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과 화해의 국장(國葬)'

18일 서거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족들과 측근들이 밝힌 이번 장례의 의미다. 고인이 생전에 몸소 실천해왔던 '화합'과 '화해'를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이들의 바람대로 '화합'을 위한 '화해'의 기운이 곳곳에서 싹트고 있다.

막혔던 서울광장에 분향소가 설치돼 시민에게 개방됐고, 야당의 장외투쟁 등으로 정상 운영이 어려운 국회도 모처럼 각계의 발걸음이 이어져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전 대통령과 갈등을 겪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 등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북측도 '남북화해'를 위해 일생을 바친 고인의 정신을 기리고자 21일 오후 '고위급' 특사 조문단을 보낸다. 앞서 개성공단 출입 등을 통제한 '12.1조치'를 전격 해제하면서 거듭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이런 '화해'의 흐름을 '화합'으로 이끌어야 할 정부는 유독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족 측의 국장(國葬) 요청을 수용했다는 것 외에는 '화해'의 시도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다.

국장 역시 '6일 동안'이라는 단서가 달린 조건부 승인이며, '공동장의위원장'에 대한 유족 측의 입장도 묵살됐다.

또 통상 장례 절차의 한 부분인 노제는 "유족들과 협의로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유족의 뜻을 강조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때 데인 이 정부가 국민과의 접촉면을 좁히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장만 빼고는 유족들의 입장이 반영된 것은 없지 않냐"는 불만도 나온다. '화합'을 외치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 측에서 제공한 LED 방송차량을 통해 상영되는 동영상 일부에 대해 상영 제재한 것도 '화해'와는 거리가 있다. 해당 동영상이 고인이 생전 최대 업적으로 평가받는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연설(6.11)이라는 점은 충격적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생 외치시던 6.15인데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도 문제로 삼는 것은 장례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차원이 아니라 김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한 일을 담은 영상에 대해 사후검열을 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최재성 민주당 의원)는 얘기가 국회로 빈소를 옮긴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왔다.

정부에 대한 섭섭함이 엿보인다.

게다가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측 조문단 방문을 앞두고 '사설 조문단'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통민봉관'이라는 분석 속에서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한다는 관측이다.

'특사 조문단'이라는 화해의 기회마저 '사설 조문단'이라고 보는 정부로서는 김 전 대통령이 육신과 바꿔서 마련한 '화해'와 '화합'이라는 마지막 선물을 받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화해와 화합의 국장'에서 이명박 정부의 부재한 '화해의식'만 드러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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