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 인사는 아니지만 MB 정권의 통일외교분야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1월 7일 중앙일보에 “남북 정상회담 마다할 필요 없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국내 선거일정에 초연할 필요가 없다”며 지방선거 전에도 정상회담을 추진해 ‘한국전쟁 60주년 즈음한 시점’에서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개진했다. 과거 두 번의 정상회담에 총선·대선 직전에 이루어졌지만 “국민은 정상회담과 관계없는 투표 성향을 보”였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정권 초기부터 그 존재 의미가 반감되었던 통일부의 수장 현인택 장관은 정상회담에 대한 자신의 역할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12월 31일 “(2010년엔) 남북 정상이 만날 수 있다”고 전망하더니 더 나아가 1월 7일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통일부가 (정상회담 논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MB 정권의 주요 인사들의 행보 혹은 발언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드러난 것보다 상당히 진척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네 차례의 남북 비밀 접촉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 장소, 의제 등에 대해서 상당한 논의가 오갔다는 사실은 이미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그런데 이들 주요인사들의 행보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그 이상의 무엇이 남북 간에 논의되었는지 아니면 남측 정권 실세들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확인되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이들 주요인사들의 움직임이 다들 제각각이라는 인상을 준다. 류우익 중국 대사는 외통부 라인이라기 보다는 이명박 혹은 청와대 라인이다. 지난 해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 접촉을 했던 임태희 노동부장관 역시 MB 라인이었다.
윤덕민 역시 기고문에서 ‘회담의 콘텐트’를 강조하고 ‘북핵 제거는 물론 이산가족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 등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MB의 정상회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는 인상을 준다. 역시 MB라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낄 자리가 없었다. 현인택 장관이 정상회담에 대한 통일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자신이 김양건 통전부장을 만나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하여 반드시 통일부와 통일부장관이 주도할 이유는 없다. 따라서 통일부가 아닌 MB 측근들이 정상회담을 주도하는 것을 비판할 생각은 없으며 통일부가 나서서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도 없다. 다만 남측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통일되지 않고 조율되지 않은 언행을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남발하는 것은 분명 일을 그르치게 하는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콘트롤 타워의 문제이다. 정상회담에 대한 주요 당국자들의 제각각 행보는 MB 정권 내에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콘트롤 타워가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던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2010년이 남북 정상회담의 적기라고 평가한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남측 당국자들의 통일되지 않고 조율되지 않는 언행으로 정상회담의 호기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주간통일동향 [통일돋보기 17호]와 동시 게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