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천안함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참여정부 시절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천안함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해 “외교적으로 심각한 실패와 망신”이라며  한국 외교가 "완전한 실패 위에서 어거지로 출구를 찾아야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와있다"고 진단했다.

12일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종석 전 장관은 “한국이나 미국이 목표로 했던 것은 ‘북한 공격’을 명확하게 명기하는 것이었고, 유엔에서 제재하는 것”이었다고 상기시키고 “이번 유엔 성명에서는 한국 정부가 하겠다고 약속했던 것들이 한 가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해석에 해석을 거듭해서 ‘북한의 공격’이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유엔에 가져갔을 때 호언장담했던 것에 비한다면 지록위마(指鹿爲馬)랄까,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그야말로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솔직하게 외교적으로 실패라는 것을 자인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같은 그의 진단에는 “국제 현실에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외교력의 크기”나 “미국이 적극적으로 뒤에서 지지하면서 세를 형성”했던 점에 비추어 보아 이번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내용은 “이런 정도는 최소한 당연히 성취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가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지 못한 것 아닌가?”라며 “의장성명에서 ‘한국 주도하에 5개국이 참여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것은 이 사건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북한의 반응에 유의한다’는 입장을 병기함으로써 정치적인 외교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함을 성명 자체가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 실패가 지금 이 정부에 악재가 도처에 터져있어서 가려지고 있는 것이지 사실은 심각한 것”이라며 “지금 외교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또한 “남북관계의 문제인 천안함 문제 해결 없이는 6자회담이 의미 없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거꾸로 ‘선(先)핵’이 아니라 ‘후(後)핵’이 됐다”고 꼬집고 “분명한 것은 천안함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 수순으로 넘어가야 되는 한국 외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사실상 출구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6자회담이라는 출구로 걸어 나간다면 거기에서 박수치고 서 있는 대열 속에 이미 중국과 함께 북한이 서 있다는 것 때문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결국 “한국 정부가 본래 세웠던 계획적인 구조는 다 깨졌”지만 “분명한 것은 대화 국면이 보다 더 조성이 되면 한국 정부가 뛰어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5월 말 선거 직전 열흘 정도의 상황은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미국이 한국 정부에 맞장구치는 상황에서 “오히려 위기 상황을 관리한 것은 중국이었다”고 평가했다.

원자바오 총리 방한과 중국 외무성 대변인 발언, 서해상 한.미 군사훈련 견제 등을 통해 “약간 분위기가 다운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는 것. 그 이후는 6.2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이 이명박 정부를 견제했다는 해석도 보탰다.

그는 현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총체적 난맥상에 대해 “사람을 바꾸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생각을 바꿔야 된다”며 ‘북한을 버릇 고쳐서 뭘 하겠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취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6자회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중심적인, 능동적인 역할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6자회담 재개나 이런 걸 지금이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하고, 남북관계에서도 이제는 뭔가 남북대화를 통해서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해서 당장은 잃어버린 체면을 다 복구는 못하더라도 시간이 가면서 새로운 노선을 정비해나가야 된다”며 “근본적으로 노선이나 전략을 새롭게 하는 지도자의 자세변화 같은 것이 많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고 제언했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듣겠느냐?”는 의문부호를 달고서.

다음은 12일 오후 3시부터 경기도 성남 소재 세종연구소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 중 천안함 관련 내용 전문이다.

"외교적으로 심각한 실패와 망신"

▲ 인터뷰는 세종연구소 연구실에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통일뉴스 : 9일 천안함 관련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나왔다. 이에 대해서 남북이 아전인수식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 이종석 전 장관 : 우리 입장에서 두 가지 차원에서 봐야 될 것 같다.

첫 번째는 우리 정부가 천안함 문제를 유엔에 가져가면서 내걸었던 공개적인 외교적 목표가 있었다. 북한의 공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거기에 따라서 북한 공격을 규탄하고, 그리고 사과를 받아내고 재발 방지를 하는, 이런 과정 속에서 유엔에서 그에 맞는 적절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가 국민들 앞에서 사실상 내놨던 얘기다.

그런데 이번 유엔 성명에서는 한국 정부가 하겠다고 약속했던 것들이 한 가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이 명기가 안 됐으니까 그 다음 것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상 의장성명이라고 표현되지만, 그것은 썸머리(summary), 짜깁기, 각각의 주장을 모은 모음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수 있겠다.

한국 정부가 이것을 유엔으로 가져갔는데, 한국정부의 주장이 정당성을 가지고 온전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 외교가 공언했던 바들이 하나도 제대로 성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면 외교적으로 심각한 실패와 망신을 당한 것이다.

그것을 놓고 해석상으로, 예를 들어 당구를 칠 때 쿠션을 치는 것처럼, 우리가 해석에 해석을 거듭해서 ‘북한의 공격’이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유엔에 가져갔을 때 호언장담했던 것에 비한다면 지록위마(指鹿爲馬)랄까,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그야말로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다. 솔직하게 외교적으로 실패라는 것을 자인해야 한다.

또 하나는 진실에 대한 문제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가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지 못한 것 아닌가? 우리가 국제협력이라는 표현을 썼을 때 매번 한국 정부의 일에 대해서는 손을 들어줄 수 있는 동맹국이나 우방인 일본이나 미국, 또는 한반도에 크게 이해관계가 없어 우리가 외교적인 능력만 발휘하면 손을 들어주는 그런 나라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가지면서 북한과도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러시아 같은 나라들이 한국 정부 입장을 지지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국제협력 아닌가? 그런데 그것을 전혀 끌어내지 못했고, 진실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는 결국 침몰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고, 더욱이 러시아의 조사결과가 이미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왔다. 그래서 이후에도 대내외적으로 문제가 지속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천안함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 수순으로 넘어가야 되는 한국 외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사실상 출구가 없다는 것이다. 출구가 없는 상태에서 완전한 실패 위에서 어거지로 출구를 찾아야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와있다.

북한은 아무튼 이번 유엔 의장성명에 대해서 자기 자신을 지칭하지 않았고, 자신의 입장도 반영했기 때문에 큰 이의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6자회담으로 나갈 수 있는 길목에 대해서 먼저 가능성을 열어 놨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6자회담이라는 출구로 걸어 나간다면 거기에서 박수치고 서 있는 대열 속에 이미 중국과 함께 북한이 서 있다는 것 때문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기존입장을 정당화하면서 찾을 수 있는 출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기존에 정부가 짰던 판이 깨진 상태에서, 결과적으로 어거지로 출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어찌됐든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중국이 동의했다고 봐야 할 텐데, 북한을 명시하지 않은 것 외에는 비교적 한국의 입장들을 반영한 것 같다. 중국이나 북한으로서 미국과 사전 조정이 있었지 않을까?

■ 기본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유엔으로 가져가지 않았나? 한국이나 미국이 목표로 했던 것은 ‘북한 공격’을 명확하게 명기하는 것이었고, 유엔에서 제재하는 것이었는데, 이에 대해 중국 입장은 기본적으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북한을 넣을 수 없다, 즉 북한을 거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 있었다.

문제는 각각의 주체들이 외교적으로 가지고 있던 목표를 봤을 때, 한국이나 미국이 가졌던 외교적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설정했던 목표는 기본적으로 달성이 되었다.

□ 북한을 명시하지 않았을 뿐, 한국 정부의 입장이 상당히 많이 반영된 것도 사실 아닌가?

■ 국제 현실에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외교력의 크기, 한국의 외교적 역량이라는 것은 경제력에 비례하니까 북한에 비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미국이 적극적으로 뒤에서 지지하면서 세를 형성했다고 봤을 때 이런 정도는 최소한 당연히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이 가지고 있던 역량에서 봤을 때 이것은 성취라고 하기도 어렵다. 의장성명에서 “한국 주도하에 5개국이 참여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것은 이 사건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북한의 반응에 유의한다”는 입장을 병기함으로써 정치적인 외교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함을 성명 자체가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 정부가 외교적 수사를 위해서 천안함 문제를 유엔에 가져갔는가? 아니지 않나? 냉엄한 국제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했다는 증거가 받아들여지느냐, 안 받아들여지느냐이다. 이 점에서 한국정부의 증거가 약하다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승리와 패배가 명확하게 나타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정도면 쉽게 말해서 외교적으로 패배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안함 문제를 국제사회로 끌고 가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정말 철저하게 검증을 해서 중국, 러시아도 동의할 수 있는 증거를 내놓던지, 그게 안 됐으면 당연히 안보리에 가면 안 됐었다. 그러나 이 정권이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서 일련의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절차가 얼마만큼 이른바 오버액션이고, 과잉된 대처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성명, 한국 외교가 크게 반성해야 될 문제”

▲ 이 전 장관은 정부의 '천안함 외교'에 대해 혹평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천안함 사건 초기에는 우리 정부도 신중한 태도를 취했는데, 어느 시점에서 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그 대목에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

■ 천안함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런 과정에서 미국이 천안함 조사에 대해서 아주 굉장히 정밀하게 조사를 했다든가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국 정부의 판단에 전적으로 지지하는 방향을 취했다.

그러면 한국 정부가 처음에는 신중하다가 중간에 강하게 나갔는데, 그게 무엇일까? 거기에 대해서 두 가지 시각이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이른바 음모론적 시각에서 본다면, 북한 쪽으로 몰아가기 위해서 한.미 간의 합의가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밑에서부터, 북한이 한 것이 틀림없다는 보고가 조사단으로부터 올라와서, 그 보고가 진실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별개로 치더라도, 그것을 바탕으로 강하게 나갈 수 있었을 것 같다.

저는 후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음모론적 시각에서 한.미가 합의해서 변한 것이 아니라, 밑에서 조사했던 조사단의 결과가 굉장히 강하게 북한이라는 것을, 사실상 지금 돌이켜 보면 입증근거로서 허약했던 것들에 의존해서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을 내린 것을 상부에 보고하고 이것이 상부의 신념으로 굳어지면서 그런 쪽으로 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는 유엔도 그렇지만 특히 미국 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혐북 의식, 북한에 대한 혐오, 불신 이런 것이 굉장히 강하다. 그러니까 천안함 사태가 발생했을 때 외부 공격이라면, 폭발 같은 것이라면 ‘100% 북한이다’라고 무조건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미국 사람들은, 특히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굉장히 북한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

유엔 구성체들이 보기에는 북한이 그동안 로그 스테이트(Rogue State), 이른바 ‘불량국가’로서 계속 국제사회의 안전을 위협해 왔다.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하고 핵 실험 하면서 여러 차례 제재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유엔에서도 북한에 대한 이미지는 대단히 부정적이다.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 속에서도 우리가 이런 정도의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밖에 못 냈다는 것은 사실 한국 외교가 빈약한 증거를 가지고 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밖에 안 된다. 북한과 비교할 수 없는 외교적인 역량에서, 물론 외교적인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다. 기술은 오히려 북한이 더 우위에 있을 수도 있지만, 전체 구조, 총제적인 국가역량의 차이랄까, 유엔에서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를 봤을 때 이런 정도의 성명이 나온 것은 한국 외교가 크게 반성해야 될 문제인 것이다.

미국은 실제로 천안함 문제가 터졌을 때 한국 정부가 조사해서 발표하는 결과들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품을 이해관계가 별로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시절 대의, 도덕성을 들고 나왔지만 그의 아시아 외교에서는 그런 것을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이 전 세계, 다른 곳에 신경이 쓰여 있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큰 지식도 없고, 한국 정부의 주장에 영향을 받는 상태다. 따라서 그런 것들이 미국에서의 여론을 형성하고, 정책을 형성하는데 일종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정확한 사실은 모르지만, 추정으로 말한다면 한.미가 잠수함과의 충돌설 이런 것 때문에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갑자기 태도가 변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그보다는 조사단의 중간 조사결과부터 굉장히 강해지는 것이 나왔고 그 영향을 받으면서 리더십 쪽에서 방향을 확 튼 것 아닌가 생각한다.

거기에 소위 보수적인 여권과 언론의 분위기가 계속 그쪽으로 몰아가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그 과정 속에서도 일본 후텐마 기지 문제라든가 미국의 국익과 결부된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 오바마 정부에 있어서 아시아 외교의 도덕성 문제는 대통령 당선되고 나서 시간이 흐르면서 중요한 고려요소 속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은 독자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이해관계가 있다”

▲ 북.중관계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중국은 한국이 내놓은 증거들에 대해서 수긍하지 않은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번에 중국이 취했던 태도, 북.중관계에 대해서 평가한다면?

■ 중국에 대해서 천안함 결과를 놓고서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이 반영됐다고 말하는데, 맞는 얘기다. 그러나 그런 얘기들이 하나 놓칠 수 있는 것이 있다. 마치 그러면 진실과 상관없이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외교라는 것이 북한 문제에서 북한이 도발하거나 명증하게 잘못한 것에 대해서 그 잘못을 부정하고 감싸면서 자기가 희생하거나 후안무치의 형태로 북한을 지지하거나 하는 형태는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쏘거나 핵 실험을 하거나 기타 여러 가지 부적절한 행동을 할 때 중국이 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행동들 자체를 비난하는 대열에 같이 선다. 다만, 그런 명증하게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유엔에서 북한을 제재하거나 견제 조치를 취하려고 할 때 그 수준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고, 비난의 강도를 낮추려고 하는 것이지,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중국이 이번 사안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말하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북한 때문에 눈치를 보느라고 지금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것은 중국 정부에 대해서 너무나 일면적으로, 우리 정부나 그렇게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해석하는 것이지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은 만약에 이것이 북한의 공격이라는 것에 대해서 확신을 갖거나 한국 정부가 입증한 조사결과에 대해서 신뢰한다면, 한국 정부와 인식을 공유하되 북한에 대한 제재나 성명의 수준을 완화하고자 하는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지금처럼 나간다는 것은 조사 결과를 못 믿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중국이 북한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독자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이해관계가 있다. 중국이 경제발전을 통해서 일종의 서방 사회 수준의 경제력으로 중국이 일정 정도의 풍요, 또는 자기들이 원하는 기준을 잡은 것에 대한 성취, 경제적인 번영을 이루는 것이 최대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내부적으로 체제를 단속해야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주변 정세가 안정이 되어야 한다. 중국은 특히 국경선이 2만 킬로가 넘는 나라다. 그 중에 몇 개 중요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 중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이해가 많이 걸려 있는 지역이 오늘날에는 동북아시아다. 왜냐하면 가장 많은 교역이 이뤄지고 있으면서 한편으로 안보적인 위험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북아시아에 이해관계가 깊다.

과거 한국전쟁에 대한 경험은 중공군이 들어와서 일패도지(一敗塗地) 상태의 북한군을 구해 내지 않았나? 그것을 통해서 중국 지도부가 배운 것은 한국전쟁에 그들이 불가피하게 개입을 했지만 그로 인해 엄청나게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중국지도부는 이를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김일성의 남침에 대해서 아주 기분 나쁘게 생각했다. 그런 자료가 많이 있다.

왜 전쟁을 일으켰나 따지는 것도 나오는데, 그 이유는 1949년 10월 이른바 신생 중화인민공화국이 생겼는데, 1년이 안돼 전쟁이 나서 1년 만에 중공군이 참전했는데 전사자만 18만 명, 거기에는 모택동 장남 모안영이 러시아 통역장교로 들어왔다가 전사했다. 거기에다 경제적으로 어마어마한 손실을 봤다. 한국 전쟁이 중국 경제나 중국의 사회주의 발전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경험 때문이라도 중국은 동북아시아 정세의 안정성에 대해서 관심이 매우 크다. 그게 어떻게 묘하게 우리 대한민국의 국가 이익과 지금 상당부분 부합되어 있고, 그것은 상당기간 갈 것이다.

그것 때문에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자기의 독립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도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으로 본다.

다만, 중국이 최근에 대북한 정책으로서 정리한 것은 핵 문제가 아무리 엄중하게 되더라도, 북한과 중국 간의 전통적인 우호협력관계를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것은 명료해졌다. 그것은 중국과 서방이 바라보는 북한의 비전, 미래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서방이 바라보는 북한의 비전은 정권이 교체돼서 민주적인 정권이 들어와서 시장경제와 민주국가의 일련의 과정들을 상정하지 않겠나. 그러나 중국이 원하는 북한이라는 것은 공산당 독재가 유지되면서 사회주의라는 깃발을 가져가는 북한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개혁개방이 되고, 지금의 유일체제보다는 보다 더 민주화된 집단지도체제라든가를 중국이 원하지만 북한에 대해서 가지는 본질적인 이익은 공산당 체제의 북한을 유지하는 것이고,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서 중국 형태로 나가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두 개의 비전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이 서방의 손을 들어주고 같이 나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 최근에 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여러 가지 논의를 하고 갈등도 하고 협력도 하는 과정 속에서 중국이 내린 결론이 아닌가.

그게 바로 북한 문제에 대해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균형적으로 보려고 하지만, 마지막 북한의 체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체제 안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천안함 문제는 체제 안정과 관련된 문제까지는 아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중국이 맹목적으로 북한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 중국이 외교부와 당 대외연락부에서 행한 대북 정책을 종합 평가해 기존의 외교부 위주의 ‘국가 대 국가’ 견지에서 시행해 온 외교 정책들에 문제가 있었고, 형제당으로서의 대북정책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내부 총화가 내려졌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중국이 90년대 이후에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하고 나서는 외교부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공산당 외교라는 것 자체가 북한 또는 베트남 같이 몇 나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외교부 역할이 굉장히 커져 있다.

그래서 당이라는 것 자체의 특수한 연대의식 때문에 당 쪽이 조금 더 북한에 대해서 정부보다는 이해가 깊다고 얘기하지만, 중국의 외사영도 소조가 있는데, 그 자체가 중국의 후진타오 총서기를 소조 장으로 해서 중국의 지도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거기서 결정되면 결정에 따라서 당과 외교부가 집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구별하는 것 자체는 전통적인 관성으로 보면 당이 보다 더 북한에 대해서 친화적이지 않느냐는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러나 지금 외교라는 것은 당만 가지고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 국가기구가 대단히 중요한 것이 중국의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외교부가 하는 것이다.

다만, 북한의 특수성 때문에 당 대외연락부에서 북한과 잘 안 풀릴 때, 왕자루이 부장이 북한에 들어가서 문제를 푸는 것은 있지만, 지금 중국 공산당 지도부 내에서 북한과 관련된 두 개의 노선 사이에 갈등이 있고, 그 노선 속에서 당의 노선이 우위에 있다고 보기보다는 중국의 대북 전략적 노선이 일정하게 그런 식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큰 틀에서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당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관성, 그리고 외교부가 가지고 있는 좀더 실용적인 관성들 자체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에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북한이 6자회담 문 앞에 먼저 가서 있는 형국”

▲ 이 전 장관은 한국 외교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천안함 이후 전개 국면에 대해서, 6자회담 중심으로 전망한다면?

■ 남북관계는 국제적 사안은 아니지만 천안함 문제가 유엔에서 어떻게 해결되느냐가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단 국제사회 중심으로 얘기하면 북한 핵 문제가 국제적인 문제다. 한국 정부는 ‘천안함 문제 해결 없이는 6자회담 재개 없다’는 입장을 가져왔다.

그런데 이런 한국 정부의 주장은 굉장히 자기 모순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2년 반 동안 한국 정부가 주장해왔던 것은 선핵 포기이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의미 없다고 했는데, 천안함은 북한이 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남북관계 사안인데, 그런데 남북관계의 문제인 천안함 문제 해결 없이는 6자회담이 의미 없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거꾸로 ‘선(先)핵’이 아니라 ‘후(後)핵’이 됐다. 이것은 이 정부가 자가당착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은 천안함 문제를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방식의 해결과는 전혀 동떨어지게 해결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유야무야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천안함 문제 자체에 대한 책임 소지는 유야무야인 것이다.

천안함 문제에 적절한 조치를 권유했는데, 제시된 중요한 것은 대화를 통해서 6자회담을 해야 된다는 것 아니냐. 결국은 유야무야하면서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대화이고 그 핵심이 6자회담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북한이 6자회담 얘기하면서 그 문 앞에 먼저 가서 있는 형국이 되었다. 한국 정부가 정말 어렵게 된 것이다. 북한이 아마 그것을 노리고 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런 점에서 이후 국면은 이제 6자회담으로 갈 수 있는 분위기를 유엔에서는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고, 미국 정부도 러시아쪽의 현재까지의 조사결과를 통보받았고, 미국이 볼 때는 이 문제가 의장성명, 썸머리 수준 이상은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가장 잘하는 것, 이른바 ‘마사지’라고나 할까?, 이번 의장성명이 한미가 소기의 목적달성에 실패했음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한미의 입장이 잘 반영되었다”라는 식의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을 한다. 그것은 미국이 잘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리더십을 갖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래야만 명분이 살기 때문이다. 이런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미국 국민들이 관심이 없다. 하나의 특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큰 부담 안 가질 것이다.

어쨌든 간에 중국만이 아니라 미국도 그렇다면 6자회담 재개 쪽에 방점을 찍고 싶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 비핵화냐, 비확산이냐에 대해서 굉장히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거기에 관계없이 6자회담으로 갈 수 있고, 거기다 북한이 상당히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는 전향적인 입장이 있는 것처럼 스탠스를 취해버렸다.

중요한 것은 6자회담과 관련해서 한국 정부가 부정적인 플레이어로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난감해져버린 것이다. 한국 정부가 6자회담에 참가하겠다고 한다면, 도대체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참가하기 때문에 난감하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변수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여기서 다르게 행동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가 천안함을 유엔으로 가져갔고, 그래서 유엔에서 대화 권고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 천안함 조사단 파견을 권유했고, 한국 정부에서 러시아 조사단에 자료를 제공했다. 그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니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난감한 것이다.

첫째는 러시아가 해 놓은 결과에 대해서 무조건 공방을 하고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각을 세우면서 나가기도 난감하고,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서 나온 구체적인 대안이라곤 대화하고 6자회담으로 가는 것밖에 없다. 그것을 놓고 아니라고 버틸 수도 없다. 왜냐하면 유엔에 상을 차린 쪽이 북한이 아니고, 한국 정부다.

그런 점에서 결국은 한국 정부가 이런 구도를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나. 한국 정부가 본래 세웠던 계획적인 구조는 다 깨졌다. 다 붕괴된 상태에서 그야말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과 기존의 정부의 대북조치들을 ‘마사지’하면서 출구를 찾아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대화 국면이 더 조성이 되면 한국 정부가 뛰어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결국은 천안함 사태가 3월 26일 이전으로, 단순히 보기에는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돌아갔는데 그 사이에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것을 잃었다.

이 정권이 천안함 사건을 북한이 했다고 단정짓고 그것에 따라서 강경한 대북조치를 취하면서 북한과 맺었던 모든 협정을 파기한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군사적 조치로까지 내달았다. 그런데 그 군사적 조치를 막은 나라는 미국도 아니고 중국이 견제를 했다. 선거 뒤에는 국민들의 민심이 견제를 했고, 그 마지막에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한국 정부가 강경하게 나갈 수 있는 근거를 주지 않았다.

몇 바퀴 쿠션을 굴려서 ‘북한이 했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는 식의 아전인수격 해석을 가지고 이후 무슨 대북 조치들을 취할 수 있겠나?

그런 점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 조치로 기존 협정들을 파기되고 남북관계를 퇴행시키고 많은 부정적인 피해들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과연 이 일이 왜 일어났으며, 이 일을 왜 이렇게까지 벌였는가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마지막까지 규명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있다.

시민사회, 정치권이 밝혀내야 한다. 진실은 진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알아야만 도대체 과연 무엇을 위해서, 우리가 전쟁까지도 불사하겠다라는, 자칫하면 전쟁 날지도 모르는 위험한 분위기까지 갔던가? 원인이 무엇인가? 유엔에서 저렇게 공격자를 지정도 못하는 빈약한 근거를 가지고, 왜 우리는 전쟁을 걱정하고, 전쟁을 임박해서 임전무퇴까지 생각해야 되고, 한국군의 방어태세나 전쟁 방식이 전면전에서 국지전 방식으로 바뀌어야 되는 이유가 뭔지? 이 모든 것들을 밝혀야 한다.

유엔에서는 유야무야로 봉합되지만, 우리 사회도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추가적인 대북 조치로 나가기 어렵지만 남북관계에서 남긴 수많은 부정적 영향들을 되돌려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서 북한이 했다고 한다면 정확히 밝혀서 북한에 대한 대응을 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더 이상은 정치적으로 민족 문제나 남북관계나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해서 도박을 하는 식으로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정말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방선거 전까지는 중국이 주로 충돌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 5월 20일 합조단 발표가 있었고 24일 오전에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하고 오후에 3부 장관이 기자회견하고 거기서 대북 심리전까지 나왔다.

개성공단 같은 경우는 인질이 잡혔을 때는 특수부대를 보낸다 뭐한다 그런 게 흘러나왔다. 그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흘리는 것은 북한보고 인질을 잡아달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한번 때려보고 싶다는 것이다.

정치가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선거와 연결됐을 것이고 군인들은 그것 자체가 그들의 정서를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런 상태에서 심리전 재개, 특히 확성기를 틀면 북한에서 정조준 사격하겠다고 했고 거기에 대해서 우리는 두 배로 갚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이 한다면 하는 집단이지 북한이 조준 사격하겠다고 해서 안 하지는 않는다. 왜?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남북한 간의 긴장을 관리하고 막아온 사람들은 대한민국 정부고 대한민국 국민이었지 북한이 한 번도 그래 본 적이 없다. 북한은 호전적이다. 우리가 그래서 북한을 관리하고 설득하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한국 정부가 바로 한반도에서 평화를 관리하고 북한을 설득해야 할 임무를 포기했지 않나? 한술 더 떴으니깐. 이른바 ‘치킨게임’처럼. ‘누가 비겁자냐’ 마주 오는 열차처럼 이런 상태가 된 게 5월 하순 상황이었다.

그때 원자바오 총리가 한국에 왔었고, 한국정부는 그때 중국의 동의를 받고 중국이 천안함 문제에 대해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든가 한국 정부의 조사를 신뢰한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원자바오 총리는 오히려 충돌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에서도 어렵게 쌓아온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고 딱 견제가 들어갔다. 그 다음에 서해상 훈련도 견제가 들어가고. 그래서 약간 분위기가 다운되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그렇게 표심이 나오면서 한풀 꺾인 게 아니냐.

그런 점에서 저는 미국에 대해서도 참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게 5월말 선거 직전 열흘 정도의 상황은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건 우리가 느꼈지 않나? 그런데 그런 상황을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 나름대로 객관적 입장을 가지고 관리를 하고 설령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해서 침몰시켰다는 것이 100% 확증이 됐다 하더라도 군사적 수단만은 자제해야 한다고 안정시켜야 할 미국이 한국 정부에 대해서 힐러리 장관이 와서 박수치고 오바마 대통령이 다 찬성하지 않았나. 그런 식으로 편승했고, 오히려 거꾸로 위기 상황을 관리한 것은 중국이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러시아의 조사결과나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의 내용을 봤을 때 중국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노선이나 전략을 새롭게 하는 지도자의 자세변화 필요한 때”

▲ 단순한 인적 쇄신을 넘어 "근본적으로 노선이나 전략을 새롭게 하는 지도자의 자세변화 같은 것이 많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천안함 침몰 직전까지도 ‘독수리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진행됐고, 또 최근에는 천안함 안보리 의장성명 이후에 제재조치의 일환으로 한미합동군사연습을 하겠다고 하고 있다. 서해상에서의 한미 군사훈련을 어떻게 봐야 하나?

■ 이번에 제재조치로 훈련한다는 것은 정확하게 뜻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서해안 훈련을 동해안으로 옮긴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사실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상황은 명분을 덜 잃고 출구를 찾는 것을 택하는 것 아니겠나. 그런 차원에서 봐야 할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가 정말 그렇다면, 이것이 북한이 했다는 것을 그렇게까지 조사해서 밝혀내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못했다면 계속 설득해서 인정을 시키든지 아니면 이 시점에서 포기하든지 해야 한다.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해서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가야하는 것 아닐까?

□ 천안함 사건 당시에도 한.미 군사훈련이 진행 중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이런 사고가 났고 이런 식으로 처리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

■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한.미 연합훈련 중에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상식적으로 주는 함의가 있다. 천안함이 연합군사훈련에 함께 편성돼 있었던 배였는지 외곽에서 협력하는 차원의 배였는지 우리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분명하게 한미 연합훈련이 서해상에 있는 그 시점에서 우리의 영해 내에서 발표대로라면 북한의 잠수함에 의해서 그것도 신출귀몰하게 공격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일단 어려운 대목이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은 그렇게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객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니까, 믿으라니까 믿는 건데.

우리 장병들이 46명씩이나 사망한 엄청난 사건이고, 그것이 우리 영해에서 일어났다면 아마 정부가 정상적인 정부라면 생존자들 증언도 당연히 공개를 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처음에는 중구난방이 되도 한 방향으로 모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천안함 문제는 끝까지 비밀주의로 모든 것이 통제되는 상황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조사결과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막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왜? 공론의 장에서 정보들이 돌아다니지 못하고 완전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주인인 국민들한테는 “당신들은 우리들이 조사한 결과에 대해서만 믿으시오”라고 말하고 있는 거니까 이건 대단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의 역대 정부들이 이런 문제들을 처리해온 방식과 비교해 본다면 굉장히 비합리적인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 이 전 장관께서는 현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능력도 없고 시스템도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비판해왔는데, 이번 천안함 사건을 마무리하면서 인적쇄신 문제와 구조적 개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이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대해서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기초해서 정책을 하고 있다’라고 생각이 안 들기 때문에 정말 어떻게 바꿔야 된다든지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가 뭐 그런 얘기한다고 해서 듣겠나. 오히려 더 반감만 가질 것이다.

어쨌든 간에 분명한 것은 안보적으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을 받았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해서 말한다면, 그러고도 아직까지 한국의 국방장관이 아직도 저렇게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도무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서 일반적으로 도덕적 책임도 있을 수 있는 건데.

그리고 남북관계라는 것은 정말 갈 데까지 가서 악화돼 있고, 외교에서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보리로 가져간 것 자체가 지금 실패로 끝나지 않았나? 이 실패가 지금 이 정부에 악재가 도처에 터져있어서 가려지고 있는 것이지 사실은 심각한 것이다.

현재의 ‘조중동’이 또 <KBS> 등 일부언론이 봐주지 않는다면, 과거 정부들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면 진짜 이건 아마 정권 물러나가라고 나왔을 것이다. “이게 무슨 짓거리냐 말이야? 유엔 가서 개망신 당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뭐냐? 이유는 뭐냐? 원인 밝혀라!” 지금 외교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물론 외교부가 천안함의 조사결과를 100% 받아들이고 유엔활동을 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 무조건 “유엔 가서 해라” 강압적으로 해서 했다면 모르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렇게 봤을 때는 총체적으로 난맥상을 보이는데, 그 난맥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는 사람을 바꾸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생각을 바꿔야 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남북관계가 ‘북한을 버릇 고쳐서 뭘 하겠다’고 마음먹고 출발했는지 모르지만 안 됐지 않나? 앞으로도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 천안함 문제가 한국 정부의 외교적 이니셔티브(주도권), 남북관계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공세적 위치 이런 것들의 기반을 와해시켰다. 그러니까 상당기간 아마 한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또 남북관계에서 이니셔티브를 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뭐냐? 이니셔티브를 취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6자회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중심적인, 능동적인 역할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6자회담 재개나 이런 걸 지금이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하고, 남북관계에서도 이제는 뭔가 남북대화를 통해서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해서 당장은 잃어버린 체면을 다 복구는 못하더라도 시간이 가면서 새로운 노선을 정비해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듣겠나?

□ 일각에서는 임태희 전 장관이 비서실장으로 내정되고, 김덕룡 민화협 의장이 총리로 기용될 경우 대북 화해 제스쳐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적인 해석도 내놓고 있다.

■ 글쎄... 아직 국무총리는 누가 될 지도 모른 상태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저는 지금이 그렇게 기술적으로 사람을 누구를 바꾸고 이런 것으로 해결될 국면이 아니라고 본다. 근본적으로 노선이나 전략을 새롭게 하는 지도자의 자세변화 같은 것이 많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보강, 12:57)

* 인터뷰 2부 기사가 예정돼 있었으나 시의성 등을 고려해 싣지 않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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