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일부 공개된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일기를 보면, 그는 북한의 2차 핵실험이 있은 5월 25일자에서 "북의 2차 핵실험은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북핵불용' 원칙을 확인하면서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의 기대와 달리 대북정책 발표를 질질 끌었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 주력하고 이란, 시리아, 러시아, 크바까지 관계개선 의사를 표시하면서 북한만 제외시켰다"며 "이러한 미숙함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해서 핵실험을 강행하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이같은 우려는 연설하지 못한 '최후의 연설'이 된 주한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초청연설문(7월 14일)에서도 잘 나타나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폐렴증상으로 입원하기 직전에 구술로 작성한 이 연설문에서 "변화를 내건 오바마 대통령은 오래된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비핵화를 통한 점진적 관계개선'이라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단계별 접근방식을 지속하기에는 상황이 달라졌고, 사태가 급박하다. 북한의 핵무장을 조속히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클린턴 국무장관 전화... 햇볕정책 지지 표명, 남북 당국 메시지"
김 전 대통령의 일기에선 클린턴 내외와의 각별한 친분관계도 새삼 확인된다.
그는 2월 20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방한 뒤 출국하면서 전화를 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안부와 함께 과거 두 부부가 함께 했던 기억을 말했다고 적었다. 일기에 따르면, 클린턴 국무장관은 또한 김 전 대통령 재임 때 외환위기 수습과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리더십 등을 높게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은 "힐러리 여사가 뜻밖에 전화한 것은 나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 표명으로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에 대한 메시지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김 전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했을 때 함께 만찬을 하면서 대북정책과 관련한 메모와 함께 클린턴 국무장관에 보낼 '문서'도 전달했다. 그는 5월 28일자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언제나 다정한 친구다"라며 "대북정책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나의 메모를 주었다. 힐러리 국무장관에 보낼 문서도 포함했다. 우리의 대화는 진지하고 유쾌했다"고 했다.
그는 3월 10일 미국 스티븐 보스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역시 방한 후 출국 직전 전화를 했고 "개인적 친분도 있지만 한국 정부에 내가 추진하던 햇볕정책에의 관심의 메시지를 보낸 거라고 외신들은 전한다"고 기록했다.
한편,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4월 14일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에 반발해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것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6자회담 복구하되 그 사이에 미국과 1 대 1 결판으로 실질적인 합의를 보지 않겠는가 싶다"고 전망했다.
박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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