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관호(84)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용머리
양지바른 풀밭에 살면서
용의 형상을 닮고 싶었던가
승천하는 용의 비늘이
땅에 떨어져 꽃이 되었는가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자주색 꽃이삭이 선명하구나
꽃부리가 조금 거칠지만
오히려 그것이 사나이다워
나지막한 키의 풀꽃이면서
용틀임을 하며 솟구쳐 핀다
무리를 지어 자라므로
한창 때는 꽃밭을 이루고
가까이서 잘 살펴보면
아랫입술에 점점이 무늬가 있다
일부러 화단에서 가꾸어
지루한 계절에 벗삼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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