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2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다시, 6.15’를 주제로 열린 ‘6.15공동선언 9주년 범국민실천대회’는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처음으로 남북해외에서 따로 개최됐지만 야4당 대표들이 나란히 무대에 서서 6.15공동선언 실천을 다짐했다.

○ 야당 대표 총출동, 민주당 의원들 대거 참가
- 민노당 강기갑 대표, 이정희 의원 박수갈채 받아


▲ 6.10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6.15대회에 야4당 대표들이 나란히 자리했다. 앞줄 왼쪽부터 정세균 민주당, 강기갑 민노당, 문국현 창조한국당,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지난 6.10항쟁 기념대회에 이어 이날 6.15실천대회서도 야 4당 대표가 나란히 무대에 올라 다시 한번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다. 단지 주제만 남북문제와 한반도 정세로 초점이 모아졌을 뿐.

정세균 민주당 대표에 이어 강기갑 민노당 대표가 무대에 오르자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최근 청와대행 3보1배 등 ‘길거리 정치’로 다진 강 대표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같은 현상은 내빈 소개 과정에서 이정희 의원의 이름이 불리웠을 때 또 한번 재현되기도 했다. 이 의원 역시 대한문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며 경찰과 맞서다 실신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기 때문.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와 강기갑 민노당 대표가 차례로 먼저 자리를 뜬데 반해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 대조를 이뤘다.

▲ 6.15대회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 앞줄 왼쪽부터 이강래, 이정희, 송영길, 김민석, 추미애, 이미경, 이영순(전의원), 김진표, 김효석 의원.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민주당에서는 이강래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진표, 송영길, 김민석 최고위원, 원혜영, 박지원, 추미애, 박영선, 유선호, 이낙연, 이미경, 전병헌, 김효석, 김유정, 유기홍, 주승용, 최규식, 우제창, 김상희, 전혜숙, 조배숙 의원과 김근태, 이창복, 정범구, 유인태 전 의원 등이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이정희 의원과 이영순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통일관련 민간행사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추미애 의원은 “저부터 지난 몇 년동안 6.15를 다지고 굳히는 실천에 소홀해 정권 교체 후 6.15선언이 전면 부정당하는 상황을 맞게 돼 아쉬움이 많다”며 “흩어진 세력들이 위기 앞에 큰 틀에서 단결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질타하고 이에 기초해 합리적 보수세력까지도 함께 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어린이들 “6.15공동선언 외우기 힘들었다”

▲ '늦봄교실' 어린이들이 6.15공동선언을 낭송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6.15대회장의 하이라이트는 인천지역 초등학생들의 6.15공동선언 암송이었다.

인천 부평구 소재 방과후공부방인 ‘늦봄교실’에 다니는 초등학생 8명은 ‘우린 하나요’ 노래에 맞춰 신나는 율동을 선보인 뒤 6.15여성본부 회원 100여명과 함께 6.15공동선언을 암송했다.

특히 선언 각 조항을 한 어린이씩 암송하는 대목에선 2천여 참가자들의 아낌없는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어린이들에게는 어려울 선언의 내용을 또박또박 낭송하는 아이들에게 "어쩌면 저렇게 똑똑하고 예쁠까"라는 찬사가 쏟아졌고, 한 어린이가 잠시 주춤거리자 격려의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김예인(부평남초교 6학년) 양은 “일주일 정도 연습했다”며 “율동은 쉬웠는데 6.15공동선언 외우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 질서정연한 대학생들과 장기수 선생들

▲ 경기지역 대학생들이 질서정연하게 호응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우리민족끼리 6.15선언 이행’ 등 글자판을 만들어와 한 목소리로 호응하며 행사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팀은 경기지역 대학생들.

민노당경기도당 학생위원회와 경기지역 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 70여명은 무대 좌측 2층에 자리잡고 ‘6.15공동선언 실천’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이 언급될 때마다 글자판을 흔들며 환호했다.

경기지역 대학생연합 곽호진 의장은 “남북관계가 파탄나고 한반도가 전쟁국면에 접어든 올해 6.15공동선언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며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는데 학생들도 같이 하기 위해 학교별로 준비해 오늘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 중 가장 연배가 높은 어른들은 무대 중앙 앞쪽에 자리한 장기수 선생들. 광주에서 먼 걸음을 한 기세문(77) 선생을 비롯해 대부분 7,80줄인 이들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짐 없이 대회에 참여했다.

비전향장기수 모임인 통일광장 소속 권낙기 선생은 “6.15공동선언이 이뤄지면서 2차송환과 북녘 가족 소식들에 대한 기대감도 많았는데, 종전처럼 남북이 서로 어울리지도 못하고 실내에서 초라하게 행사하는 9주년의 현실이 소태를 씹는 것 같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오면서 6.15, 10.4선언이 파기되다시피 하고 긴장국면에 접어들어, 6.25전쟁의 참상과 비극을 경험한 선생들이 우려하며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 “찢어진 6.15공동선언, 여성의 힘으로 이어보자”

▲ 40조각 천에 각 지역 여성회에서 수를 놓아 완성한 퀼트 작품.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수많은 현수막으로 뒤덮인 6.15실천대회장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무대 좌측 상공에 내걸린 대형 퀼트 작품.

‘6.15공동선언’ 전문을 요약한 내용이 수놓아진 4m×5m 크기의 이 작품은 6.15여성본부에서 여성들의 손으로 한뜸 한뜸 손수 제작됐다고.

전국여성연대 강경란 사무국장은 “5월말부터 각 지역 전국여성연대 지회와 전여농 지회 등에 40조각으로 나눠서 배분했고, 지난 12일까지 작업물을 보내와 오늘 바느질로 이어붙였다”며 “지역 여성회 회원들이 6.15 이야기를 하면서 손수 만들어, 오늘 대회에 못 온 회원들도 이 작품을 통해 함께 참가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강 사무국장은 “이명박 정부에 의해 6.15가 찢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여성의 힘으로 이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6.15여성본부 회원들은 이날 흰 티셔츠에 붉은 스카프를 두르고, 손에는 손수 만든 색색의 피켓을 들어 대회장 분위기를 밝게 했으며, 6.15공동선언 낭송 무대에 올라 어린이들의 낭송을 돕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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