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열린 26일 오후, 금강산면회소에서 치러진 단체상봉에서 남측 가족과 북측 가족이 만나 반가움에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금강산=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제 한을 풀었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2년만에 재개된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남측 최고령장인 정대춘(95) 씨는 60년 만에 북측 막내 아들 완식(60) 씨를 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26일 오후 3시부터 남측 상봉자 97명과 동행가족 29명은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북측 가족 228명과 극적인 단체상봉을 가졌다.

금강산 관광길이 끊기면서 지난해 7월 완공된 후 텅비어있던 ‘금강산 면회소’는 첫 단체상봉 행사장으로 쓰여 명실상부한 이산가족 만남의 장이 됐다.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남측 상봉자들이 북측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던 행사장에 나타나자 상봉장은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뒤덮였다.

▲ 26일 오후, 지난해 7월 완공된 채 텅 비어있던 금강산 면회소에서 첫 단체상봉 행사가 진행됐다. [금강산=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다시 만난 형제자매, 그리고 자식을 본 기쁨으로 서로 얼굴과 몸을 얼싸 안았고 상봉장 곳곳에는 아버지에게 큰절하는 아들, 얼싸안은 자매, 큰 형님에게 인사드리는 아우 등이 눈물의 상봉 장면을 이뤘다.

평안남도 진남포가 고향인 김기성(82) 씨는 인민군 징집을 피해 1.4후퇴 당시 북측에 두고 온 아들 정현(63) 씨와 순애(61) 씨, 며느리 김복순(61) 씨와 감격의 상봉을 했다. 헤어질 당시 아들과 딸의 나이는 네 살, 두 살.

아버지 김기성 씨는 아들을 보는 순간 “미안하다. 피난갈 때 못 데려가서 미안하다. 그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목이 메었다.

아들은 사진을 꺼내 북측 가족을 한명 한명 설명하고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전쟁 통에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라 찾을 생각도 안했다”며 “며칠 전에야 살아 계신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오늘부터 3일간 진행되는 1차 상봉행사에선 특히 ‘6.25전쟁 시기 및 이후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로 불리는 이른바 ‘국군포로’ 한 가족과 ‘납북자’ 두 가족이 '특수 이산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눈길을 끌었다.

▲ 이른바 '국군포로' 북측 리쾌석(왼쪽) 씨가 남측 동생 정호씨와  감동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금강산=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북쪽에 있는 이른바 ‘국군포로’ 이쾌석(79) 씨는 남쪽의 동생 정호(76), 정수(69) 씨와, 1987년 1월 북으로 간 동진호 선원 노성호(48) 씨는 남쪽 누나 순호(50) 씨와, 역시 동진호 선원 진영호(49) 씨도 남쪽에 있는 누나 곡순(56)씨와 각각 상봉했다.

이른바 ‘국군포로’ 이쾌석 씨는 1950년 전쟁이 일어나자 징집됐다가 실종됐다. 동생 정호 씨도 1952년 자원 입대한 후 1963년 제대했다.

정호 씨는 “전쟁터에 가면 소식이 끊긴 형님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자원 입대했다”며 “1960년 형의 사망 통지서를 받은 뒤 제대했다”고 말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형을 이제야 만난 것이다.

형 쾌석 씨는 “13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동생의 말에 “나는 오마니를 한 시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 남측 상봉자인 노순호 씨(가운데 왼쪽)가 동생 동진호 선원 성호 씨 가족과 감동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금강산=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동진호 선원 노성호 씨는 22년 만에 만난 남쪽 누나 순호 씨에게 “여기 와서 장가도 가고 대학도 나오고 이렇게 잘 살고 있다”면서도 “한 시도 고향 생각, 누나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하자 순호 씨는 “옛날 모습 그대로네”라며 동생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같은 동진호 선원 진영호(49) 씨의 남측 누나 곡순(56) 씨는 올케에게 한복을 선물했다.

‘동진 27호’는 1987년 1월15일 인천에서 출항, 백령도 근해에서 조업중 북측에 나포됐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인민군 해군 경비정이 1월15일 오전 11시43분경 우리나라 서해 장산곶 서북쪽을 불법 침입한 남조선 선박 1척을 단속했다”고 보도했다.

▲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열린 26일 오후 금강산면회소에서 치러진 단체상봉에 앞서 남측 유종하 단장(왼쪽)과 북측 장재언 단장이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금강산=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남측에서는 유종한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비롯해 통일부 당국자 등 지원인력 50여명과 취재진 25명이 동행했으며, 북측 장재언 조선적십자사 중앙위원회 위원장이 유 총재를 맞았다.

약 2시간의 단체상봉 후 오후 7시부터는 북측 주최로 금강산 호텔에서 환영 만찬이 열릴 예정이며, 2일 차인 27일에는 개별상봉, 공동중식, 야외상봉이, 3일 차인 28일에는 작별상봉이 진행된다.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는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 99명이 재남가족(449명)과 만나는 2차 상봉행사가 진행된다.

▲ 단체상봉에서 남측 가족과 북측 가족이 나란히 가족사진을 보고 있다. [금강산=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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