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천안함 외교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간 남측 정부가 엄청나게 공들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이 그렇습니다. 안보리는 9일 채택한 성명에서 “한국 주도의 북한 공격 조사 결과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지만 동시에 “북한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한 점을 주목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이 천안함을 직접 공격했다는 점을 적시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를 둘러싼 남과 북의 해석이 가관입니다.

남측 당국은 이번 의장성명 채택을 환영한다면서 “국제사회가 단합된 목소리로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규탄하고, 한국에 대한 추가적 도발 방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왠지 공허해 보입니다. 그간 남측의 온갖 행위와 언변들, 즉 이명박 대통령의 5.24전쟁기념관 대북 경고발언, ‘유엔헌장 위반과 정전협정 파기’, ‘준엄한 국제사회의 심판’ 등등에 비쳐볼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북측 당국은 안보리가 “아무런 결의도 채택하지 못하고 똑똑한 판단이나 결론도 없는 의장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끝났다면서 “진상도 밝혀지지 않은 사건을 서둘러 상정 취급하다나니 달리는 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만족해했습니다. 나아가 북측은 “유엔에 갈 필요가 없이 북남사이에 해결되었어야 했다”고 꾸짖으면서 “국방위원회 검열단이 현지에 들어갈 때까지 해저상태를 포함한 사건현장을 일체 꾸밈없이 보존해야 할 것”이라고 여유를 부렸습니다.

아무튼 이번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으로 그간 숨 가쁘게 전개된 천안함 외교전이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의장성명에 대해, 남과 북이 서로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남한의 외교적 실패입니다. 아니 한만 못한 격이 된 것입니다. 천안함 사태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천안함 수렁’에 갇혀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천안함 사태의 진상규명을 계속 하되 동시에 출구전략도 마련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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