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진실화해위)는 1일 "유신정권의 긴급조치가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한 중대한 인권침해"라며 당시 관련 사건들에 대해 진실규명을 위한 재심을 권고했다.

아울러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구제방안 마련과 함께 긴급조치로 인해 중대한 인권침해가 자행됐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긴급조치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은 '우리의 교육지표사건'과 '추영현 반공법.긴급조치 위반사건'에서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조사결과, '우리의 교육지표사건'에 대해서 당시 중앙정보부의 수사행위는 중앙정보부법을 위반한 불법 수사라며 위법.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리의 교육지표 사건'은 1978년 당시 전남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송기숙 등이 1968년 제정.공포된 '국민교육헌장'의 비민주성을 비판하고,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대량징계가 발생한 비교육적 상황을 규탄하는 성명서 '우리의 교육지표'를 작성하여 명노근, 이홍길 등 전남대 교수 10여 명의 서명을 받아 AP통신, 아사히 신문사, 서울대 등 언론사 및 대학가 등에 배포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송기숙은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유언비어 날조유포, 사실왜곡전파)으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고 약 1년 1개월간 복역하다가 석방됐고, 서명했던 교수 11명은 전원 직위 해제됐다가 같은 해 10월 복직됐다.

진실화해위는 또 1974년 당시 일간스포츠 편집부 차장 추영현이 의도적으로 접근한 경찰 정보원에게 북한실정 및 민청학련 관련 발언을 했다는 혐의로 약 4년 3개월을 복역한 사건인 '추영현 반공법.긴급조치 위반사건'에 대해서도 "추영현에 대한 1년여의 장기 함정수사 공작을 수행하고, 수사과정에서 범죄사실의 자백을 강요하며 폭행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알렸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들과 함께 긴급조치 제1,4,9호로 인한 인권침해 사실을 규명해 달라는 신청사건에 대하여 긴급조치 판결문 1,412건, 당시 수사 및 재판기록 등에 대한 자료조사와 당시 수사관 등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의 경위를 조사한 결과, "1974년에서 1979년에 이르기까지 총 9차에 걸쳐 발동된 '긴급조치'가 정치.사회.문화 등 사회 전 분야를 위압적으로 통제하면서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기본권 전반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판결문 1,412건 중 유신체제와 긴급조치에 항의하는 지식인.종교인.학생.정치인 등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한 처벌 비율이 32%이며, 일반 국민의 일상적 발언을 유언비어 유포라는 명목으로 처벌한 사례는 48%에 달한다.

진실화해위는 "이는 입수한 판결문에 한해 정리한 것으로 입건되어 실제 수사를 받았으나 기소되지 않아 법원 판결에 이르지 않은 예비검속차원의 탄압사례는 수천 건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이 사건들에 대한 재심 권고와 함께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동과 수사과정에 따른 기소 및 재판 등에 대하여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국회에 대해서 "긴급조치 위반 피해자들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또한 지난날 유신통치로 초래되었던 인권침해 과거사를 정리하기 위한 별도의 입법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법원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헌법재판소에 긴급조치의 위헌 여부에 판단을 구해 인권침해를 구제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각각 권고했다.

김상곤 상임위원도 "유신정권의 긴급조치는 헌법에 부여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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