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룡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14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15실천대회에 연설자로 나섰다가 참석자들의 강한 야유를 받았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14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9주년 범국민실천대회'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만이 직접적으로 표출됐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김덕룡 청와대 국민통합특별보좌관이 단상에 올라서자, 2500여 참가자들이 일제히 야유를 쏟아낸 것.

이날 김덕룡 특보는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자격으로 각계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 위에 올랐다. 김 특보가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객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대학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6.15공동선언이행 않는 한나라당 물러가라', '한나라당 해체하라', '김덕룡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에 김 특보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김 특보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연설문을 읽어나갔지만 결국 연설이 끊기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사회를 본 정인성 '6.15남측위' 대변인은 "여러분들에게 부탁 말씀을 드린 것처럼 가슴을 활짝 열고 하나가 되어 달라"고 호소했지만, 야유와 구호는 멈추지 않았다.

▲ 김덕룡 민화협 상임대표의장 연설이 이어졌지만 규탄 구호는 멈출 줄 몰랐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잠시 중단됐다가 이어진 연설에서 김 특보는 "6.15정신으로 돌아가자"면서도 "6.15공동선언 이후 이룩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내부에는 통일운동에 대한 뼈아픈 비판이 있다"면서 "서로 오해하고 편 가르기에 익숙해져,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남북협력을 추진함에 있어 성급하고 일방적인 부분은 없었는지,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터져 나온 구호는 사회자의 요청에도 멈추지 않았으나, 뒤이어 시민단체 대표로 각계발언에 나선 이석태 전 민변 변호사의 연설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그쳤다.

김덕룡 의원은 행사 뒤 기자에게 “민화협이 남북문제로 인한 남남갈등 때문에 (화해공영)포럼을 하고 있는데, 오늘 그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정대연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김덕룡 전 의원이 민화협 상임대표의장이기 때문에 발언자로 나서는 것에는 합의했다”면서도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성도 없이, 더구나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일방적으로 물으면서도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비판하지 않아 더욱 거센 항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 인사에 대한 통일운동진영의 반발은 예고된 것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15남측위'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참석을 추진했다가 내부 반발에 부딪혀 번복되는 과정에서 일부 대회 참가자들의 반한나라당 정서가 더욱 강화됐다는 것이다. 

김상근 상임대표는 전날 한나라당 원내대표 참석 번복에 대해 “절차상 우리가 초청장을 내지 않아 초청받지 않고 참석을 자청하는 것은 좀 그렇다는 것과 한나라당이 참석하면 축하가 되기보다는 내부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는 본의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는 오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하고 “한나라당이 참석해 대북정책 전환의 물꼬를 텄으면 하는 희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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