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김상근 상임대표가 추모사를 보내왔다. 이 추모사는 22일 저녁 7시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시민문화제'에서 낭독될 예정이다./편집자 주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님,
당신은 85년의 생을 이렇게 장엄하게 마치셨습니다.

그 숱한 고난의 길을 한 치도 비켜 가지 않으시고 또박또박 한 길을 걸으셨습니다.
온갖 비난이 있어도 당신은 흔들리지 않으시고 또박또박 한 길을 걸으셨습니다.
어떤 불이익을 받더라도 한 번도 머뭇거리지 않으시고 또박또박 한 길을 걸으셨습니다.

1971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셨을 때, 당신은 남북화해, 평화통일, 3단계 통일정책을 주장하셨습니다. 그것은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이른바 정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의 과녁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죽음의 고비에 거듭하여 맞닥트렸습니다.
그때부터 당신은 “빨갱이”로 매도 당하셨습니다.
1973년 납치범들이 당신 주머니에 꾸겨 넣고 간 쪽지에 당신을 “빨갱이”이라 했습니다.
1980년 조작된 내란음모사건 때도 당신을 “빨갱이”라 하여 사형을 선고하지 않았습니까.

국민도, 우리도 당신을 쉽게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선거 마다 당신에게 낙선의 쓴잔을 안겼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한 번도, 한 번도 그 길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드디어 당신은 저 위대한 <6.15남북공동선언>을 이루어내고야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차라리 당신의 정직한 철학이었습니다. 그것은 차라리 당신의 정직한 신앙이었습니다. 그것은 차라리 당신의 정직한 사랑이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얼마나 고달프셨습니까? 국민이 얼마나 원망스러우셨습니까?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러나 지금 아무도 당신의 그 철학, 당신의 그 신앙, 당신의 그 사랑을 가리켜 “빨갱이”라 하지 않습니다. 지난 날 당신을 매도했던 그들까지도 모두가 그것은 당신이 이 시대, 이 민족사에 남긴 위대한 업적이라 평가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나시는 지금, 저 지긋지긋했던 남북대결의 시대를 복구하려는 기막힌 반동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죽음으로! 당신의 죽음으로! 이 민족에게 화해와 평화, 공존과 공영의 시대를 여시고 계십니다. 판문점 남북직통전화가 복원되었습니다. 개성공단도 정상화되게 되었습니다. 경의선철도 운행도 재개되게 되었습니다. 금강산과 개성관광 협력사업도 재개되게 되었습니다. 남북적십자회담도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산가족상봉도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특사조의방문단”을 보내 당신 영전에 헌화하고 조문했습니다. “특사조의방문단”은 우정 하루를 여기 남에서 지내고 갔습니다. 북은 당신의 유지를 바로 읽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유지를 받든 것입니다.
남의 이명박 대통령도 “나라 사랑의 그 마음 우리 모두 오래 기억할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미완입니다. 안타깝습니다. 우리 남이 흔쾌하지 않습니다. 무슨 놈의 “기 싸움” 같은 것이 여기 끼어듭니까. 무슨 놈의 절차가 그리 중요합니까. 맞댄 총부리를 내려놓자는데 무슨 놈의 체면 따위가 혀를 날름거립니까. 국민의 목숨, 민족의 안전, 자주적인 통일 보다 더 소중한 절차란 도대체 뭡니까? 더 중요한 체면이란 도대체 누구의 체면입니까? 우리는 그 따위 기(氣), 그 따위 절차, 그 따위 체면, 원치 않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여기 모인 저희가, 아니, 칠천만 겨레가 당신의 뜻, <6.15남북공동선언>을 기어코 기어코 이루어낼 것입니다. 당신의 죽음 앞에 약속합니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을 약속합니다.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에 있는 공통성을 찾아 그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갈 것을 약속합니다.
이산가족, 비전향 장기수 등의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 나가도록 국민운동을 펼칠 것을 약속합니다.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갈 것을 약속합니다.
그것은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이른바 정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의 과녁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죽음의 고비에 거듭하여 맞닥뜨렸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저희는 자랑스럽습니다. 당신과 같은 지도자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당당합니다. 세계 모든 이들이 존경하는 당신이 우리의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행복합니다. 인간 김대중을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고,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당신을 눈물로 보내지 않습니다. 천 길 깊은 사랑으로! 태산 보다 높은 존경으로 당신을 저 하늘나라로 보냅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그 가시밭길 뒤로 하시고 편히 가십시오. 그 고통스러움 훌훌 털어내시고 이제 편히 쉬십시오.

김대중 대통령님,
고맙습니다.

2009년 8월 22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김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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