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4)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괴불나무. [사진 - 정관호]
괴불나무
오뉴월 풀마다 나무마다 제 꽃을 피워 벌나비를 부를 때 이 곁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 있을까
크기야 사람 키 두서너 길 잎 겨드랑이마다 빼곡히 단 꽃 희게 피었다가 노랗게 변하는 버릇 닮았다, 인동덜굴을 닮았다
그 지는 꽃이 아쉬울 즈음 이제 그만인가 싶을 무렵에 빨갛게 익어 드리우는 열매 잔치에 또 한번 놀라게 되는구나
사람이 봉접이나 새무리 같을진대 아예 저 나무 그늘에 집을 짓고 평생 동무하며 살고 싶은 생각 굴뚝처럼 치솟게 하는 나무
일가 사촌 형제들이 구름 같아 비슷한 꽃차례에 고운 열매로 철철이 이 강산 곱게 물들인다.
▲괴불나무, 꽃과 벌. [사진 - 정관호]
▲괴불나무, 열매. [사진 - 정관호]
▲올괴불나무, 꽃. [사진 - 정관호]
▲왕괴불나무, 열매 2개가 합친다. [사진 - 정관호]
▲홍괴불나무, 열매가 몽친다. [사진 - 정관호]
도움말
괴불나무는 산 죽턱이나 골짝에서 자라는 갈잎좀나무(落葉灌木)로 5미터 정도 크기로 자란다. 줄기 속은 비어 있고 잎은 마주 난다. 5~6월에 잎 겨드랑이에 두 송이씩 꽃이 피는데, 처음에는 희다가 차츰 노랗게 변한다. 푸지게 피고 향기가 짙어 밀원식물(蜜源植物)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가을에 영롱한 붉은 색의 열매로 익어 아주 볼 만하다. 같은 속(屬)의 형제 종(種)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