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날의 기념사란 당대의 사건(사실)과 그 정신을 기리면서 오늘날의 상황과 연결시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날이 국경일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3.1절하면 우리 민족이 ‘자주독립’을 외치며 일제의 만행에 항거한 날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91돌을 맞는 3.1절 기념사에서 3.1정신을 되새길만한 어떤 내용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일제 식민통치에 대한 지적을 비롯해 어떠한 대일(對日) 메시지도 밝히지 않은 것입니다. 일본을 향해 무언가 한마디쯤 공식적으로 해야 할 기념사에 일본을 빠트린 것입니다.

일제 식민통치는 해방과 더불어 분단으로 이어졌습니다. 따라서 3.1절 기념사에 남북관계나 통일문제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이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을 보는 시각은 여전히 사시(斜視)입니다. “북한이 남한을 단지 경제협력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생각을 바꾸어야 하겠다”와 “우리가 제안한 그랜드 바겐을 성심을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는 표현 등이 그렇습니다.

북측은 남측을 민족화해와 단합의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북측은 남북관계를 경제협력 관계로만 한정하는 것에 극도의 경계를 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남측은 북측에 그랜드 바겐을 요구할 게 아니라, 그 이전에 북측이 요구한 6.15선언과 10.4선언의 존중ㆍ이행에 대해 답을 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북측을 잘못 짚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니 이번 3.1절 기념사는 시쳇말로 일본도 북한도 빠진 김빠진 맥주가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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