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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여성작가 분단이후 첫 교류전 열려‘천재작가’ 오은별 등 다양한 세대 한자리에...北 유화 작품도 전시
송정미 전문기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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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11.05  23: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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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북 여성미술가 교류전이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 전문기자]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분단이후 처음으로 남북의 여성미술가 교류전이 열려 눈길을 끈다.
(사)한국미술협회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국회의원회관 1층 대로비전시실에서 ‘남북KOREA 여성․오늘展’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에는 남측에서는 서양화, 한국화, 서예, 공예, 조각 등에서 126명이 참여했고, 북측에서는 조선화, 유화, 수예 등에서 1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특히 북측에서는 월북화가인 리경숙(71세), 정온녀(1920년생)를 비롯한 원로화가에서부터 남측에 ‘천재 소녀 화가’로 익히 알려진 바 있는 오은별(29세)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대부분 2000년을 전후한 최근작이 많았으며, 민간교류라는 점을 감안해 정치색을 배제한 것들이다.

참여 작가와 작품의 제약으로 북녘 여성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양식의 작품들을 통해 최근 북녘 화단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남측 작품에서는 여성 작가들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특성이 잘 드러나는 소재들이 많이 눈에 띄었고. 북측 작품은 많지 않은 수에도 불구하고 풍경, 정물, 풍속화, 화조화 등 다양한 작품이 선보였다. 북측 작품 속에서는 섬세하면서도 힘 있고 활달한 붓놀림 속에 북한 미술의 특성인 ‘인민적 정서’가 묻어났다.

 

   
▲ 오은별의 '태양은 빛난다 달리자'. 178×96, 조선화. 1995.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 전문기자]

힘찬 단붓질 기법을 사용한 오은별(29세)의 ‘태양은 빛난다 달리자’는 마치 그림 속 말들이 화폭 밖으로 뛰어 나오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박진감과 생동감이 넘쳤다. 2살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는 오은별은 인민예술가 오광호의 딸로 아버지로부터 미술의 기초를 배운 뒤, 최성룡 화백의 사사를 받았다고 한다. 7살 때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어린이미술전람회에서 1등상을 받는 등 촉망받는 신세대 작가이다.

젊은 나이에 공훈예술가가 된 리혜옥(37세)의 ‘봄나들이’는 매화꽃이 활짝 핀 어느 봄날 살이 토실토실 오른 장닭이 새끼 병아리들과 햇살을 즐기고 있는 그림은 나른하고 한가한 봄날의 여유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다.

인민예술가인 김청희(62세)의 ‘숲속의 호랑이’는 호랑이의 위엄이 살아있는 대형 수예품으로 특히 찍음수 기법으로 숲 속 나무와 풀의 질감을 살려내는 등 사실적 표현이 돋보인다. 북한 수예작품의 정교함은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져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자수연구소를 20여 년 동안 운영했다는 임미정씨는 “지금 우리나라는 힘들어서 현대적인 걸 한다”며 김청희 작가의 작품 앞에서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했다. 그는 “명주실을 전부 손으로 꼬아서 해야 하니 (수예가) 참 힘들다”며 “이 정도 크기의 작품이라면 몇 달 정도는 족히 걸렸을 것”이라며 감탄했다.

 

   
▲ 김청희의 자수작품 '숲속의 호랑이'. 155×102, 수예. 자수연구소를 운영했던 임미정(좌측)씨와 권상능 조선화랑 대표.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 전문기자]

이외에도 조선화는 강은주 ‘팽이치기’, 계명순 ‘을밀대의 봄’, 김승희 ‘옛 성벽에 눈 내리다’, 김신옥 ‘씨름’, 김은별 ‘친구’, 리정희 ‘홍매’, 민명옥 ‘압록강의 봄’, 방성희 ‘장미’, 신조아 ‘금강처녀 시집오다’, 지순희 ‘묘향산 이선만 폭포’, 허현화 ‘화창한 봄날’과 유화에 리경숙 ‘어촌마을’, 김덕조 ‘정물’, 정온녀 ‘사랑의 온정각’, 수예작품에 최순녀 ‘하경’이 함께 전시되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남북민간교류 차원의 미술 전시에서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웠던 유화 작품의 출현은 눈여겨 볼만하다. 어촌마을의 풍요로운 일상을 섬세한 묘사 기법으로 수채화처럼 맑게 그린 리경숙의 ‘어촌마을’(2001년작)과 같은 기법으로 활기 넘치는 온정각의 풍경을 담은 정온녀의 ‘사랑의 온정각’(2007년작), 멀리 평양의 고려호텔이 비추는 창가에 놓인 화병에 만개한 꽃을 탐스럽게 그려낸 김덕조의 ‘정물’(1999년작) 등은 최근 10여년 사이에 그려진 유화 작품들이다.

 

   
▲ 리경숙의 '어촌마을'. 124×62, 유화, 2001.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 전문기자]

지난해 ‘북한 나무심기 기금 마련을 위한 남북미술전’에 자문 역할로 준비에 참여하기도 했던 조선화랑 권상능 대표는 “(북에도) 여성 화가들이 많다고 들었”지만 아직 만나보진 못했다며 이번 전시에 대해 “작품의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협회 여성위원회 서양순(69) 위원장이 지난 2007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트페어인 베이징예술박람회에 참석했다가 만난 북한의 만수대창작사 조선화창작단의 김동환(48) 단장과의 인연으로 마련되었다. 당시 100여개국 약 1만점 이상의 작품이 출품된 이 박람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작가’에 서 위원장과 김동환 단장이 나란히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로부터 2년여의 노력으로 이번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남북KOREA 여성.오늘전’은 지난달 17~25일 서초2동 한전프라자갤러리에서 한 차례 전시를 가진데 이어 국회로 자리를 옮겨 전시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북한 작품들은 중국 베이징의 북한 그림 화랑인 만수대화랑을 통해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 반입된 것이다. 전시 관계자에 의하면 남북 관계의 경색으로 인해 “통일부에서 원산지 증명까지 요구”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서양순 위원장은 “여성 작가의 작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지만 “인민예술가, 공훈예술가 등 수준 높은 작가들이 참여”했다면서 문화 교류를 위한 전시라는데 의의를 두고 작품 판매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남북 여성작가들이 한자리에 함께 하지 못하는 등 아쉬움이 남는 전시지만 남북여성작가 교류의 첫 물꼬를 텄다는 데서 그 의미가 적지 않는 자리임에 틀림없다.

 

   
▲ 리정희의 '홍매'. 120×60, 조선화.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 전문기자]


 

   
▲ 김신옥의 '씨름'. 82×90, 천조선화. 김홍도의 풍속화를 연상케하는 그림이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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