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아마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초청할 것이다."

다음달 8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앞두고,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힐러리가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맞추기 위해서 북한이 상당히 유연하게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린턴 방북에 필요한 조건'과 관련, 워싱턴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6.26 북한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한 핵 신고서 검증 문제가 걸려 있는 데 이 부분이 풀릴 수 있는 명확한 조건이 형성되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북한에 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같은 '분위기'가 워싱턴에 있다고 강조했다.

"상반기-클린턴 방북, 하반기-종전선언"

내년 북한의 전체적인 대외 관계 구상과 관련, 앞서 대북 소식통은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 하반기에는 한국의 참여 여부에 따라 '3자 또는 4자 정상들에 의한 종전선언'까지 가는 일정표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내년에 북의 목표는 확실히 정해져 있"으며, "군부까지도 포함해서 북한은 '핵무기까지 포함해서 근본적으로 내줄 수 있다'는 확실한 결심을 했다"고 전했다. 10월경부터 이같은 입장이 밖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지난달 말 리근 북 외무성 미국국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이를 시사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러한 정세인식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북한측 관계자들의 말이 "우리한테 시간이 없다,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미국이 굼뜨게 움직이는 데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북쪽 군부에서 (협상일꾼들에게) '너 뭐하고 있냐' 이런 소리 나오고, 주도권이 군부로 넘어가면 나올 게 핵, 미사일 밖에 더 있느냐"는 것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초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만났을 때 거론했던 "조(북)미회담의 결과를 보고"라는 말도 북한이 단순히 6자회담으로 돌아가느냐 마느냐는 수준이 아니라, 전면적인 북.미협상이냐 3차 핵실험으로 가느냐는 기로에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北, 6자회담 복귀 가능성 있다"

미국이 이번 방북의 목적이라고 강조하는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는 "관계정상화 문제를 양자대화에서 논의하고 비핵화 부분을 6자회담에서 논의한다고 정확하게 정리되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은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소식통의 말은 보다 구체적이다. 그는 지난 19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서울에서 보즈워스 대표의 8일 방북을, 클린턴 국무장관이 카불에서 '평화조약(a peace treaty instead of an armistice) 검토'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북.미 간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에따라 북한도 미측에 '6자회담 복귀'를 시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북.미간) 만남을 갖기로 합의한 것은 `6자회담으로 돌아오겠다'는 북한의 암시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의 발언에 대해, 23일 오후 정부 고위 당국자는 "신빙성 있는 암시는 아니라고 본다"고 폄하했다.

클린턴 장관의 '평화조약 검토' 발언에 대해서도 과거 나온 얘기이며 "전혀 뉴스는 아니"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우연히 북한이 평화협정 수교 등을 얘기한 것은 보즈워스 방북에 맞춰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며 "문제의 핵심은 비핵화인데, 논점을 다른 곳(평화협정 등)으로 돌리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북한의 의도를 경계하기도 했다.

미.중 정상 공동성명 '주목'

하지만, 이같은 당국자들의 해석은 정부의 희망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미.중 정상 공동성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중 성명과 지난 13일 미.일 성명 및 19일 한.미 정상 기자회견은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러나,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미.중 성명은 미.일 및 한.미와는 달리 '조속한'을 적시하지 않았다.

'준수해야 할 9.19공동성명'의 내용과 관련, 미.일 및 한.미 정상들은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 만을 언급하고 있으나 미.중 성명에서는 이에 더해 '관계들의 정상화(normalization of relations)'와 '동북아에서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수립'까지 적시하고 있다. 중국의 의향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이는 "조-미 양자회담을 통하여 조미 사이의 적대관계는 반드시 평화적인 관계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지난 10.5 원자바오 중국 총리 접견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연상시킨다. 북.미대화에서 평화문제를, 6자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다루겠다는 북한의 구상에 중국이 호응하고 나선 결과라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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