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미 국방장관이 41차 안보연례협의회를 개최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이번 공동성명의 핵심은 확장억제의 구체화와 전략적 유연성의 발전이다.
미국은 확장억제를 제공한다고 약속해왔지만 한국측은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하여 불만이었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확장억제를 구체화해 핵우산과 재래식 타격능력 그리고 미사일방어 능력을 포함하는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제공키로 약속하였다.
또한 한미 양국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심화발전시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아니라 ‘세계 전력의 미군 병력’의 전략적 유연성을 한국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미국측은 “한반도에 배치된 전력을 통해서 뿐 아니라, 위기시 세계 전역에서 가용한 미군 병력 및 능력을 한미연합방위를 위해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증강 배치”한다고 공약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이미 2006년 합의했다. 그러나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2009년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군은 한반도와 역내 및 그 외 지역에 주둔하는 지속적이고 역량을 갖춘 군사력으로 이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공약함으로써 공론화되었다. 이번엔 그 약속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자가 MB의 요구였다면 후자는 오바마측의 요구였다고 볼 수 있다. 확장억제와 전략적 유연성이 ‘북한핵’을 빌미로 ‘한국 안보’라는 미명 아래 심화발전된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문제만은 아니다.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의 핵위협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점은 이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까지도 인정한 바 있다. 비록 ‘유사시’라는 단서를 달아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임을 강조했지만 북한이 마찬가지의 논리 즉 “유사시에 대비해 우리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나설 경우 미국측의 논리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한다면 이는 곧 외교적 해결이 아니라 군사적 해결을 꾀하겠다는 신호를 주게 된다. 한미 양국이 진정 ‘북핵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확장억제 약속은 결정적 패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한미간 합의는 보다 심오한 의미를 내포한다.
해외주둔 미군의 한반도로의 자유로운 입출입은 사실 ‘전략적 유연성’이 공론화되기 전부터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이미 한미 양국은 작전계획 5027을 통해 유사시 60만명이 넘는 미군이 한반도로 증강배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말이 좋아 ‘전략적 유연성’이지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역설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해외주둔 미군의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유연성이라 표현하면 미국측의 ‘한국 안보’ 의지가 보다 확고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점을 노려 미국측은 과거보다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는 ‘전략적 유연성’을 약속하고, 한국측이 확장억제의 구체적 표현을 요구한다는 점을 이용하여, 확장억제에 미사일방어를 끼워넣었다고 볼 수 있다.
이로써 미국은 한국정부에 미사일방어 계획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한국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든 전략적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사실상 ‘미사일 방어 계획’에 동참하게 되었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아니다. 공동성명이 담고 있는 북핵 불인정, 6자호담 통한 평화적 해결, 미래 연합전력태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은 더 이상이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계획에 MB 정부가 편입되었다는 것이 이번 SCM의 유일한 결과인 것이다.
결국 오바마 외교의 승리이며, 한국 외교의 좌절이다. ‘국격에 맞는 외교’를 표방해왔던 이명박 외교의 실상이기도 하다. 여하튼 한미 양국은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전략적 관계’, 미국의 포괄적 미사일 방어 계획에 한국이 편입되는 ‘포괄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주간통일동향 [통일돋보기 6호]와 동시 게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