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북측이 북미관계 개선시 남북관계 개선을 병행추진해왔다는 점에서 그리고 지난 해 하반기 들어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북측이 올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남북정상회담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반면 MB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말로는 수없이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했고, 몇 차례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 접촉까지 나서긴 했지만 정상회담 의제에 북핵 문제와 국군포로.납치자 문제를 회담 의제로 언급함으로써 과연 MB가 정상회담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MB는 분명히 ‘정상회담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특히 8월 이후 북미 대화가 본격화되고 북측의 대남 유화공세가 강화되면서 MB의 딜레마는 더욱 심화되었다. MB가 갖고 있는 ‘정상회담 딜레마’를 간단히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MB 정부로서는 북미 관계와 북일 대화가 물밑에서 진행되는 상황에서 북한과 일정한 관계의 틀을 형성하고 있어야 정세에서 ‘외톨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을 잘 관리하고 있다. 멀지 않아 북한이 굴복하고 나올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강조해왔던 자신의 발언과 입장 때문에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에 선 뜻 동의할 수 없었다.
따라서 MB 정부가 무언가 스스로 남북관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정상회담 의제로 불거져 나온 것이 북핵 문제와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였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의제로 북핵 문제와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제기하면 북측은 정상회담에 나오기 어렵다.
벽초부터 2010년 정상회담이 남측의 화두가 되고 있지만 MB로서는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이다.
새해엔 MB의 ‘정상회담 딜레마’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북미 관계는 진전될 것이다. 북일 대화 역시 관계 진전을 위한 공식 대화에 착수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과정 역시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 진전의 요구가 지난 해보다 높아지는 객관적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딜레마’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MB는 최종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쉽게 말해 기존 정책을 바꿔 대화 분위기에 편승할 것이냐 아니면 기존 정책을 고수해 정세 이단아로 남을 것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2010년 MB의 대북정책, 통일부의 대북정책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이단아’로 남을 공산이 더 크다. 통일부는 새해업무보고에서 ‘관계개선보다는 대내사업’에 더 역점을 두는 정책을 제시했다. 통일부가 제창한 ‘새로운 패러다임’ 역시 지난 2년이 아니라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비관에 빠질 이유는 없다. 이미 MB는 ‘정상회담 딜레마’ 속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9년 연말부터 군통신선 지원, 인도적 지원 등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나타났던 것이다.
객관적 정세는 'MB 흔들기'를 강화할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남북 관계 정상화에 대한 요구를 강화할 것이며, 북미관계, 북일관계의 진전 역시 MB의 대북정책 전환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객관적 정세에 맞추어 주체적 정세도 'MB 흔들기'를 강화해야 한다. MB의 대북적대적, 이념편향적 대북정책을 어느 만큼 흔드느냐에 따라 MB의 대북 정책 변화 여부는 결정될 것이다. MB를 흔들어 ‘정상회담 딜레마’에서 탈피하게끔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소위 ‘3박자 압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북한이 압박하고, 미국이 압박하고, 남측 사회가 압박하여 MB로 하여금 남북정상회담에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통일부가 새해업부보고에서 정확하게 진단한 것이 하나 있다. 2010년을 “남북관계 전환점”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정확한 표현이다. 북미관계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던 과거 김영삼 정권때보다 더 극한 대립의 남북관계가 되느냐, 북미관계 정상화에 맞추어 남북관계도 정상화되는 새로운 국면의 남북관계가 되느냐 전환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주간통일동향 [통일돋보기 16호]와 동시 게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