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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7.04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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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좋아요

스포츠는 야성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수단이다. 사람은 누구나 원시적인 폭력성과 정복욕, 집단성 따위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문명은 이러한 사람의 욕구를 거세하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스포츠는 일정한 규칙을 통해 사람이 다치지 않고 어떤 목표를 획득하게 하는 고급문화이다. 또한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전략과 전술, 매너와 협동심을 키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냥을 하고 약탈을 일삼던 인류역사의 도도한 흐름이 스포츠에 숨어있다.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이제 이데올로기를 가진 거대한 괴물이 되어 버렸다. 월드컵 축구는 총성 없는 국가간의 대리전쟁으로 인식된다. 일본에게 식민지배를 당했던 우리는 일본과의 축구경기를 마치 한일간의 전쟁으로 생각할 정도이다. 스포츠는 막대한 이윤창출의 도구로 활용되고, 현대인의 야성을 대표하는 영웅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또한 스포츠는 국민의 정치적 의식과 관심을 마비시키는 우민화정책의 일부이기도 하고, 국민을 단결시키는 정책으로 이용되거나 민감한 정치사안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얕은 수작에 곁다리로 끼여든다.

감성이 풍부한 우리 민족은 투기종목과 작은 도구를 사용하는 스포츠에 강하다. 투기종목-권투, 태권도, 레슬링, 유도 따위-은 다혈질적인 요소가 강하며, 작은 도구를 이용하는 경기-야구투수, 양궁, 사격, 당구, 하키, 배드민턴, 탁구, 골프 따위-는 섬세한 감성과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런 손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기능올림픽에서 연달아 우승하는 이유와 연관이 있다.

사람들은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묘한 흥분을 느낀다. 1승을 추가하거나 패전투수가 되는 매 경기에 관심을 가지고 공 하나 하나에 탄성과 환호성을 지른다. 마치 식민지 선수가 본토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듯한 느낌을 가지고 경기를 보고 있다. 방송사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박찬호의 경기를 생중계하고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간다. 세계에서 몇 개 없는 프로야구를 가지고 장사를 하려는 미국 프로야구의 눈물겨운 상술에 일본이나 한국은 잘 놀아난다.

박세리의 골프는 IMF를 이겨내는 한국인의 의지처럼 표현된다. 웅덩이에 빠진 공을 쳐서 우승까지 만들어내는 박세리 신화는 대통령이 직접 나와 광고를 찍은 화면에 당당히 끼여있다. 하지만 좁은 땅덩어리에 골프열풍을 만들어내고, 잘난 사람들의 골프행각에 면죄부를 주는 혐의도 포착된다. 골프는 체질상 대중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많은 관중을 모을 수도 없고, 방송중계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히 골프와 야구투수는 사람과의 관계를 맺을 수 없다. 너무 일방적이고 개인적이다.

흔히 엘리트 중심의 스포츠가 문제라고 한다. 외국의 경우 생활체육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운동을 즐기도록 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많은 사람이 다양하고 쉽게 운동을 즐기는 분위기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물론 그 안에는 사람살이의 관계가 묻어나야 한다.

나도 스포츠를 좋아한다. 관람하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적절한 긴장감과 땀이 좋고, 건강을 지키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내가 했던 운동은 `택견`이라는 전통무예였고, 지금은 복지회관에서 간간이 탁구를 즐긴다. 물론 택견 고수가 될 생각은 없었고, 탁구선수가 될 생각도 없다. 가끔은 확 트인 운동장을 무작정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작업실에 너무 갇혀 지내서 그런가?

감성적인 스포츠

▶기쁨 
김영제/유화/113*85/1989

이번 작품은 북한화가 김영제가 그린 <기쁨>이란 유화작품이다. 창작연도는 1987년이다. 작품의 내용은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경기를 끝내고 꽃다발을 받아 들어오는 장면을 그렸다. 화면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북한미술에서 보기 힘든 유화로 그린 인물화라는 점이 특이하다.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미덕은 승패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를 마친 선수에게 돌아온 것은 우승트로피가 아니라 소박한 꽃다발이 전부이다. 관중의 환호는 없지만 선수는 만족스런 얼굴로 웃음을 짓고 있다. 승부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경기가 아름답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또한 기후가 추운 북한에서는 빙상경기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북한 기예단 공연에서도 스케이트를 이용한 기술을 많이 선보였다. 다시 말해 스포츠는 각 나라의 사람의 성격, 기후, 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남의 나라 스포츠를 어설프게 흉내내는 것보다 자신의 조건에 맞는 운동경기를 중점적으로 육성하려는 북한당국의 의지도 머리카락 보일 듯이 숨어있다.

최근 북한미술의 특징은 사람의 감성을 묘하게 자극하는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상당히 사회적이다. 우리는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면 그가 말하는 내용도 관심 있게 듣지만, 아무리 좋은 말도 싫은 사람의 입에서 나오면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내용을 전달하려면 먼저 감성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광고쟁이들도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피겨스케이트, 꽃다발, 미인선수, 의상, 얼음, 웃음, 미끈한 다리와 각선미...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요소가 아닌가.

북한은 여러 가지 의미로 스포츠를 권장한다고 한다. 일단은 건강한 신체를 단련하는 것이 최대의 목적이고 국제경기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호흡을 맞추는 운동을 하다보면 그 사람에게 호감이 생긴다. 그래서 연애를 잘하려면 남녀가 함께 운동을 하라고 연애박사는 충고한다. 남북이 서로 호감을 갖고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축구를 하고, 농구와 탁구 경기를 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여기에 남녀가 적절히 섞이는 운동경기면 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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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하늘이 () 2001-07-06 12:00:00
선생님의 글을 읽다 보면 입가에 웃음이 지어져요.

흔한 소재를 이런 저런 생각들과 이야기 거리로 풀어주는 재미, 읽는 저에겐 작지 않은 즐거움입니다.

앞으로도 재밌는 글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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