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그루지야 국적 화물기가 태국 공항에 억류됐다. 급유하기 위해 착륙한 화물기에 북한산 무기가 적재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주요 언론에서 보도한 당시 정황은 대부분 이와 같았다. '북한산 무기'에서만 뉴스(News)를 찾았다. '화물기가 과연 급유차 착륙했는가'에 대한 보도는 없었다.

"당시 화물기가 태국에 불시착한 것은 오산 미7공군의 스텔스 무인정찰기를 동원한 미 정보기관의 비밀작전 때문이었다. 미국은 이 작전에 대해 사전에는 물론이고 사후에도 한국 정부에 통보하지 않았다."
외교.안보 전문지 <D&D Focus> 발행인 겸 편집장 김종대 씨의 새 책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한미동맹과 전시작전권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도서출판 나무의 숲)는 우리가 주변에 쉽게 접할 수 없는 고급 '팩트'들을 접할 수 있다.
숨겨진 사실은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낸다. 주한미군의 전략과 전력, 병력이동에 관한 정보가 한국 정부의 시야 밖에 있다는 기가 막힌 사실은 한 가지 진실을 알려준다.
김 편집장은 이 책에서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었던 전통적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은 미국의 전략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이러한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과거 동맹에 대한 고정관념에 기대어 미국의 '선의' 하나만 믿고 우리 운명을 통째로 맡긴다는 것은 너무도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최근 주한미군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책에서는 또 이라크 파병, 전시작전통제권,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비사(秘史)들도 만나볼 수 있다. 당시 뜨거웠던 외교.안보 현안을 둘러싸고 청와대 안팎에서 벌어진 격렬한 논쟁과 대립도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등 총 5장, 500여 쪽이 넘는 분량으로 이뤄진 책은 1장에서 당시 청와대와 외교안보부처 사이에서 벌어진 놀랍고 충격적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노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자주와 동맹으로 갈라진 외교안보 참모들 간의 자존심을 건 국가 전략 논쟁, 노 대통령 주재로 두 차례 열린 자주국방 토론회 등이 소개된다.
계속해서 부시에게 보낸 노 대통령의 친서 소동,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부시의 거짓말, 이라크 파병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맞바꾸려 한 청와대와 외교부, 주한미군 감축을 공론화하라는 대통령 지시를 어긴 대미 협상단, 이라크 파병 결정의 내막과 미국의 불만 폭발 등 숨 막히는 사건들이 물고 물리며 3장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2장에서 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에서 무엇을 학습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박정희.노태우.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히 안보분야에서 가고자 했던 궁극의 목표에 집중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새 지평을 열었다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다.
5장에서는 정부가 사분오열돼 대립하면서도 남북정상회담으로 사태가 정리되기까지의 긴박했던 순간들을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NLL을 둘러싼 첨예한 논쟁과 김장수 국방장관과 관련된 에피소드까지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마지막까지 눈길을 사로잡는다.
성격상 겉과 속이 다른 외교.안보 현안의 '맥락'들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현안별로 맥락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거시적 흐름에서 문제를 꿰뚫어 보는 '힘'을 가지고 있다.
14대부터 16대까지 국회 국방위원회 비서관을 거쳐 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방전문위원,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김장수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까지 10여 년이 넘도록 국방.안보 분야를 다룬 저자는 지난 2007년부터 3년 넘게 책을 준비해 왔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고 나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과거에 대한 외눈박이 접근으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땀과 희생으로 모색된 국가 전략의 교훈이 다시 유실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발견한 역사의 광맥들이 다시 폐광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가 참여정부 전반기 2년을 청와대에서 보낸 경험이 일부 활용되기도 했지만, 사건 대부분은 2007년부터 새로 취재한 것이다.
오는 25일이면, 10년간 높게 쌓여 있던 금기의 벽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가격은 22,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