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내놓았다. 우선 회담 장소에 대해 “대한민국 영토가 아니어도 된다”는 변화된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싱가포르 비밀접촉에서 장소 문제가 가장 큰 논란이었다고 전해졌다. 즉 MB측이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아니면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천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7일 MB는 서울 답방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정상회담에 대한 걸림돌 하나가 제거된 셈이다.
그러나 MB는 그 자리에서 장소 문제에 대한 걸림돌은 해소하면서도 회담 의제에 대해 더 큰 걸림돌을 만들었다. MB는 “북한 핵 포기에 도움이 될 것인가, 또는 우리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소위 국군포로, 납치자 문제도 서로 이야기하면서 풀어나갈 수 있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북핵 문제와 국군포로.납치자 문제가 회담의 의제가 된다면 정상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MB가 제시한 회담 의제는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수 없다. 북핵 문제는 북미 양자대화에서 기본 해결 가닥을 잡아야 할 문제이다. 한번 따져보자. MB가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가. 설령 MB가 대북 안전보장을 제공할 의사가 있고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MB의 대북안전보장, 즉 남측의 대북안전보장으로 북에 대한 안전보장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는가.
MB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한반도의 대결 구도가 남과 북의 대결구도였어야 한다. 그러나 남과 북의 대결구도는 북미 대결구도의 하위 체계에 존재했다는 것은 보수와 진보가 공히 인정하는 상식적인 문제이다. 미국이 대북 안전보장을 책임질 수 있을 때 북핵 문제의 해결 가닥은 잡히게 되는 것이다. MB가 진정 남북 정상회담 의제로 북핵 문제를 올리고 싶다면 최소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대북 안전보장을 강력하게 요청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안전보장은 커녕 핵우산을 재확인하기만 했다.
그래 놓고서 북핵 문제를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로 하자? 이는 남북 정상회담을 대북 압박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노골적인 정치적 선언이나 진배없다. 남북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말보다 더 지독한 발언이다.
국군포로.납치자 문제 또한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군포로.납치자 문제는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남북 사이의 인도적 현안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군포로와 납치자 문제를 그대로 의제로 올렸을 때 남과 북은 더 이상 논의가 불가능한 첨예한 정치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남측이 국군포로 문제를 제기했을 때, 북측이 그에 대한 상응한 조치로 반공포로 교환을 얘기한다면 MB는 그 의제를 수용할 수 있는가. 설령 그 의제를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남측에서 반공포로를 찾아내어 북쪽에 송환할 수 있는가. MB는 그럴 의사가 전혀 없을뿐더러, 60년 가까이 지난 현 시점에서 반공포로를 모두 찾아내 북쪽에 송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정부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결국 국군포로와 납치자 문제는 그 자체를 의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의 교류와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사안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설정했다는 것은 결국 반공포로는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국군포로만 논의의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제를 북쪽더러 수용하라는 것이다. 이는 둘 중의 하나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쪽의 굴복을 받아내겠다는 정치적 선언이거나 혹은 남북 정상회담을 할 생각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참으로 많은 고민을 한 것 같다. 정상회담 판을 말아먹으면서도 자신은 정상회담을 하기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참으로 머리를 많이 쓴 것 같다. 장소 문제에서 유연한 척 하면서도 결코 받아들여질 수도 없고, 결코 단번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를 회담 의제로 제시하여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남북 정상회담’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주간통일동향 [통일돋보기 11호]에 동시 수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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