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텐마 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미일 간의 갈등이 연일 보도되면서 새로운 현상이 발견된다.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을 억지로 꿰어 맞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일정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궤변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몇몇 언론들에 게재된 글들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논리 구조를 갖고서 궤변이 제기된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 간에 갈등이 붉어지면서 미.일동맹이 약화되고 있다. 그런데 미.일동맹 이완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오키나와 미군 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투입될 미군의 발진 기지이다. 따라서 미.일동맹의 이완은 곧 미국의 ‘한반도 방어 우산’의 약화와 직결된다. 최근 북한은 2차 핵실험을 하는 등 대남 군사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군사력은 강화되고 미.일동맹이라는 한국의 방어 전선은 약화되고 있으니 한미 동맹만이라도 확실해야 한다. 이런 마당에 최근 주한미군 사령관이 주한미군의 다른 분쟁 지역 차출을 거론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의 안보 대응 태세를 강화해야 할 때이다. 한국 안보의 근본은 한미 동맹이다. 따라서 2012년 4월 17일로 못을 박아놓은 전작권 전환 시점에 대한 원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논리는 간단하다. 미.일동맹의 약화는 곧 한국 방어력의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해 전작권 환수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것이다.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을 보면서 이토록 간단한 논리로 주한미군의 전작권 환수 문제를 거론하는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모든 변화는 곧 ‘불안 요인’일 뿐이다. 그들이 하토야마 정권 등장 이후 가까워지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관계를 우려 깊은 시각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이 최근 북미 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며 핵폐기 이전에 어떤 ‘보상’도 북한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연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일 관계 진전에도 그토록 불안할진대, 북미 관계 진전에 그들이 얼마나 큰 불안감을 느낄 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이 쯤 되면 역사발전이라는 것은 그들에게 통하지 않는 논리이다. 그들에겐 역사발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서 한미동맹 강화의 역사만이 존재할 뿐이며 동북아시아 차원의 질서 재편과 각국 간의 관계 진전은 ‘반역’일 뿐이다.

따라서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라면 ‘국민들의 피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프간에서 한국군이 철군해서는 안 된다’는 김태영 국방장관의 논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된다. 주한미군이 자기 멋대로 분쟁지역으로 갔다가 자기 맘대로 한국으로 돌아오는 ‘전략적 유연성’은 응당 우리가 감내해야 할 몫이다. 한국군의 전략적 유연성 즉 ‘한국군이 주한미군과 함께 자유롭게 분쟁지역으로 차출되어 돌아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은 주권 침해성 발언이 아니라 안보 공약이 되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과 논리는 ‘동맹 근본주의’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미.일동맹의 갈등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그런 것이 아니다.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동맹도 변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하고, 미.일동맹의 갈등에는 동북아시아 질서 재편 과정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일본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미.일동맹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던 일본의 동맹 정책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상황 역시 일본과 다르지 않다. 보즈워스의 평양 방문으로 북미 관계는 진전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북제재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중교역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 역시 방북 의사를 표명하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치중하고 있다.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한.미동맹 강화에 모든 가치를 부여하려는 ‘동맹 근본주의’는 21세기 평화와 통일의 실현이라는 우리의 이익, 우리의 이해관계에 배치되는 개념이자 주장일 뿐이다. ‘동맹 근본주의’에서 벗어나 ‘동맹 상대주의’적 입장을 취했을 때 우리의 바람직한 외교정책의 방향은 정리될 수 있는 것이다.

동맹은 영구불변한 것이 아니다. 자국의 이익과 이해관계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수단이 목적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미.일동맹의 갈등은 이같은 사실을 우리에게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주간통일동향 [통일돋보기14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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