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전향적 조치를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민통합포럼'에 참석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기조강연에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기조발언'을 제외하고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현 장관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기본적으로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면서 "최근 북한의 조치들이 근본적인 태도변화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 현 장관은 '근본적 변화가 아닌 전술적 변화'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평가절하했다.

북한이 억류된 미국 여기자와 한국 국민을 석방하고,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애도하기 위한 특사 조문단을 보내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 원점으로 돌아왔을 뿐 핵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 정권의 시각은 ‘핵문제’에 갇혀 있다.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할 통일부가 나서서 "북한과의 '당국간 대화'는 핵문제 등 한반도 정세를 봐가면서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니, 청와대 입장은 불 보듯 뻔하다.

북한의 최근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을 두고 '패러다임 시프트'라며 '우리가 원칙을 견지하고 버티니까 북한이 숙이고 오지 않느냐'는 식의 아전인수격 해석이나 내놓고 있는 형국이니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심지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와 2차 핵실험을 이유로 금지한 인도적 대북지원물품 반출과 민간단체들의 방북까지도 변함없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대부분 금지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미국이 아직까지 대북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 기대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샐틈 없는 한미동맹만 유지하고 있으면 문제될 것 없다'는 것이다.

이는 대북 관계개선에 있어 미국보다 한 발짝도 앞서나가지 않겠다는 태도다. 북한의 작은 변화라도 감지되면 이를 활용해 미국이 대북관계를 풀도록 설득했던 이전 정부와는 전혀 다른 모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북한 태도에 대한 '평가절하'를 통해 '북.미관계' 진전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춰보겠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지는 못할망정 북미관계의 발목이나 잡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현 상황은 안타까움을 넘어 국민들을 답답하게 한다. 

6자회담에서 발목 잡던 일본의 자민당이 몰락했던 수순을 이명박 정부도 밟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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