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조문단이 21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헌화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정의와 량심을 지켜 민족 앞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여"
- 특사조의방문단 김기남

북측 '특사 조의방문단'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21일 국회 분향소 조문 방명록에 이같이 남겼다.

북측 '특사 조의방문단'이 21일 이날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안치된 국회 분향소를 조문했다. 오후 3시 53분 북측 조문단이 탄 차량들이 국회 의사당 옆 빈소 진입로에 도착했다.

▲ '김정일' 명의 화환이 옮겨지고 있다. 뒤에 북 조문단장인 김기남 비서와 김양건 통전부장이 보인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고 김대중 대통령을 추모하여-김정일'이라고 쓰인 화환을 앞세우고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 6명의 조문단이 분향소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 조문단이 분향소 앞으로 걸어가자 이를 지켜보던 조문객들은 '와~'하는 함성과 박수로 맞이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황희철 법무부 차관,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이재정 전 장관과 김포공항에서부터 영접, 안내해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홍양호 통일부 차관이 북측 조문단을 영접했다. 김기남 단장은 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반갑습니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김기남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 등 북측 조문단은 김 비서가 대표로 분향하고 나서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이고 조의를 표한 뒤, 상주인 김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홍업 씨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김 비서는 "국방위원장께서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저희들을 특사 방문단으로 보내주셨다"고 전하자 김홍업 씨는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 북 조문단이 김 전 대통령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들은 3남 홍걸과 손자 김종대, 며느리, 손녀 등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으며,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김원기, 임채정, 한명숙, 정동영, 이종찬, 한광옥, 손학규, 김옥두, 박주선, 김민석, 송영길 등 야당측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세균 대표는 “김 대통령께서는 돌아가시면서도 남북대화 재개를 희망하셨다”고 말했고, 한명숙 전 총리는 “지난번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시 노무현 대통령 장의위원장이었는데 북측이 조선중앙통신으로 조의를 표해줘서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정동영 의원도 2005년 평양 6.15 축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사실을 회고하며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식적인 조사는 밝히지 않고 분향소를 빠져나가 4시 20분부터 10분간 김형오 국회의장과 면담했다. 이 면담은 박계동 국회사무처 사무총장이 "국회의장께서 차 한잔 하자고 하신다"고 먼저 제의하고 북측 조문단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김기남 비서는 이 환담자리에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의미에서 고인의 북남화합과 북남관계 개선의 뜻을 받들어 할 일이 많다"며 "저희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비서는 국회를 떠나면서 '서울방문 소감이 어떻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좋습니다"라며 웃으며 답했다. 그러나 남측 당국과 만날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천천히 이야기하시죠"라며 답을 피했다.

북측 조문단은 4시 35분경 국회를 빠져나와 김대중도서관 5층에서 이희호 여사와 별도로 만난 뒤 오후 5시 51분경 숙소인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북측 대표단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 없이 숙소로 들어갔다.

이날 북측 조문단의 국회 분향소 방문을 기다리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생 소원이신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남북이 교류협력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면서 "이것이 고인의 뜻"이라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 김기남 비서는 조문 후,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를 위로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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