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사건은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고교 지리·역시 과목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와 가와바타 다쓰오 문부과학상의 망언이다. 고교 학습지도요령에서는 ‘독도’를 명기하지 않은 채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교묘한 기술을 선보였으며, 가와바타 문부과학상은 그것으로 양이 차지 않았는지 해설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한 영토”라고 발언했다.
두 번째 사건은 소위 ‘99엔 보상’이다. 일제 때 일본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던 한국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 99엔씩 후생연금 탈퇴수당이 지급된 것이다. 정신적, 육체적 온갖 고통을 받으며 노력을 한 대가로, ‘정신대’라는 명칭이 붙어 강제노역 사실을 쉬쉬하며 피의 눈물을 흘려 왔던 과거 고통의 보상금으로 99엔이 산정된 것이다.
위 두 사건은 한일 관계에서 어느 것 하나 소홀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사안들이다. 그러나 위의 세 사건을 대하는 한국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는 지나치게 ‘독도 편중적’이었다. 물론 ‘독도문제’는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일본 관료의 ‘독도 망언’에 대해 규탄하고 항의하는 것은 한국 정부와 정치권의 의무이다. 그러나 ‘독도문제’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에 해당하는 문제라면, ‘근로정신대’ 문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해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근로정신대’ 문제의 당사자가 한국민이고, 그 한국인 ‘근로정신대’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수치를 당하고 있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고통과 수치라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근로정신대’ 문제 역시 대한민국이 행사해야 할 주권의 또 따른 영역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사회보험청의 ‘99엔 망동’에 대해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어떤 정부기관에서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여당인 한나라당 역시 이에 묵묵부담이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독도 망언을 규탄하면서 ‘99엔 망동’을 곁가지로 언급했을 뿐이다. 오로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만이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99엔 망동’에 대해 정치적 반응을 보였을 뿐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정부조직도, 그 어떤 정당도 ‘독도는 우리 영토이지만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은 우리 국민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그러나 최소한 정부여당만큼은 이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나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겠다고 강조해왔다. 일본 사회보험청은 보란듯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99엔’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망언’ 못지않게 ‘99엔 망동’에 대해 총력적으로 대응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정부가 자행한 ‘99엔 망동’에 대해 MB가 그 어떤 발언을 하고 입장을 냈다는 소식을 접해보지 못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진정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여기고 있다면, MB가 진정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자 하는 의사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하토야마 일본 총리에게 항의전화라도 하고 볼 일이다. 한나라당이 진정 여당으로서의 책임을 갖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일본 민주당 지도부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근로정신대 수당 지급’을 요구하고 볼 일이다.
*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주간통일동향 [통일돋보기15호]와 동시 게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