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선수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부터 하고 싶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를 마치고 19일 밤 거주지인 일본에 도착한 북측 축구대표팀 정대세 선수가 남측 축구대표팀 주장 박지성 선수에게 “정말로 TV를 보면서 박지성 선수의 팬이 돼 버렸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 선수의 이같은 말은 필경 북-사우디전 전날에 진행된 한국-이란전에서 한국팀이 1-0으로 지고 있다가 박지성 선수가 동점골을 터트려 1-1로 비기자, 북측의 대(對)사우디전에서 부담을 덜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일 것입니다.

“정대세 선수가 그렇게 크게 고마워하지는 않아도 된다.”

이에 대해 박지성 선수가 22일 “내가 (이란전에서) 골을 넣기는 했지만 나 혼자 골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럼에도 고맙다고 말해주어 기쁘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울러 박 선수는 “북한은 아시아 무대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며 “남은 1년간 잘 준비해서 더 강한 상대들을 만나는 본선에서도 함께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습니다.

알다시피 이번에 남과 북은 월드컵 사상 최초로 본선 동반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남측은 7회 연속 본선 진출(총 8회)이라는 업적을 냈으며, 북측은 1966년 잉글랜드대회 이래 44년만에 두 번째 본대회 출전이라는 감격을 맛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위 두 선수의 말을 축약해서, 정대세 선수가 “지성 형, 고마워” 하자 박지성 선수가 “괜찮아 대세야”라고 말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정다운 장면입니다. 스포츠에서의 남북 선수간의 이같은 형제애가 가뜩이나 어렵고 불편한 남북당국 관계에도 청량제와 같은 역할로 작용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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