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13-14일 양일간 '한반도비전포럼'을 개최했다. 세계 정상급 인사와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초 '통일비전포럼' 국제회의라는 이름으로 준비됐던 이번 포럼에는 후쿠다 야스오 일본 전 총리, 한스 디트리히 겐셔 전 독일 부총리 겸 외무장관,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 이그난텐코 전 러시아 부총리 등을 초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을 제외하고 대부분 참석하지 않았다. 나머지 인사들의 빈자리는 주한 독일 대사, 일본 아사히신문 주필, 러시아 상원의원 등이 대신 채웠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상급 인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기본 취지는 무색해지고 미국 측 목소리만 부각됐다. 초청된 미국측 인사들도 웬디셔먼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제외하고 대부분 부시 행정부 시절 관료들이었다.

결국 행사장은 미국 공화당계 인사들이 북한을 비난하는 성토의 장이 되고 말았다. 6자회담 실패론, 북한 붕괴론 등이 난무했다.

부시 행정부 내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콜린파월 전 장관은 "6자회담은 여전히 유용한 시스템"이라고 인정했지만,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를 언급하면서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이 라디오 전파를 조작해서 외부 방송을 듣고 있다. 북한의 철의 장막이 거두어지면 모두가 북한의 진정한 면모를 보게 될 것이다. 그 장벽이 거둬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쩌면 북한의 붕괴는 완전한 붕괴와 점진적 붕괴의 중간단계에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남북 간 통일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

"북한의 내부적인 붕괴, 극심한 위기 때문에 통일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북한으로부터 촉발된 공격으로 서로 대응하다가 군사적, 정치적 시나리오로 이어져 북한의 종말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리처드 하스 전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노무현 정부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는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에 대하여 미국과 논의할 의지가 있다. 김정일의 건강 악화가 예상보다 일찍 진행되고 있는 권력승계 작업을 고려할 때, 북한 체계의 불안정성을 논의하는 것은 이치에 맞다. 강압적인 통일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빅터 차 전 미 NSC 아시아담당 국장)"

이같은 북한 붕괴론은 빅터 차 전 국장의 말처럼 미국 강경파의 목소리만은 아니다. 한국측 인사로 발표에 나선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도 '체제전환'을 앞세워 이에 가세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 권력 체계는 언젠가는 반드시 바뀔 것이다. 김정일이 5년을 살지 10년을 살지는 알 수 없다"며 '북한의 진정한 변화'는 "김정일 이후 정권이 중국과 같은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가해 차기 북한 정부가 개방정책을 채택하는 경우, 북한 민중이 봉기해 북한 지도부가 개혁정책을 받아들이는 경우"에서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번 '한반도비전포럼'의 주제는 '한반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서'였다. 그리고 포럼 내용은 북한 붕괴론 내지는 체제전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상생과 공영'이라는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통일부가 주최한 행사에 어울리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 등 군부정권의 대북 패러다임은 '체제경쟁'이었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체제공존'이었다면, 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북한 붕괴 기대를 전제로 한 체제전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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