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4)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전나무. [사진-정관호]
전나무
월정사 갔던 길에 맺은 언약 있거든 눈이 무릎까지 쌓인 오대산 길을 전나무 숲 사이로 걸어보아라
광릉내를 건너다 잃은 것이 있거든 한여름 짙은 녹음 사이로 아름드리 전나뭇길 안고돌며 찾아라
무지개 안개로 아련히 어른대는 이제는 되돌리지 못하는 조각 조각들 그것들을 잇는 다리 어디쯤일까
한 백리쯤 뻗는 전나무 숲길을 만들어 추억을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노후의 산책길을 만들어주었으면
팔 서로 겯고 걷다가 하늘 쳐다보며 비쳐드는 햇살에 얼굴을 만져가며 저렇듯 수할지라, 가지런히 늙을지라.
▲ 월정사 전나무 숲길. [사진-정관호]
▲ 전나무 고사목. [사진-정관호]
▲ 광릉 전나무 숲. [사진-정관호]
▲ 자생하는 전나무 2세들. [사진-정관호]
도움말
전나무는 깊은 산에서 자라는 늘푸른바늘잎나무(常綠針葉樹)로 높이 30미터, 지름 1미터에 이르는 이 땅 특산종이다. 이파리 뒷면은 하얗고, 어릴 때는 느리게 자라다가 7~8년 지나면 곧게 빨리 자란다. 펄프 원료ㆍ건축재ㆍ가구재 등으로 그 쓰임새가 매우 넓다. ‘젓나무’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발음에 따라 ‘전나무’로 표기하는 듯하다. 공해에는 약한 편이어서 정원수나 가로수 따위로 심기는 부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