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준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

 

천안함 침몰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유엔안보리에 상정한 MB의 천안함 외교가 시간이 갈수록 표류하고 있다. 우선 유엔안보리에서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MB 정부 역시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형식보다는 내용’이라며 제재결의안보다는 의장성명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러나 의장성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미국의 태도가 모호하다. 물론 미국의 발언은 단호하다. 최근 방한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도 “북한은 명백한 침략자”이며 “한미 간 ‘북 안보리 제재’는 완전히 일치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유엔안보리의 최근 행보는 미국의 단호한 발언과는 너무나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안보리 이사국 대사들이 19일부터 열흘간 아프가니스탄 현장 시찰을 떠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진다. 남과 북이 안보리에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후 사실상 안보리 천안함 논의는 개점휴업상태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은 MB의 대북 외교를 더욱 곤혹스럽게 한다. 중국 외교부는 천안함 안보리 대북 제재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한국의 고위 외교관리에게 ‘인내와 절제’를 암시하는 소동파의 글을 선물했다. 중국의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7일자 논평에서 “한국이 제고한 증거를 살펴보면 천안함이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술 더 떠 중국이 지난달 31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구호선을 공격해 9명이 숨진 사건에 대해 안보리가 이스라엘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채 살상 행위 자체만을 비난하는 의장 성명을 채택한 것과 같은 수준의 ‘미지근한 해법’을 원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러시아의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유명환 외교부장관이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한국 정부의 안보리 대응에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러시아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천안함 침몰사건 관련하여) 하나의 견해만이 폭넓게 유포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즉각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MB 정부가 유엔안보리에 천안함 관련 서한을 발송한 참여연대를 ‘내부의 적’으로 맹공을 퍼붓고 있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라는 ‘외부의 적’이 MB 정부의 대북외교에 강한 제동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내부의 적’은 참여연대만이 아니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우리가 대북 대책의 주도권을 상실한 가운데 사실상 아무런 대북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사태가 종결될 위험이 상존한다”며 “언제, 어떤 조건 하에서 (천안함) 사태가 종결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자체 계획을 조속히 수립”할 것을 건의했다. 천안함의 출구 전략을 수립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기세좋게 출발한 MB의 천안함 외교가 밖에서는 뺨맞고 안에서는 뒤통수 맞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패가망신하기 전에 대북외교라인을 전면 쇄신하고 민주평통이 자문했던 바대로 천안함 출구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이다. 더 늦게 전에.

*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주간통일동향 [통일돋보기 34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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