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3)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해바라기. [사진-정관호]
해바라기
돌각담 너머 해바라기꽃 행인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그 옆에는 키 큰 감나무 익은 감 무게로 축 늘어졌네
헛간 지붕엔 박이 조롱조롱 마당에선 고추를 널어 말리고
벼가 익어 들녘은 황금 물결 참새 떼 쫓는 소리 우여 우여
벌들은 제철 꿀농사에 바쁘고 아이들은 먹을 게 많아 신난다
이 땅 시골에서는 지금도 이런 정경이 그려지고 있을까
익기를 기다리던 해바라기 씨 지금은 다 깐 것을 되로 팔고
봇도랑 굽이에서 뚱딴지가 한 몫 끼이자고 고갯짓 하네.
▲ 해바라기, 꽃. [사진-정관호]
▲ 해바라기, 꽃. [사진-정관호]
▲ 돼지감자(뚱딴지). [사진-정관호]
도움말
해바라기는 북아메리카 원산인데 일찍부터 이 땅 넓은 지역에서 식재되고 있다. 키가 울타리 너머로 고개를 내밀 정도로 크게 자라며, 소담스레 익어 드리우는 열매는 아주 정겹다. 그 꽃이 해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고 하지만 믿기지 않는 속설이다. 요즘은 밭에 곡식처럼 심기도 하는데, 그 씨로 기름을 짜서 식용도 하고 공업용으로 쓰기도 하는 터다. 들에 피는 돼지감자(뚱딴지)는 같은 족속이다.
이쁜꽃 무병장수하라고 무디고 질기게 이름을 지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