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변화를 요구하는 젊은 세대를 언급하며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라”고 발언해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즉, 유 장관은 지난 2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중 기자간담회에서 “(6.2 지방선거 때) 젊은 애들이 전쟁과 평화를 얘기하면서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 찍으면 평화라고 해 거기에 다 넘어갔다”며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유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공직자, 나아가 외교장관이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충격적입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 참가한 젊은 세대들의 투표라는 신성한 주권 행사를 사실상 ‘친북’과 ‘반북’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고 또한 한나라당에 반대표를 던져 ‘평화’를 선택한 젊은 유권자들을 모두 ‘친북주의자’로 매도한 것과 다름이 없을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민주당은 당장 유 장관에 대해 역으로 “대한민국을 떠나라”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외교부는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의 주장을 믿고 정부 조사결과를 불신하는 일부 젊은 세대에 대한 안타까움이 유 장관 발언의 취지일 뿐 선거 등과 관련해 청년층 전체를 매도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황급히 해명에 나섰습니다.

유 장관이 이 같은 발언을 한 이유를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외교 책임자인 그는 최근 천안함 문제를 유엔과 ARF라는 국제무대에 가져갔다가 사실상 북측에 모두 패했기 때문입니다. 연이은 패배에 신경이 날카로워졌을 터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낡은 이념적 잣대를, 그것도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시킨 것은 ‘10년 불공 도로아미타불’이라고 외교관으로서의 자질과 책무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격입니다.

국제무대에서 연패하고 또 젊은 세대들을 폄하하고, 게다가 자신의 책무도 망각(妄覺)한 외교관이 설 자리가 과연 어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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