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빵은 오븐을 쓰지 않고 증기로 쪄서 만든 빵으로, 빚어놓은 빵 반죽 위에 十자로 칼금을 넣어 놓으면 꽃이 피듯이 터지는데요, 최근에는 웃는 모양의 칼금을 넣은 제품이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촉촉하고 달콤한 찐빵은 뜨거울 때 먹으면 입에 닿는 촉감이 폭신하고 부드러워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서민적인 음식입니다.
찐빵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워낙 유명해 모르시는 분이 없을 정도인 안흥지역입니다. 안흥에는 찐빵의 유래가 전해지고 있는데요, 이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고장의 명품 안흥찐빵은 예로부터 그 유명을 달리하여 그 옛날 초근목피로 연명해야 하던 시대 어렵게 구한 밀가루를 여러 방법으로 먹거리로 이용하던 시절 막걸리로 밀가루 반죽을 숙성 발효시킨 선조들의 지혜로 찐빵을 만들어 먹었다.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이전 서울 강릉간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중간지점으로서 서울에서 출발하든, 강릉에서 출발하든 비포장도로를 4시간 정도 달려오면 이곳에 와서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지역이라 당시 안흥의 식당집에서는 점심준비를 위해 쌀을 2~3가마씩 씻어 밥을 준비해야 하는 번성함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왕래객은 다시 먼길을 가야하는 부담감 때문에 고민을 하였으나 먹거리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도시락을 손쉽게 준비할 수 없었던 그 시절부터 안흥찐빵은 허리춤에 끼고 먼길을 가는 나그네와 함께 장도에 오르던 식품으로서 근세에 와서는 고랭지 채소 경작으로 대부분 생계를 유지하는 농촌 지역에 농부들의 새참거리로 허기진 배고픔에 든든한 먹거리가 되어 줌으로써 농가들이 큰 각광을 받아 오고 있었다.
어렵던 시절 중요한 먹거리가 되어 주었던 찐빵의 전통적 제조 방식을 고수하면서 그 명맥을 그대로 유지해옴에 따라 경제적, 문화적 풍요로움으로 삶의 여유를 갖기 시작한 현대인에게 잊혀져 가던 옛 고향의 정취와 향수를 서서히 자극하여 안흥찐빵을 통하여 그 맛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이 점점 증가하게 되었고, 한번 맛 본 이들에 의한 소문이 이제는 전국에 퍼져 안흥찐빵을 찾는 이들이 점차로 늘어나 어느새 우리 고장의 전통상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안흥찐빵은 지난 2008년 미국에서 특허를 받기도 하고 지금은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 세계 각국에 수출도 돼 세계인이 즐기고 있습니다. 수출액도 점점 높아져 해외여행을 가서 안흥찐빵을 만나는 일도 머지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가운데 찐빵과 호빵의 차이점이 뭐냐며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찐빵을 제품화 하면서 이름을 붙인 것이 호빵입니다.
호빵은 1970년대 삼립식품에서 처음 제품화 한 찐빵으로 호호불어서 먹기 때문에 호빵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호떡처럼 호빵도 오랑캐 ‘호’(胡)자를 써서 중국에서 전해진 빵이라고 하는 설을 제기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어원이야 어떻든, 1971년 10월 최초로 시판된 호빵은 우리 정부의 밀가루 음식 장려 정책에 의해 제품이 출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농업과 원자재 산업의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됐고 미국의 잉여 농산물은 농민의 몰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는 임금상승 요인을 제거시켜 남한의 저임금 구조를 형성했습니다. 남한에서의 저임금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 미국은 1960년대 들어와서 미국의 원조가 대부분 감소하거나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잉여농산물만은 계속 원조를 했고 이 시기 남한의 농촌지역에서 발생한 많은 잉여 노동력을 미국의 원조로 급팽창한 식품 산업이 흡수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제과 산업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정부는 국민 식생활 개선 운동 차원에서 분식장려운동을 벌입니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쌀보다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밀가루의 우월성이 강조된 시기였죠.
이런 배경으로 인해 식품업계는 밀가루 제품을 쏟아내고 이로 인해 우리의 전통적인 식문화가 급격히 변하기 시작합니다.
한편, 중요한 핵심부분이 빠진 것을 보고 우리 흔히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요, 지난 1일 정부와 한나라당의 행정도시 수정 움직임에 대해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찐빵을 인용해 쓴소리를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 대표는 안희정 최고위원과 양승조·이시종·변재일 의원, 선병렬·김원웅 전 의원, 박범계 대전 서구을 지역위원장 등과 함께 행정도시 원안 추진을 요구하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앞에서 7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박수현 공주·연기지역위원장과 박정현 부여·청양지역위원장 등을 만나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고도 아직 정신 차리지 못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제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히며 “행정도시에 정부 부처가 이전하지 않고 교육·과학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찐빵에 앙꼬를 넣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평가절하 한 바 있습니다.
세종시가 요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는데요,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 기획이 된 일이고 이미 이전 공고까지 다 났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부처가 이전을 하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와 명분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이건 지방이건 간에 모두 잘 살아야 좋은 것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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