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방북에 대한 평가가 짜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는 것이다.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 복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받아내지 못했다는 것이 50점밖에 받지 못한 이유이다.
그러나 북한은 보즈워스에게 6자회담 재개, 9.19 공동성명의 이행이라는 답을 주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보즈워스를 통해 듣고자 했던 북한의 답변은 다 받아낸 셈이다. 여기에 강석주 제1부상을 면담했다는 점, 북한과 미국의 언론 보도가 거의 일치하게 나왔다는 점을 감안해 20점의 가산점을 더한다면 이번 보즈워스의 방북은 120점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보즈워스가 첫 번째 방북이라고 했던 데서 확인되듯이 이번 방북은 2차까지 노정된 것이다. 따라서 가시적인 성과는 2차 이후 회담에서 나오게 되어 있었다. 이미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그동안의 사전 접촉을 통해 이런 양해가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는 북미 사이에 진행된 이같은 협의 내용을 고려하지 않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 의한 평가일 뿐이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과 미국이 배열하는 순서는 다르지만, 비핵화 뿐 아니라 평화체제, 관계정상화, 경제지원 등에 대한 논의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보즈워스 방북 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발언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다. 북한의 요구사항을 오바마 행정부가 수사적 차원의 언급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협상의 의제로 올렸다는 점이다. 그 구체적 논의 진전은 6자회담 등 다자회담이라는 틀에서 논의될 수 있겠지만 논의의 핵심적인 사항은 북미 양자대화에서 협의되고 합의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것이야말로 그동안 북한과 미국이 모색해왔던 ‘돌이킬 수 없는’ 논의의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논의가 구체화된다면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로 나아갈 수 있으며,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대로 ‘돌이킬 수 없는 관계 정상화’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즉 보즈워스의 1차 방북의 가장 큰 목표였던 북미 사이의 접점을 찾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보즈워스의 2차 방북은 이같은 접점을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2차 방북에서는 북한이 6자회담의 복귀와 비핵화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의지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보다 구체적인 의지 표현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입장이 될 것이다. 따라서 2차 방북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가시적인 성과가 마련된다면 북미 대화는 한단계 진화하게 될 것이다. 즉 관계 정상화를 위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며 이때부터는 보즈워스가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이 주역을 담당하게 된다. 즉 북미 관계정상화의 논의는 보즈워스의 역할이라기보다는 힐러리 클리턴의 역할인 것이다.
또한 힐러리 클린턴의 역할이 다한 이후 북미 관계 정상화 논의에 하이라이트는 김정일-오바마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뿐 아니라 미사일 문제, 관계 정상화,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 등이 결정될 것이다.
다만 현재의 역학 관계를 감안하면 김정일-오바마로 국한된 북미 정상회담이 아니라 중국과 한국이 결합된 4자 정상회담이 될 공산이 크다. 바야흐로 2010년은 북미 관계 진전을 필두로 한 한반도 정세의 획기적 진전이 이루어지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보즈워스의 1차 방북은 이같은 전망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주간통일동향 [통일돋보기 13호]에 동시 수록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