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4)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동자꽃. [사진 - 정관호]


                                        동자꽃

                        다 자라면 동자의 키만큼이고
                        산 아래쪽을 내려다보듯
                        한쪽으로 고개를 모으는 꽃차례

                        높은 산 기후를 좋아하는 것 하며
                        온 몸에 잔털이 많은 것 하며
                        한여름에 붉게 피는 꽃이파리 하며

                        그래서 동자의 전설이 생겨나고
                        그 애달픈 죽음을 슬퍼하는 마음이
                        저토록 예쁜 꽃으로 환생케 했는가

                        지금도 평지에서 기르면
                        꽃 색깔의 선명함이 떨어진다니

                        가신 어린님의 뜻을 받들어
                        더 높이 서늘한 데로 옮겨 심어서
                        가엾은 죽음의 평안이라도 빌어야 될까.

▲ 제비동자꽃. [사진 - 정관호]

▲ 털동자꽃. [사진 - 정관호]

도움말

동자꽃은 추운 고장 숲속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1미터 정도까지 자라며 타원형의 잎은 마주난다. 7~8월에 걸쳐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나는 가지 끝에 한 송이씩 짙은 주황색 꽃이 핀다. 꽃잎은 다섯 가닥, 낱낱의 꽃잎은 끝이 깊게 파인다. 죽은 동자의 화신이라는 설화를 낳을 만큼 아주 귀엽게 생겼다. ‘―동자꽃’이란 뒷가지를 가진 몇 종(種)이 있는데, 요즘은 녹지나 공원 등지에서 기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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