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후 평택 해군 2함대에 보관되어 있는 천안함 선체는 높은 펜스는 둘러 싸여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함수 부분 위에서 떨어져 연돌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연돌 아랫부분의 철판은 찢겨 나간 채 위로 말려 올라가 있었으며 각종 전선과 내부 부품이 늘어져 있었다.
'최초 공격받았다'던 선체 좌현은 공개 안 해
천안함 선체 중 함수 부분이 입구 쪽으로 향해 있었으며 중간에 유실된 가스터빈실 공간만큼 떨어진 채 함미 부분이 뒤쪽에 놓여 있었다. 포토라인은 함체 우현에서 3미터 떨어진 곳에 설치 됐으며 함체 좌현은 펜스에 완전히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이날 국방부의 설명도 함체 우현에 집중됐다. 설명이 끝난 뒤 기자들이 좌현에 대한 촬영을 요구했지만 안내를 맡은 민군합동조사단의 박정수 준장은 "이 정도 찍게 해준 것도 대단한 것"이라며 거부했다.
군은 함체 중간 부분 왼쪽 편에서 어뢰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준장은 폭파 지점에 대해 "함수 좌현에서 3-5미터 떨어진 곳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함체 우현보다는 최초 공격을 받았다고 하는 좌현이 더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지만 군은 이날 끝까지 좌현에 대한 접근을 막았다.
특히 '좌초설'을 주장하는 측에서 스크래치가 많았다고 주장하는 곳은 함미 좌현이다. 군은 떨어진 곳에서 함수 좌현은 촬영을 허용했지만 뒤쪽에 위치한 함미 좌현은 촬영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함체 우현의 스크래치 자국... "인양 중 체인에 긁힌 것"
군 "좌초설은 황당한 소설 같은 이야기" 일축

함미 찢겨진 부분에서 약 9미터 지점 측면에 심한 스크래치와 아랫부분이 움푹 패인 곳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암초에 긁히거나 파손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군은 이 흔적은 인양 당시 선체를 묶은 체인에 의해 생긴 스크래치라고 해명했다.
박 준장은 "좌초된 것이라면 긁힌 현상이 함수에서 함미 방향으로 나와 있어야 하는데 선저(배 밑바닥)는 깨끗하다"면서 "좌초설은 황당한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함수 우현 측면은 심하게 녹슬어 있었고 중간 부분에 약 50cm 길이로 외판이 찢어져 뚫려 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함수가 우측으로 넘어져 해저 마찰로 녹이 슬고 해저에 닿아 생긴 손상이며 찢어진 부분은 해저 돌에 찍힌 자국"이라고 설명했다.
절단면은 각종 전선들이 뒤엉켜 축 늘어져 있었다. 전선 피복은 벗겨지지 않았으며 불에 탄 흔적도 없었다. '어뢰 공격설'을 부인하는 측에서는 어뢰 폭발이 있었으면 전선이 벗겨져 있거나 탄 자국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군은 이같은 현상을 두고 '내부폭발'이 아니라는 증거로 활용했다. 박 준장은 "물줄기로 때렸기 때문에 전선이 (타지 않고) 찢겨졌다"며 "내부 격벽이나 전선이 화재로 탄 모양이 없기 때문에 내부 폭발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박 준장은 "버블이 수직 상승하는 모습으로 말려서 안쪽으로 올라가 있다"며 "내부폭발이라면 선체가 배 안에서 바깥으로 말려야 하는데 바깥에서 안쪽으로 말려 있기 때문에 외부 충격이 원인인 것"이라고 말했다.
함체 맨 뒤쪽에 위치한 좌.우 스크루는 아래쪽 날개가 절단되어 있었고 우측 스크루의 나머지 날개들은 대부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심하게 휘어져 있었다.
이 역시 좌초에 의한 파손이라는 주장에 대해 박 준장은 "암초에 걸려 뒤로 후진하다가 그랬다면 스크루에 긁힌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며 "날개가 부러진 것도 함미를 인양하면서 바지선에 찍혀서 커팅(잘린) 것이다. 증명사진도 있다"고 반박했다.

'버블제트'등 어뢰 공격 집중 부각
이날 박 준장은 천안함 침몰 원인은 어뢰 공격이 확실하다며 이 부분을 집중 부각해서 설명했다.
그에 설명에 따르면 조사단은 천안함 길이 총 88.3미터를 60센티미터 간격으로 135등분해서 각 프레임 번호를 매겼다.
이중 55번(33미터)부터 100번(60미터)프레임까지 버블제트의 충격을 받았으며 그 강도가 가스터빈실에 집중됐다. 가장 큰 충격을 받아 유실된 가스터빈실의 수몰 위치는 파악됐지만 아직 인양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아직 조사하지 않은 것이다.
박 준장은 55번 부위의 약간 패인 부분을 가리키며 "접시 모양으로 밟혔는데 이것을 디싱(dishing) 현상이라고 한다"라며 "최초의 충격파로 강한 힘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폭발은 센터 중심으로 함수 부분에 치우쳐 일어났는데, 함미 보강대가 좌에서 우로 말려 올라갔음, 좌에서 우로 강력한 힘이 미쳐 겉에 붙어 있는 것이 튀어 나갔다"고 말했다. 왼쪽 편에서 어뢰가 폭발해서 함체 오른쪽 방향으로 힘을 가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당시 가스터빈은 작동하지 않았고 스크루를 돌리는 디젤 부분이 시끄러웠는데, 어뢰가 음향감지를 받아 (디젤 엔진이 있는) 가운데로 와서 터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뢰 폭발 시 발생하는 물기둥에 대해서는 "초병이 100미터 정도 되는 하얀 물빛 섬광을 봤다"라며 "초반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언론 공개는 약 40분간 진행됐다. 30여 분간 박 준장의 설명 이후 10여 분간 촬영시간이 주어졌지만 특이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20일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선체 좌현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아 천안함 사건의 의혹은 말끔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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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