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에 하루 더 체류하기로 했다. 현 회장으로부터는 이날 어떤 연락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북한에 억류된 개성공단 근로자와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 등 사업 협의를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지난 10일 방북했던 현 회장은 이번까지 다섯 번째 체류일정을 연장해 7박 8일간 북한에 머무르게 됐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이날 오후 6시경 "(현 회장 쪽에서) 5시 50분께 연락이 와서 통일부에 현 회장의 체류연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후 6시 40분경 "5시 58분경 통일부로 현대 측에서 현재 북한을 방문 중인 현정은 회장 일행의 방북기간을 하루 더 연장했으면 좋겠다고 보고가 들어왔고, 곧이어 방북연장 신청이 들어왔고, 조금전 방북연장을 승인했다"고 확인했다.

이 당국자는 "현대측 설명에 따르면 오늘 현 회장으로부터 연락 받은 것은 없으며, 6시가 다 돼 불가피하게 체류 연장된 것으로 보고 체류일정 연장을 신청했다"며 "저희도 이를 감안해서 승인했다"고 밝혔다.

현 회장의 방북일정 연장과정에서 북측에 머물고 있는 현 회장 측과 현대 간의 연락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장 신청이 이루어진 것은 5일 만에 처음이다.  

이 당국자는 '현 회장이 평양에 머물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다른 연락이 온 게 없기 때문에 평양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답했으며, 개성공단에서 현 회장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는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역시 개성 체류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 회장은 당초 북한 억류 근로자 유성진(44) 씨가 13일 추방 형식으로 석방된 뒤 늦어도 15일 귀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아 귀환 일자를 계속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대아산이 처한 대북사업의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라며 "사업자 차원의 방북이기 때문에 현대측에서 설명해야 할 사안이고 저희로서는 현 회장의 방북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의미를 주시하면서 관련 상황을 점검, 주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는 이날 현 회장과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등 일행의 입경에 대비해 포토라인을 다시 설정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현 회장의 북한 체류가 늘어남에 따라 다시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현 회장의 귀환 소식을 타전하기 위한 2층에 마련된 기사송고실도 유 씨 석방 이후의 '개점휴업' 상태가 하루 더 늘게 됐다.

MB 8.15경축사.을지연습 '악재' 겹쳐 면담 '난관' 예상

현 회장의 김 위원장의 면담 여부와 귀환 일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에서 현 회장을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성진 씨의 석방에도 불구하고 전날 이명박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비핵.개방.3000'을 토대로 기존의 '선 북핵포기'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17일부터 8월 27일까지 계속될 한미합동군사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험악해지고 있는 상황도 현 회장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은 17일 담화에서 “특히 정치적자주권은 물론 군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이명박역적패당 따위가 이번 핵전쟁연습의 돌격대로 돌아치며 동족대결의 앞장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이 가소롭기 그지없다”고 을지연습를 실시하는 남측 정부를 격렬히 비판했다. 

현 회장의 입장에서는 당장 회사 문을 닫지 않기 위해서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재개를 김 위원장으로부터 확약 받아야 하지만, 금강산관광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이 남측 정부니만큼 남측 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는 한 북측으로서도 이 문제를 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 회장이 김 위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필사적인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의 실무협의는 진행됐고, 이처럼 악화된 주변 정세상 김 위원장이 면담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면담이 성사되더라도 현 회장이 원하는 '선물'이나 해법찾기는 힘들어 현대가(家)와의 인연을 배려해 위로와 격려의 자리 정도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회장의 북측 지역 체류가 길어질수록 김 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은 낙관적 전망보다는 비관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며, 17일에는 현 현장이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서도 '시계 제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