어떤 때는 투자자들이 비애를 느낀다. 이러고도 투자를 해야 되나. 이런 것이다. 투자자들의 의욕 없이 어떻게 투자가 이뤄지겠나.

□ 개성공단의 경쟁력은 뭐라고 보나?

■ 뭐니 뭐니해도 노동의 질이다. 흔히들 노동의 값만 보는데, 정말로 개성의 경쟁력은 노동의 질이다. 높은 학력의 노동자들이다. 최하가 고졸이고, 20% 이상이 대졸이다. 높은 학력뿐만 아니라, 우리 한민족 특유의 섬세한 솜씨로, 특히 전자나 자동차, 고급 섬유 등 고부가 산업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더 좋은 점은 우리의 경쟁 대상인 중국과 베트남에 비교할 때 이직률이 없다. 세 번째는 접근성이 좋고 또 하나는 무관세라는 것이다. 무관세는 우리나라에 한해서 만이다.

이런 경쟁력을 갖고 개성공단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가. 국내적인 사안으로 보면 원래 있던 대로 개성공단의 2천 만평 3단계가 성공적으로 되어야 한다. 그러면 세계적인 공단이 되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땅값도 또 싸고,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대도시는 월등하게 비싸더라. 이 부분도 개성공단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잘나가는 10여개 대기업 외에는 나머지는 어려운 여건 속에 있는 중소 중견 기업들이 있지 않나. 그런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들어오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기업, 전문용어로 '히든 챔피언', 즉 '강소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남쪽 기업들도 이점을 받고, 북측은 안정적인 수입을 받은 안정적인 생활층이 형성된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얼마나 좋은 일이냐. 개성공단의 발전상은 남북한에 좋은 영향을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남북관계가 악화된 이후 북측 근로자나 북측 총국이 입주기업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

■ 한, 두 달 전에는 굉장히 불안한 모습이었다. 혹시 '이러다가 철수하는 기업이 있는 것 아니냐. 남북한 어느 쪽으로든 폐쇄가 되지 않을까' 그러면 자기들이 어떻게 되겠나. 지금 적어도 개성에서 근무하는 4만 3천 명은 상당히 좋은 여건에서 있다. 불안해했지만 다른 모습은 없고 한결같다. 오히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거기에 있는 북측 참사들도 큰 변화는 없지만,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친절하게 느껴진다. 북측 근로자 4만 3천여 명은 아랑곳없이 이전 분위기 그대로 이어오고 있고, 열심히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갈 것이다.

□ 남북관계 악화로 입주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이다. 주문량이나 매출액은 변동이 없나?

■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 자사 브랜드와 임가공업체, 선발기업과 후발기업들이 사이에 차이가 있다. 전반적으로 자사 브랜드나 선발기업들은 상황이 좀 낫고, 자사브랜드가 아니거나 후발기업들은 아주 어려운 상황에 있다. 자사브랜드가 없는 기업들은 선발이나 후발 구분 없이,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추세로 얘기하면 30~40%의 고객들이 떨어져 나갔다. 그래서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돼서 한 달 이내에 개선이 안 되면 아마 (자사 브랜드가 없거나 후발업체 가운데) 반절 이상이 고사당할 상황이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3년 안에 히든챔피언 기업 30개 정도는 탄생시키고 싶다."

▲ 그는 개성공단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공단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 기업책임자회의 회장으로 각오가 있다면?

■ 개성공단에 입주한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뜻있는 분들은 한반도 평화나 적어도 우리 후세대한테는 같은 형제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모습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천안함 사건 이후 더 그랬을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1차적인 것은 기업의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다. 쉬운 말로 돈 버는 기업들이 탄생해야 한다. 이제까지 대북진출기업이 평양에서부터 남포까지 안타깝게도 성공한 기업들이 없었다. 그런데 개성에서는 몇 개 업체가 성공을 이루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우리 기업이다. 그래서 내가 1차적으로 바라는 것은 개성공단 진출기업의 성공이다. 그래서 소망하기는 앞으로 3년 안에 저희 같은 히든 챔피언, 강소 기업이 30여 개 정도는 여기서 탄생되는 것을 꼭 이루고 싶다.

그러려면 개성공단이 세계적인 경쟁력 있는 공단이 되어야 한다. 기업책임자회의와 관리위원회, 총국과 함께 불합리한 요소 몇 가지만 시정하면 된다. 소프트웨어 몇 가지만 시정하면 된다. 하드웨어, 펀드멘틀은 잘 되기 때문에 어려운 일 아니다. 그런 바탕이 되면 개성공단 등록기업이 142개인데, 이들 모두 개성공단에 입주했다는 이유로 성공할 수 있다.

1차적인 목표는 모든 입주기업의 성공, 돈 버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개성공단을 세계적인 공단으로 만들어야 한다.

□ 정부의 대북정책, 남북경협 관련 건의하고 싶은 점은?

■ 이제까지 정부의 대북정책은 '비핵.개방.3000'이었다. 어떻게 보면 저쪽의 자존심을 건드는 얘기 아니냐. 어떻게 체제가 다른데 일일이 만들어주나. 자기들이 알아서 할 것인데. 그게 2년 반이 됐다. 이후에 비핵.개방.3000에서 상생공영으로 바뀌었다. 그거 해야 한다. 말뿐이 아니라 명실상부하게 그렇게 해야 한다. 그 길이 통일로 접근하는 길이다. 사실상 통일이나 진배없는 상태다. 자유로운 방문과 물자 이동, 경제적으로 끈끈하게 얽히면 서로 좋은 일 아닌가.

또, 천안함 이후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 이제는 대북관계 출구전략이 나올 때가 됐다. 정부가 이럴 때는 지자체라도 나서야 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나 송영길 인천시장이 열심히 하더라. 집에서도 그렇지 않나. 아버지가 없으면 엄마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경제적인 관점으로 그냥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도울 생각도 말고, 규제도 말았으면 한다. 오직 경제적 관점으로만 봐줬으면 한다. 그러면 자생력을 가지고 잘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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