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준(세새상연구소 연구위원)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 접촉이 많은 파장을 내고 있다. 특히 정부 내 핵심 부처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자신들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을 하고 있다.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모르쇠 전략’이 아니라 진짜로 모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한편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내가 들은 바로는 남한측의 접촉창구는 C목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의원의 주장과 정부 내 고위당국자들의 태도를 종합하면 이번 남북 비밀 접촉의 주인공이 정부 내 인사가 아니라 MB의 외곽 측근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 내 고위 당국자들이 볼멘소리를 내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28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이 제안하든 남한이 하든 공개적인 채널을 통해 협의하고 그 내용이 국민에게 알려지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성격에 맞다”고 말했다. “뒷거래의 오명을 벗어야 하며, 우리도 ‘비밀회담’이라고 하면 뒤로 거래한다는 인상을 버려야 한다”고까지 덧붙였다. MB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재오마저 남북 비밀 접촉에 관여하지 않은 인상을 준다.

유명환 외통부 장관은 한발 더 나간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에 핵문제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연일 강조했다. 나름 ‘소신 발언’이지만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에는 찬물을 끼얹는 발언임에 틀림없다. 26일엔 “남북정상회담이 이벤트성 행사이거나 정치적 의도가 되면 안 된다는 데 공감하고 이명박 정부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남말하듯 얘기했다.

정상회담 자체를 누가 반대하겠는가. 정상회담을 찬성하는데 그것을 위한 비밀접촉을 또 누가 시비걸겠는가. 따라서 측근 인사나 고위 당국자들의 불멘소리에 일일이 귀기울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측근이나 고위 당국자의 발언은 ‘보안’을 목적으로 했다기 보다 노골적인 반감을 표현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준다.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차원에서나 현실화되었을 때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고위 당국자들에게 조차 반감을 받는다면 제대로 된 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추진될 수 없다.

결국 다시 MB식 일방주의가 문제이다. 어쩌면 그만큼 측근과 고위 당국자 중에 믿을 만한 ‘MB맨’이 없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내뱉던 발언과 반대되는 정책을 추진하자니 생겨나는 필연적 불협화음인지도 모르겠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정말 MB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의사가 있긴 있는 것인지, 정상회담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면 정상회담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는 유명환 장관 같은 인사들의 발언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종잡을 길이 없다.

국민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는 MB식 정상회담 추진, 과연 이명박스럽다.

*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주간통일동향 [통일 돋보기 7호]와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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